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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히스토리를 넘어서
고모리 요이치 | 다카하시 데쓰야 (지은이) | 이규수 (옮긴이) | 삼인 | 2000-04-10
일본 지식인 18명의 '내셔널리즘 비판'을 묶은 것인데,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서경식의 에세이에서 극우파들의 주장이 투영되는 매스컴의 문제, 전쟁과 성폭력의 문제 등을 다소 잡다하게 엮어놨다. 일본 내에서의 역사논쟁을 상세히 알고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글도 있고 해서 전반적으로 재미는 없었다. '내 어머니를 모욕하지 말라'는, 서경식의 절규를 읽으면서 좀 울기는 했다.
1. 결국 역사란, 감출수 있는 것도, 감춰서 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역사는 파헤치고, 읽어내고, 기억해야만 하는 것이다.
2. 모순은 아래로, 아래로 향한다. '식민지의 가난한 여성'들에게 가해진 가장 극단적이고, 또한 근원적인 형태의 폭력. 그렇기 때문에 종군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국의 '식민주의 청산' 내지는 '평화'를 향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과제다.
3. '건전한 내셔널리즘'은 가능한가.
이 책중의 어느 필자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민족이란 근대에 형성된 허구적 개념이라 얘기하더라도 어쨌든 우리는 네이션의 테두리 안에서 살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내셔널 카테고리와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4. 한국에서 내셔널리즘의 문제, 역사교육, 평화의식, 등등.
게으름 때문에 생각하기를 잊고 지냈던 문제들을,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좀 해보게 된 것이 수확이라면 큰 수확이다.
이거 일본어로 읽은거냐? 건전한 내셔널리즘은 없다...음..공감. 뭐든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건전하다는 수식어를 붙인다는 건 좀 우습지. '건전'이란 것 자체가 원체 '타협'의 산물이니까. | X |
아닐껄요^^ 음.. 내셔날리즘의 문제는 미묘하긴 하지만 저도 여니님 의견에 동감. 네이션 또는 내셔날리즘은 역사적으로 인간들의 많은 열정을 삼켜먹은 괴물이지요. 지금 어떤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 하더라도 국가를 통한 활동은 결국 좋지 않은 결과가.. 그러고보니 <에덴>이란 만화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군요. "사람들은 고향을 찾다가 국가를 만든다" 정확하지 않은 인용이긴 합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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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습니다 ^^;; 사람들은 고향을 찾다가 국가를 만든다고. 멋지게 들리긴 하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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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이란 근대에 형성된 허구적 개념이라는 말 자체가 허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민족은 분명히 존재하며, 민족이라는 말이 없었을 때조차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민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언과 비슷한 맥락으로 봐야 합니다. 물론 제가 개인과 민족의 존재론적 위상이 동등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귀에 솔깃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민족주의의 폐해가 크다고 해서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일 뿐입니다. 물론 이건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이지만, 민족이라는 개념이 매우 엉성하다고 말한다면 존재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엉성하다고 말해야 하지 않는가 라고 생각합니다. 좀더 선정적으로 말한다면 민족이 허구면 삼라만상이 다 허구다. 물론 민족 개념의 허구성과 존재 일반 개념의 허구성에는 같은 점과 다른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횡설수설이 됩니다만, 민족은 없다고 말하면서 내셔널리즘 문제에 접근한다는 것은 건전하지 못하다. 진정으로 민족이 허구일 시기도 올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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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잘은 모르겠고, 왠지 요즘 공부하는 지젝의 이론이 생각나네요. 이 사람 견해는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사람 견해에 따르면 민족은 존재한다 그러나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즉, 특수자들을 매개하는 보편자로서 혹은 비동일자와 대립되는 동일자로서의 민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은 하나의 보편자인데, 그것은 여러 특수자들 가운데 '보편적 기능'을 담지하는 특정한 예외자를 설정하고 이 예외자를 공제함으로써만 하나의 보편자로 사후적으로 재구성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결국 민족이란 보편자는 지구상의 무수한 특수한 민족들의 내적 한계라는 의미에서만 보편자로 존재한다 뭐 이런...한마디로 말해서, 보편적 개념으로써의 민족은 자신의 불가능성, 자신의 한계지점에 의해서만 표시되는 보편자라는 것입니다. 이런 시각의 정치적 함의는, 민족을 하나의 실체로보는 본질주의적 시각과 민족이란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소위 해체주의(?)적 시각의 일면성을 극복한다는 것인 듯합니다. | X |
음... 동물적 감각으로 판단컨데^^...사회적 건전성을 지향하는 절충주의군! (지젝은 암것도 모름^^;;) | X |
뭐..절충주의자라기보다는, 환상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라고 봐야겠지요. 언니, <그들은 자신이 한 일을 모르나이다>를 한번 읽어보세요.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이게 바로 헤겔을 정치적으로 재해석한 대표적인 책이예요. | X |
어려버요... | X |
응, 알았어. 근데, <그들은 자신이 한 일을 모르나이다> 제목이 선정적이다.^^ 내용은 뇌세포가 몇백개내지 몇천개는 사망하게되는 그런거 아닐까..한두번 속았어야지! | X |
지젝의 말은 알쏭달쏭하긴 하지만 제가 이해하기는, "민족은 여집합으로만 정의되는 집합"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민족에 대해 이 정도 이상으로는 정의할 수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윽박지르듯 되물으면 누구나 자신있게 yes라고 대답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제가 말한 것은, 모든 존재의 정의에는 이 정도의 모호함이 있다는 것입니다. 재미로, 지젝의 말에 민족이라는 단어를 여러 가지로 대치해서 한 번 읽어 보십시오. 예를 들어 민족 대신에 가족, 자아, 물질, 공간 등의 단어를 넣어 보세요. 물론 말이 안되는 곳도 있지만, 약간의 수정으로 말이 되게 할 수 있는 경우가 꽤 있을 겁니다. 전혀 아니라구요? 아니면 말구요^^ 여하간에, 민족주의 분쟁 앞에서 민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이기심에 불타는 사람 앞에 자아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법하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유럽은 정치 단위와 민족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았는데, 근대에 들어오면서 어떤 필요에 의해 정치가 민족이라는 개념에 동원령을 내렸습니다. 이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동원된 군대가 불필요해져서 해산령을 내렸는데도 이 군대는 이미 통제를 상실하고 제멋대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 민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매우 정치학적인 시각이고, 또 그만큼 정치적인 발언입니다. 그것도 유럽적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적 발언인 것 같습니다. 민족이란 근대 국가 형성기에는 필요했지만 현재의 유럽 통합(과 비유럽권 수탈)에는 방해가 되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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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사님 말씀도 굉장히 중요한 지적인 것 같습니다. '민족은 허구다' 라고 주장하는 것의 정치적 목적은 분명하지요. 하지만 목적은 목적인 것이고, 현실적으로 '민족'이라는 말이, 내지는 감정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 '그런 건 없다'고 얘기한 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다만, 너무나 절대적인 걸로 생각하지는 말자, 라는 거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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