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판 그림이 페이지마다 들어가있는 동화책인데도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훨씬 더 와닿는 그런 책들이 있다. 이른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류가 보통 그렇긴 하지만, `진지한씨…'와 `슈펙…'은 순전히 아이들을 위해 쓰여진 책들인데도 어른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언제나 자정이 되기 전 잠드는 회사원 진지한씨. 틀에박힌 생활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진지한씨가 어느날 자기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증조할아버지 시절부터 자기 집에 살아온 유령을 만난다. 그 순간부터 말 붙이기 힘들고 진지하기만 했던 진지한씨의 생활이 바뀐다!
현대인은 대부분 바쁘고, 대부분 진지하다. 때로는 왜 이렇게 쳇바퀴돌리는 다람쥐처럼 매일매일 똑같이 살아가야 하나 싶지만, 사실 그런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아볼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진지한 아저씨처럼. 유령과의 만남이라는 사건 이후 진지한씨는 놀랍고도 신기하게, 아주 즐겁게 변해간다. 소심하고 조용한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유령의 친구되기 작업. 생활의 변화는 아주 작은 것에서 올 수 있다는 것, 누군가와 친구되기가 그리 힘들지만은 않다는 것,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열면 커다란 즐거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동화책다운 교훈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런 교훈이 필요한 것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아닐까.
(이 책 아주 재밌음)
`슈펙…'은 `교양있는 돼지'가 아니라, `스스로 교양있고 영리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돼지' 슈펙의 모험담을 그린 동물소설이다.
여러 동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셰펠 농장. 툭하면 시비걸고 불평하는 돼지 슈펙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귀족 집안 출신이라 허풍떨고, 모르면서도 아는척하고, 용기를 과시하려다 곤경에 빠지고야 마는 슈펙은 분명 잘난척하기 좋아하는 인간들에 대한 풍자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 외에 `슈펙…'이 갖고 있는 장점이라면, 도시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농장의 사계절을 선사해준다는 것. 만물이 사랑에 빠지는 봄, 개구리가 울어대는 여름, 도토리가 익어가는 가을, 시린 공기가 코끝을 파고드는 한겨울의 풍경이 모두 담겨있다. 카툰 풍의 삽화도 볼만 하다.
(그저그렇게 재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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