지난 9월 유엔 총회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사이에 ‘전격 통화’가 이뤄졌습니다. 겉보기엔 극적인 접촉이었지만, 앙숙이던 두 나라 정상 간의 직접 대화가 어느날 갑자기 성사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통화가 이뤄지기 몇달 전부터 아랍 친미 왕정 ‘중재자’들과 미국 내 친이란 인맥을 사이에 끼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테헤란 측의 대화가 계속돼 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7일 두 나라 사이에 진행돼온 ‘물밑 접촉’을 상세히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네요. 재미있어서 한번 소개해봅니다.
워싱턴과 테헤란 간 연결의 핵심 고리는 오바마 외교안보 서클의 이란 전문가인 푸닛 탈와르였습니다. 인도계 이민 2세인 탈와르는 지난 9월 NSC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습니다. 이코노믹타임스 등 인도 언론들에 따르면 탈와르는 코넬대학과 컬럼비아대학에서 국제관계를 전공했고, 2000년대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상원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으로 일했다고 합니다. 2008년 오바마-바이든 대선캠프에서 일했고 이듬해 오바마와 함께 백악관에 들어갔습니다.
탈와르는 인도계이지만 아시아 문제보다는 중동문제에 깊이 관여해왔습니다.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의 외교관리들과도 오랫동안 긴밀히 협력해왔고, 이란 측 파트너들과도 널리 인맥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탈와르가 유럽의 호텔이나 컨퍼런스 등에서 자주 만나온 이란측 인사들 중에는 이란 핵협상 대표로 오랫동안 일한 자바드 자리프와 알리 악바르 살레히 등이 있었습니다. 지난 8월 이란의 온건파 로하니 대통령이 취임한 뒤 자리프는 외교장관이 됐고, 살레히는 이란 원자력기구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지요.
그니까... 뭐 이런 식? ㅎㅎㅎ
오바마는 2009년 1월 취임한 이래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화해 메시지를 계속 전했습니다. 하지만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이란 대통령이던 시절에는 관계가 계속 악화일로를 걸었지요.
그러다가 로하니가 서방의 예측보다 훨씬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대통령이 되면서 관계를 풀 호기를 맞았습니다. 로하니 취임 직후 오만의 지도자 술탄 카부스 알사이드가 테헤란을 찾아가, 백악관이 직접 대화를 원한다는 뜻을 이란 지도부에 전했습니다. 이어 제프리 펠트먼 전 국무부 중동담당 차관보가 이란에 가 오바마의 대화 의지를 확인시켰습니다.
미-이란 화해 무드의 또다른 공신은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입니다. 라이스는 2009년부터 올 봄까지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지내면서 이란쪽 인맥을 다졌습니다. 양국 정상 간 전화를 직접 연결해준 것도 라이스였습니다. 모함마드 하자이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라이스와 자주 대화하며 의견을 나눴다고 합니다.
이란 쪽의 또다른 미국 채널은 뉴욕의 외교 관련 단체인 아시아 소사이어티였습니다.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이 유엔 대사를 지내면서 긴밀히 이 단체와 인맥을 쌓아왔던 거지요.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이란 전문가인 수전 디마지오 부회장은 오바마 정부 외교관리들과 자리프 사이의 다리가 돼줬습니다.
A general view shows participants before the start of two days of closed-door nuclear talks
at the United Nations offices in Geneva, Switzerland, Thursday, Nov. 7, 2013. /AP
이란은 7일과 8일 이틀 동안 스위스 제네바에서 ‘P+6(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대표들과 핵협상을 합니다. 지난달 협상에 이어, 로하니 정부가 들어선 뒤 두번째 공식 핵협상입니다.
현재 이란 핵협상을 둘러싼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이란 관계가 아니라 양측의 화해를 경계하는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발입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핵협상 전날인 6일에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을 만나,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여지를 남겨두는 어떤 종류의 ‘부분적인 타협’에도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뷁... 이스라엘 니네는 핵무기 잔뜩 쟁여놓고 있자나... 세상에 이렇게 나쁜 놈들이 없어여...
하지만 이런 장애물들에도 불구하고 핵협상은 현재로선 순풍을 타고 있습니다. 믈론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없다고, 당장 극적인 타협책이 나올 수는 없겠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유연한 입장’을 이란에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번 협상에서 이란 핵프로그램을 제어할 기본적인 합의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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