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 최초의 중화제국 | 하버드 중국사 The Early Chinese Empires: Qin and Han (2007년)
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지은이),김우영 (옮긴이) 너머북스
책 엄청 좋음. 번역자 선생님께서 정말 고생 많으셨을 듯. 중국 고전 원문 찾아 하나하나 넣으려면...
진과 한 두 제국은 중국 문명의 '고전기'를 이루는데, 이 시대에 중국 최초의 통일이 이루어진 방식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그 후에 펼쳐진 중국의 역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 고전시대의 다섯 가지 주요 특징은 ① 제국의 질서에 의해 상당히 약화되었지만 완전히 뿌리 뽑히지는 않았던 뚜렷한 지방색, ② 황제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구조의 강화, ③ 표의문자인 한자에 기초한 문해력의 함양과 국가가 공인한 경전의 보급 ④ 제국 내부의 비무장화와 변경의 민족들에게 부과된 군역, ⑤ 사회 질서를 유지하면서 농촌마을을 권력의 심장부와 연결시켰던 부유한 지방 가문의 융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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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은 중심부의 보편적이고 우월한 문화와 각 지방의 특수하고 편협한 문화 사이의 위계적 구분을 정당화함으로써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중국 고전기의 두 번째 기본적 혁신은 황제라는 인물상(像)의 발명이다. 황제는 단순히 최고의 통치자 겸 판관 겸 제사장이 아니라, 정치적 영역의 구현 그 자체였다. 국가는 황제라는 인물로부터 발현되었다. 진의 정복으로 인한 세 번째 결정적인 변화는 단일한 표의문자의 광범위한 사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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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를 알려면 <대진제국>을 봐야지. 특히 1편 시리즈는 압권이다.
저기서 상앙으로 나온 배우, <호란전>에서는 조나라 황제로 나오더라는. 대진제국1과 호란전 사이의 시기를 그린 드라마는 넘 많지만... 전국시대 분위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그 중 <미월전>.
19세기에 철로가 부설되기 전에는, 동물을 이용해 곡물을 100리 이상 운반하는 데 드는 비용이 곡물 자체를 생산하는 비용보다 많이 들었다. 북중국에는 천연항구가 부족하여 해안 교역도 비경제적이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대량 운송은 내륙수로에 의존했다. 그러나 황하와 양자강이라는 주요 하천 사이를 이어주는 항행 가능한 물길이 없었다.
… 세계의 강 대부분에서 5퍼센트의 토사 함량은 높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황하의 토사 함량은 46퍼센트로 알려져 있고 그 지류들 가운데 하나는 토사의 함량이 63퍼센트에 달한다. 오늘날 약 1,770킬로미터에 걸친 구간에서 황하는 수위가 지표보다 10미터 높은 상태로 평원을 가로지른다. 황하는 중화 제국의 역사에서 1,500회 이상 제방을 무너뜨리고 논밭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익사시킴으로써 '중국의 걱정거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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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서갱유에 대한 다른 해석.
진나라 정부는 단순화된 표의문자를 새로 만들어 제국 전역에서 통용되도록 했다. 서주의 복잡하고 다양한 곡선 형태의 대전체를 좀 더 단순하고 직선에 가까운 서체로 바꿨던 것이다. 표준화된 새 서체는 글씨를 쓰는 속도를 높여주었고, 이는 제국의 기록을 보존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새로운 필기체는 제국 전역에 보급되었다. 그 결과 그 어떤 민족의 모국어가 아니면서도 여러 민족에 의해 공유되는 언어가 생겼던 것이다. 이 서체는 결국에는 좀 더 단순하고 더욱 빠르게 쓸 수 있는 예서체로 대체되었다.
범제국적인 문자의 발전은 문헌의 전파와 그 의미의 해석을 통제하는 관학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한대와 그 이후에 이 사건은 '분서’로 규정되었지만, 사실 분서는 파괴보다는 통일을 위한 정책이었다.
승상 이사는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이상화된 고대를 인용하며 당대의 제도를 비판하는 풍조를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원칙에 입각하여, 이사는 개인들의 수중에 있던 시경과 상서, 기타 제자서를 모조리 몰수하여 황궁의 서고에 보관하고, 정부가 지명한 학자들만 연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의약·점술·농업·임업에 관한 실용서적들은 압수되지 않았다.
통일 제국은 통일된 신념체계를 필요로 한다고 확신했기에 진나라 정부는 경전에 접근할 자격을 제한함으로써 정치사상을 통제하려고 노력했지만, 책들을 체계적으로 없애버리지는 않았다. 정말로 큰 피해는 기원전 206년에 항우가 진의 수도를 약탈하면서 황가의 장서를 불태웠을 때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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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비슷한 해석인데?
아들이 결혼할 때 분가시켜주는 것은 부부간의 유대를 강조하고, 처가 친척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물리적 거리를 통해 아내를 시어머니로부터 보호함으로써 그녀의 지위를 높여주기 위한 것이다. 고부갈등은 분명히 한대 중국의 중요한 사회문제였다. 이는 당대의 시가에도 묘사되어 있거니와, 마왕퇴에서 출토된 의료 및 주술 '처방서'에 이 문제를 예방하는 주문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로도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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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갈등이란...
