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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자국내 우라늄을 해외로 내보내 농축하게 하자는 서방측 제안을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테헤란 북부 쿰의 비밀핵시설이 드러난 이래 교착상태에 빠졌던 이란 핵협상을 풀 새로운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2일 국영TV 인터뷰에서 지난해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 등 협상 파트너들이 제시한 ‘우라늄 해외농축’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그는 “3.5% 농축된 우라늄을 해외로 보내 20% 농축우라늄으로 끌어올린 뒤 다시 우리에게 돌려주면 되지 않느냐”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 우라늄을 제3국으로 보낸 뒤 4~5개월 후 돌려받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주도로 만들어진 핵협상안은 이란이 갖고 있는 저농축 우라늄 1500kg의 70%를 러시아에 보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IAEA는 러시아에서 이란 우라늄을 무기화가 불가능한 고농축 연료봉 형태로 만들어 1년 뒤 되돌려주게 된다. 무기용으로 쓰일 만한 분량의 농축우라늄을 이란 내에 남겨두지 않는 것이 이 협상안의 요체다. 하지만 이란은 “정당한 핵 권리”를 들어 이 제안을 거부해왔다.
아마디네자드가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지난해 이란을 상대로 수차례 손을 내밀었지만, 이란이 핵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다시 관계가 일그러졌다.
백악관은 지난달 이란에 대한 유엔 추가제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며칠전에는 걸프 국가들이 이란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지원을 받아 무장을 강화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탄도미사일방어용 이지스함들을 페르시아만에 보내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정부가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 압박감을 느낀 것일 수 있다.
앞서 마누셰르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달말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핵연료 공급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가 핵협상에서 누그러진 모습을 보여 서방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나마 개선하고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마디네자드의 2일 발언은 미국과 서방에 보내는 협상 제안인 동시에, 자국내 보수강경파들을 겨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아마디네자드는 “저들이 우리 우라늄을 가져간 뒤 돌려주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우려도 있지만 아무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그런일이 일어난다면 우리가 옳고 저들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이며 IAEA의 신뢰성이 의심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보다는 다분히 자국 내 핵협상 반대론자들을 의식한 발언이다. 지난해 대선 시비로 지지기반이 흔들린 아마디네자드는 보수강경파들의 눈치를 보지않을 수 없는 처지다.
미국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이 진지하게 제안하는 것이라면 IAEA에 공식 통보해, 협상테이블에서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협상을 낙관하기엔 이르다. 이란은 ‘4~5개월 뒤 농축우라늄 반환’을 거론했지만 서방은 ‘1년 뒤 반환’을 주장한다. 서방이 작업기간을 늘려줄 것을 고집할 경우 이란은 협상을 뒤집을 빌미로 삼을 수 있다. 알자지라방송은 “아마디네자드는 얼마 만큼의 우라늄을 몇번에 걸쳐 반출할 수 있을지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알자지라는 “서방의 입장보다는 이란 보수진영 내 역학관계가 더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헤란타임스는 이란 의회 강경파들이 미국의 걸프 군사력 증강을 “이란포비아(혐오증)를 확산시키려는 짓”이라며 맹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또 3일에는 위상발사용 로켓 카보시가르3호를 시험발사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편 아마디네자드는 2일 회견에서 지난해 7월 하이킹 도중 억류된 미국인 3명과 미국 내에서 스파이죄로 복역중인 이란인들을 맞바꾸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그런 협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하면서도 “억류된 미국인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됐다는 뜻이라면 환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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