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로널드 드워킨. 홍한별 옮김. 박상훈 해제. 문학과지성사
아이러니다. 조지 W 부시가 재선될 무렵에 나온 책이다. 모든 이슈에서 진영논리로 갈라진 미국을 바라보며, 양 진영 간의 '대화'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불가능함을 설파한다. 그리고 그 대화의 기본이 되는 전제들을 조목조목 짚는다. 동성애, 세금, 낙태, 종교 등 여러 '삶의 가치관'을 놓고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과연 이런 학자의 말을 누가 듣겠냐마는.
애당초 책은 저자가 '공화당을 지지하는 막무가내 보수파'들의 논점을 하나씩 깨뜨리는 식으로 돼 있다. 한쪽은 옳고 한쪽은 그른데, 이쪽이 옳다 생각하는 사람이 저쪽을 향해 '그러니까 내 말을 들어야 민주주의로 갈 수 있어' 하면서 설득하는 꼴이다. 그러니 그의 말이 아무리 근거가 있고 일리가 있다 한들 누가 들으리오.
만일 이 책을 2~3년 전에 읽었더라면 매우 재미가 없고 하나마나한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뿐 아니라 세계가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드워킨의 충고를 읽고 있자니... 그가 써내려간 말들은 2004년보다 오히려 지금 미국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미국인들은 이런 지적을 송두리째 거부하고 트럼프를 택했다! 한국도 남의 말을 할 처지는 아니다. 아니, 전 세계가.
728x90
'딸기네 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방의 항구들 (0) | 2017.03.26 |
---|---|
에메 세제르, '나는 흑인이다 나는 흑인으로 남을 것이다' (0) | 2017.03.19 |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0) | 2017.02.12 |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일본 젊은이들의 외침 (0) | 2017.02.08 |
칼 폴라니, 다호메이 왕국과 노예무역 (0) | 2017.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