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이 없었고 글쟁이라 스스로 생각하지도 않지만 어쨌든 지금 글을 써서 먹고 살고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나 하는 고민을 깊이 해보지 않았던 건 늘 글에 자신이 없고 쓰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은 항상 글이 아니라 '기사' 혹은 '수다'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쓰고 싶은 글'은 있다. 가끔씩이지만 칼럼 비슷한 것을 쓸 때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는데, 내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진짜 글'은 이런 것이다. 어떤 것도 인용하지 않은 글, 어떤 이름도 어떤 사건도 어떤 책도 저자도 빌어오지 않은 글, 오로지 나의 생각만으로 세상에 도전하는 글. 헌데 안타깝지만, 아마도 그런 글은 평생 못 쓰지 싶다. 생각이 적고 치열하지 못하니까.
여기 내가 바라는 그런 글이 있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다.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에서 “뒈져라, 형법 불소급의 원칙/뒈져라, 불교사상의 근기(根基)/뒈져라, 외국의 침략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는 국가"라 일갈하던 마루야마 겐지. 이제 모든 인간군상들을 질타한다. 핑계대지 마. 어리광부리지 마. 네 발로 걸어. 네 힘으로 살아. 언제까지 부모와, 직장과, 국가의 노예로 살 것이냐. 짐승으로 살다 죽을래? 그런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 이 작가(혹은 '이 작자')의 글은 어쩜 이럴까.
혹시나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책의 챕터들을 옮겨놓는다.
1장.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
2장. 가족, 이제 해산하자
3장. 국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4장.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5장. 아직도 모르겠나, 직장인은 노예다
6장. 신 따위, 개나 줘라
7장. 언제까지 멍청하게 앉아만 있을 건가
8장. 애절한 사랑 따위, 같잖다
9장. 청춘,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10장.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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