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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암살'로 다시 도마에 오른 이스라엘의 '표적살해'

딸기21 2010. 2. 1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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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팔레스타인 저항조직 하마스 간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고급 호텔에서 피살됐다. 두바이 경찰 조사결과 유럽 국적을 가진 11명의 ‘다국적 암살공격단’의 범행으로 밝혀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암살 공격을 의심하고 있다. 첩보영화를 방불케하는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의 ‘표적살해’ 공작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Dubai Police Chief Dhafi Khalfan holds up identity pictures of 11 suspects,
during a press conference in Dubai on February 15. / AFP



다히 칼판 타밈 두바이 경찰청장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하마스 지도자 마흐무드 알 마부흐를 살해한 암살단 11명의 여권 사진과 이름 등을 공개했다.
이들이 두바이에 입국한 것은 지난달 19일. 알 마부흐는 그 무렵 두바이공항 부근 알 부스탄 로타나 호텔에 묵고 있었다. 영국인 6명, 아일랜드인 3명, 프랑스·독일인 1명씩으로 구성된 암살단은 각기 다른 비행편으로 두바이에 들어와 호텔 주변을 염탐했다. 여성도 1명 포함된 암살단은 가발과 큰 모자, 선글라스 등으로 위장하거나 테니스 복장에 라켓을 들고 관광객인 척 했다. 모두 현금만 썼고 각기 다른 호텔에 묵었으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요금카드를 집어넣는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다음날 염탐조가 알 마부흐의 외출을 확인하자, 살해조 4명이 전자장치로 문을 열고 들어가 숨었다. 알 마부흐는 몇시간 뒤 아무것도 모른 채 객실 문을 잠그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살해에는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암살단은 모두 공항으로 가 아시아와 유럽으로 도주했다. 두바이 체류기간은 기껏 20시간 안팎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이 제시한 것은 위조여권은 아니었다. 타밈 청장은 “알 마부흐는 마취제에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정확한 사인은 정밀분석결과가 나와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특정 국가가 암살을 지시했을 수 있다”며 “여러 나라에서 암살을 저질러온 이스라엘 모사드가 범행 배후에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미 지난달 말 이스라엘의 표적살해라 단언하며 복수를 다짐했다. 팔레스타인 지도부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표적살해는 오래전부터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전형적인 수법은 팔레스타인 지역 내 요인 위치를 파악, 군사공격을 하는 것이다. 대개 국내정보를 담당하는 정보기구 신베트가 하마스 지도자들의 위치를 알려주면 이스라엘군이 아파치헬기나 F16 전투기로 미사일 폭격을 한다. 최근에는 무인정찰기와 도청시스템을 이용해 요인들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한다.
공군력이 없는 팔레스타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으며, 특히 주거지역에서의 공격으로 어린이와 여성들이 많이 희생된다. 군사작전이 부담스럽거나 목표물이 외국에 있을 때에는 저격수 등 암살단을 보낸다. 2001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수반의 측근인 타벳 박사를 살해할 때에도 저격수들이 동원됐다.



Mourners pray over the flag-draped coffin of top Hamas militant Mahmud al-Mabhuh
during his funeral at the Yarmuk refugee camp on the southern outskirts of Damascus on January 29. /AFP



표적살해가 본격화된 것은 72년 뮌헨올림픽 테러공격 주범인 ‘검은 9월단’ 멤버들을 살해하기 위한 ‘신의 분노 작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은 이듬해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젊음의 봄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무하마드 나자르 등 PLO 지도부를 암살했다.
88년 팔레스타인 인티파다(민중봉기)로 하마스가 저항운동의 주도권을 잡게 되자 이스라엘의 주요 목표는 하마스로 바뀌었다. 96년 가자지구 베이트 라히야 난민촌에서 하마스 폭탄제조책 야히야 압둘 아야시(일명 ‘엔지니어’)를 휴대전화 폭탄으로 살해했고. 다음 해에는 하마스 지도자 할레드 마샬을 요르단에서 살해하려다가 실패했다. 마샬은 지금까지 시리아에 체류하며 하마스를 ‘원격 지도’ 하고 있다.
2002년 하마스 지도자 살라흐 셰하데 살해사건은 이스라엘의 표적살해 만행을 세상에 알린 계기가 됐다. 이스라엘의 F16 전투기들이 가자 지구의 아드-다라지 주거구역에 있는 살라흐 셰하데의 2층집에 미사일을 폭격, 셰하데와 함께 갓난 아기와 어린이 7명 등 14명이 숨졌다. 2004년 이스라엘은 시각장애인이자 지체장애인이었던 하마스 창설자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과 후계자인 압델 아지즈 란티시를 잇달아 미사일 공격으로 살해했다.

국제법은 주권 국가에 반대하는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 없이 개인을 살해하는 행위를 모두 금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반발이 많다. 2003년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엘알 전투기 조종사들을 비롯, 파일럿 30여명이 단 할루츠 공군 참모총장에게 “팔레스타인 인구밀집지역 내 목표물을 공격하라는 명령은 거부하겠다”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 일로 이스라엘 내에서도 논란이 불거졌지만 2006년 이스라엘 대법원은 “표적살해는 테러에 맞서기 위한 정당한 방어수단”이라며 군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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