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 서울 이태원을 지나가는데 극우 시위대가 집회를 하고 있다. 기사 아저씨가 물으신다. “그래서, 누가 잘못한 거예요?” 참사의 원인은 무엇이며 누가 잘못한 것일까. 핼러윈이라고 놀러왔던 사람들? 현장에 배치되지 않은 경찰? 하필이면 빨간색으로 구청장의 소속이 바뀌어 늘 하던 축제 대비도 제대로 못한 용산구?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느닷없이 ‘용와대’로 옮겨가 안전을 놓치게 만든 대통령? 스스로 ‘진보’라고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조차 ‘미제 귀신’ 씌운 사람들을 탓하는 걸 봤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놀러왔던 사람들은 잘못이 없다. 아무도 그런 사고가 일어날 거라고, 이태원 골목에서 150여명이 목숨을 잃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테니까. 공교롭게도 사고가 난 그 길은 나도 종종 지나치는 곳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