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와 미국 정부 간 철군일정을 둘러싼 협정이 마무리단계에 이르면서 파병군인들의 지위 및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25일 이라크와 미국 정부가 ‘모든 외국군이 2011년말까지 주둔한 뒤 철군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이라크 정부와 철군 문제를 놓고 지난달부터 주둔군지위협상(SOFA)을 벌여왔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미군 철수 ‘일정’을 못박는 것이 이라크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다가, 최근 들어 입장을 바꿨습니다.
이미 지난달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이라크 방문 때부터 바그다드에서는 ‘2011년말 철군설’이 흘러나왔습니다. 알 말리키 총리의 발표는 이를 공식화한 것일 뿐입니다.
오히려 국제사회의 관심은 미국이 SOFA 합의안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는 이유 쪽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이 이라크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철군 스케줄을 계속 보도해오고 있지만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부는 논평을 피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대변인은 25일에도 “합의가 이뤄진 것은 초안일 뿐”이라면서 “이라크 내에서의 복잡한 절차와 백악관의 승인이 아직 남아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알 말리키 총리가 밝힌 2011년 철군 시한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히기를 거부했습니다.
양측간 ‘공식 합의’와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는 ‘미국인 면책권’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핵심 관심사였던 철군 일정은 정해졌지만, 면책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행동에 대해 이라크 측이 민·형사상 면책권을 주는 것은 물론, 이라크 내 미국인 범죄자에 대한 사법권도 미국 쪽에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은 이미 한국과 일본, 필리핀 등 여러 나라에서 성폭행 등의 미군 범죄 재판관할권을 놓고 충돌을 빚어왔지요. 특히 이라크에는 미국계 민간군수회사(PMC)들도 많이 들어가 있으며 이들 ‘민간 전투원’들에 의한 인권침해와 민간인 살상도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알 말리키 총리는 주권 침해나 다름없는 미국의 면책권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알 말리키 총리의 시아파 정부를 견제하고 있는 의회 수니파 의원들은 SOFA 합의안 자체를 거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at Azizabad village in Herat province, east of Kabul on August 23, 2008./ AFP
아프간 정부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다국적 치안유지군(ISAF) 주둔군 지위 재협상을 요구할 태세라고 AP통신이 전했습니다.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사건 등으로 그나마 인권단체들의 관심을 받았던 이라크와 달리, 아프간에서는 ISAF가 비무장 민간인들을 폭격·사살하는 일이 숱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에도 서부 헤라트주에서는 미군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이 외딴 마을을 공습해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 90여명이 숨졌습니다. 미군은 “탈레반 조직원 30여명을 사살했다”고 밝혔지만 아프간 정부 조사에서는 민간인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이 사건에 격분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직무태만’과 ‘진실 은폐’의 책임을 물어 아프간 군 지휘관 2명을 해임했으며, “상호 합의를 통해 다국적 조직의 아프간 주둔 문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미군은 25일 “당시의 공습은 정당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아프간 측의 과거와 다른 강경한 태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프간에는 나토와 미군 지휘관의 지휘를 받는 40개국 7만여명의 다국적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다국적군의 군사작전으로 올들어서만 아프간에서는 3000명 이상이 숨졌는데, 그 중 1000명 이상이 민간인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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