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버나드 루이스, '이슬람 1400년'

딸기21 2003. 8. 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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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1400년. 원제 The world of Islam
버나드 루이스. 김호동 옮김. 까치글방

이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싶어하는 사람에게는 버나드 루이스의 책은 필수다. '서구 중심 시각'이라는 비판이 만만찮기는 하지만, 어쨌든 루이스만큼 이슬람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풍부하게 알고, 펼쳐보일 수 있는 학자가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학자로서, 저술가로서 루이스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중동 정치나 유럽과의 관계 못잖게 이슬람 사회의 제도와 조직체계, 도시생활, 문학, 미술, 건축, 음악까지 사회문화적 측면들을 다양하게 소개했다. 화질은 떨어지지만 삽화와 사진도 많이 넣었다. 사실 루이스가 아니면 서구의 어느 학자가 이란의 시와 아다브 문학, 모스크의 건축원리같은 것들을 이렇게 한 상 요란하게 차려줄 수 있을까.

그런데 공부삼아 루이스의 책을 읽다보면 그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불만이 많이 생긴다. 이 주제 저 주제를 넘나들다보니 정신이 없다고 할까. 일목요연하게 꿰어지지가 않는다. 또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펼쳐놓지만 글이 그다지 아름답지가 못하다. 역시나 저술가의 책이라기보다는 '학자의 책'이어서일까. 게다가 투르크(오스만)를 중심에 놓고 있기 때문에(이것이 바로 서구적인 시각) 아랍의 본류를 놓치기가 쉽다.

더욱이 치명적인 약점은- 1976년에 쓴 것이다보니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점. 이건 작가를 탓할 일은 아니지만, 무려 이란 팔레비왕조 시절에 쓴 책이라니. 79년 호메이니 혁명 이후의 이슬람은 그 이전의 이슬람세계와는 드라마틱하게 달라졌다. 그것을 반영하지 못해 '옛날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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