한나라 드라마도 많은데. 좀 많이 오래된 <미인심계>는 음모와 정략이 난무하는 전통 궁중 사극. 마지막에 위자부의 등장과 함께 의미심장하게 끝나는데, 이어지는 시기를 다룬 것이 <위황후전>. 그런데 한 무제가 맘에 안 들어 보다 말았음.
저자가 자주 언급하는 사마상여의 <상림부>. '북방의 유목민들과 중앙아시아의 민족들이 헌상한 동물들과 공상과 신화 속의 동물들'이 나오는데 넘 궁금하다.
해는 동쪽의 연못에서 떠올라 서쪽의 언덕으로 집니다.
그 남쪽에서는 한겨울에도 초목이 무럭무럭 자라고 물이 살아 숨을 쉬듯 물결이 일렁입니다.
그곳의 짐승으로는 용모맥리, 침우와 주미, 적수와 환제, 궁기와 상서가 있습니다.
그 북쪽에서는 한여름에도 얼음이 얼어 땅이 갈라지니 옷자락을 걷어들고 빙판 위를 걸어 하천을 건넙니다.
그곳을 어슬렁거리는 짐승으로는 기린과 각단, 도도와 낙타, 공공과 탄혜, 결제, 당나귀, 노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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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을 찾아보니 용모맥리라는 동물이 아니라 용, 모, 맥, 리인 듯.
則隆冬生長涌水躍波
其獸則㺎旄貘㹈
沈牛麈麋赤首圜題窮竒象犀
其北則盛夏含凍裂地渉水揭
其獸則麒麟角端騊駼橐駞
蛩蛩驒騱駃騠驢羸
'旄'는 깃털이 달린 깃발을 뜻하는 글자인데, 중국어 위키를 보니 야크 깃털로 장식된 걸 말하는 것 같다. 야크를 첨 본 중국인들은 놀랄 수도 있었겠다. 나도 길 가다 만나면 놀랄 것 같음.
한 글자 뒤에 나오는 㹈 역시 black ox, 혹은 야크를 뜻한다고. 왜 봤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작년 or 재작년 쯤 봤던 <교실 안의 야크>라는 영화가 떠오름.
貘은 내가 쫌 좋아하지 ㅎㅎ
沈牛는 뭔지 모르겠고. 하지만 麈麋는 안다! 그럼 그렇지, 빠질 수 없는 사불상!
적수와 환제는 찾아봐도 모르겠는데... 따라 나오는 궁기는 중국 고대 순황제가 물리쳤다는 4대 흉수(四凶) 중 하나다.
<삼생삼세 십리도화>에서 야화가 동굴에 가서 싸우다가 팔 잘려먹힌...
象犀는 코끼리와 코뿔소. 그 다음은 '기린과 각단'인데...
각단은 외뿔 달린 동물인데 유니콘이라 하기엔 좀 무서운 모습. 영어로는 Luduan, 한어 병음 lùduān.
상상 속의 동물인데 "코뿔소 뿔, 사자의 몸통, 용의 등, 곰의 발톱, 물고기 비늘, 소의 꼬리"를 달고 있음. 송나라 때의 책 <符瑞志>에 따르면 "하루에 1만8000리를 여행하며 사방의 언어를 알아듣고, 성군이 왕좌에 앉아 천하를 논할 때면 책을 들고 도착한다"고 함. (feat. 디플)
기린과 루두안(루퇀)은 뿔 달린 한 쌍의 형제로 등장할 때가 많다고.
騊駼 (taotu)는 스텝 지대에 사는 좋은 말이라고 함.
蛩蛩은 귀뚜라미인데... <산해경>에 나오는 공공;;의 이미지라고 뜨는 건 넘 징그러운 벌레라서 생략.
驒騱와 駃騠는 모두 앞에 나온 도도(타오투)와 같은 말을 가리키는 것 같음.
이 책과 2권 남북조 편을 같은 학자가 저술했는데, 서왕모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신선의 영역에는 진귀한 동식물이 가득했다. 서왕모가 거하던 불사의 궁전에 대한 서술은 옥수와 다른 보석, 그리고 궁전을 가득 채우고 있던 이국적이고 기이한 동물들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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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의 끝은 세계의 축인 곤륜산의 꼭대기에 사는 서왕모의 영역이었다. 기원전 3세기의 문헌에는 주나라의 목왕이 서왕모를 방문했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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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퇴에서 내관을 덮고 있는 T자형 백화는 축축한 지하세계, 무덤 속의 관에 제물을 바치는 장면으로 확인되는 산 자들의 지상세계, 해와 달과 별로 표현된 천상의 세계를 포함하는 우주의 모형을 제공한다. 백화로 덮인 이 내관은 악마를 죽이기 위해 무기를 휘두르는 뿔 달린 신령, 상서로운 반인반수, 정령의 그림들로 장식된 두 번째 관(중관)에 둘러싸여 있다. 세 번째 관(외관)에는 용과 신수, 신선이 살고 있는 뾰족한 산꼭대기가 그려져 있는데, 아마도 세상의 서단에 위치한 서왕모의 영지인 신비로운 곤륜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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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였어! 이 책에서 서왕모와 마왕퇴에 대한 설명을 읽으니 <도묘필기> <종극필기> 시리즈가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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