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용의자에 대한 무차별 구금과 고문 등으로 지탄받던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비밀 감옥'의 존재를 시인하고 구금.신문 방식에 일부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다. 부시 대통령은 6일 중앙정보국(CIA)이 테러용의자들을 구금, 신문하기 위해 외국에 `비밀감옥'을 만들어놓고 운영해온 사실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지난해말 워싱턴포스트가 "유럽 등지에 비밀감옥이 있다"는 폭로를 한 뒤로 부시행정부를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빗발쳤지만, 백악관은 지금까지 이를 시인하지 않았었다. 부시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9.11 테러 희생자 유가족들 앞에 연설하면서 테러용의자 칼리드 모하메드 등 14명을 CIA 비밀감옥에 수감했다가 최근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로 옮겼다고 말했다. 부시대통령은 "테러 음모를 가장 잘 아는 중요한 정보원은 테러범들 자신인 만큼 이들을 비밀리에 수용하고 전문가들이 신문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며 비밀감옥 설치 이유를 설명했다. 부시대통령은 CIA 비밀감옥 구금자 중에는 3년전 파키스탄에서 체포된 칼리드 모하마드와 오사마 빈라덴 측근 아부 주바이다, 2000년 예멘 미군 항모 폭탄테러 용의자, 1998년 케냐.탄자니아 미 대사관 테러 용의자 등이 망라돼 있다고 밝혔다. 부시대통령은 "비밀감옥 구금자들을 신문해 테러 정보를 얻어냄으로써 미국과 유럽 등에 대한 테러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비밀감옥에서 사용된 신문 방식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 않고 "혹독한 것이긴 했지만 고문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 언론들, 유럽 각국 정부들은 CIA가 유럽 곳곳에 비밀감옥을 만들어놓고 마구잡이로 테러 용의자들을 구금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해왔다. 유럽연합(EU)은 미국에 비밀감옥 관련 정보공개를 요청했고, 인권유린으로 악명 높은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의 포로수용소도 폐쇄할 것을 촉구했다. 미 의회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부시대통령에게 고문 금지법안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으나 부시대통령은 이같은 모든 비판을 부인해왔다. 미국은 고문을 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에 고문을 금지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 부시대통령의 기묘한 논리였다. 유엔도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권고했으나 백악관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이번 백악관 연설에서도 고문과 인권유린 등의 혐의는 전면 부인했으나, 일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테러 수사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미군이 관할하는 교도소의 수감 기준을 담은 매뉴얼을 개정, 수감자들에 대한 고문을 금지시켰다. 이번 조치에는 2년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포로학대 파문을 의식한 듯 수감자를 발가벗겨선 안된다는 조항도 들어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구타와 성적 학대, 군견(軍犬)으로 위협하기, 밥 굶기기, 흉내내기, 전기충격 주기, 불로 지지기, 물붓기 등 아부그라이브에서 발각된 여러 종류의 가혹행위가 모두 금지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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