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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핵 협상에서 이란을 편들어오던 러시아가 입장을 바꿔 추가제재에 찬성할 뜻을 비췄다. 이란은 핵 기술 협력 파트너였던 러시아의 돌변한 태도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면서도 두 나라는 뒷전에서는 협력협정들을 잇따라 체결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AFP통신은 1일 러시아 외교관의 말을 인용, 러시아 정부가 이란 추가 제재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러시아 외교관은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우리도 고립을 택할 생각이 없다”면서 제재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미국이나 유럽국들처럼 대이란 추가제재를 나서서 요구하거나 급하게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단 거리를 두었지만, 이란 제재에 반대해왔던 그 전의 입장과는 다른 태도다.
러시아는 지난달 27일 IAEA 이사회에서도 이란 비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중국도 이 결의안에 찬성하긴 했으나 추가 제재에 대해서는 훨씬 신중한 입장이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모든 핵협상 당사자들의 외교적인 노력을 더 해야 한다”며 섣부른 제재론과 거리를 두었다.
러시아의 달라진 태도에 이란은 크게 격앙돼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일 “(결의안에 찬성한) 러시아는 실수를 한 것”이라며 “우리에 대한 제재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만 해도 러시아의 세르게이 슈마트코 외무장관이 테헤란을 방문, 이란 외무부와 4가지 협력협정에 서명했으며 별도로 이란 석유부와도 두 종류의 협력사업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또 이란과 합작으로 에너지분야 벤처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약속한 상황이다. 세계 석유매장량의 5분의1, 천연가스 매장량의 40%를 갖고 있는 두 나라는 오래전부터 협력파트너였다. 러시아는 미국의 눈총 속에서도 이란 부셰르 핵발전소 건설을 지원해왔다.
그러던 러시아는 지난달 부셰르 원자로 핵심설비 전달을 미뤘다. 또 2005년 계약한 S300 지대공 미사일시스템의 대이란 판매도 늦췄다. 슈마트코 장관은 이번 이란방문에서 “양국간 협력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이란 측은 러시아가 서방과 이란 사이에서 핵기술을 지렛대 삼아 ‘이중 플레이’를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가 핵기술과 미사일시스템, 경제제재 등의 패를 쥐고 이란을 길들이려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지도부 내 이견으로 인해 두 갈래 목소리가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란이 핵프로그램에 대한 서방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면 추가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친서방 노선인 메드베데프는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의 거리를 벌려가고 있다. 메드베데프-푸틴의 이중권력체제의 균열이 이란 문제를 두고 불거져나온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러시아가 이란에 등을 돌리지 못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미국의 러시아 전문가 알렉산더 슈밀린은 2일자 모스크바타임스 기고에서 “러시아로서는 서방과 이란 사이의 중재자로서 외교적 역할을 확대하는 편이 이득이기 때문에 이란과 등지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관계개선 움직임에 호응, 이란과 거리를 두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경제적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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