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명 이상이 숨지고 수많은 난민이 발생한 시리아 사태가 끝이 보이지 않는 극단적인 참혹상으로 치닫고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내전을 벌이고 있는 반정부군이 정부 측 병사의 시신을 훼손한 뒤 장기 일부를 먹는 끔찍한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됐다고 BBC방송이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비디오에는 반군 남성이 등장해 정부군 병사의 시신을 훼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남성은 “신에게 맹세하기를, 바샤르의 개인 너희 군인들의 간과 심장을 꺼내 먹을 것”이라고 말해, 의도적으로 정부군을 겁주기 위해 잔혹행위를 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반군이 홈스라는 도시에서 봉기를 일으킨 유명한 반군 지도자인 아부 사카르이며 그의 잔혹한 행위는 전쟁범죄에 해당된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반정부세력을 대표하는 야당 연합체도 그를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잔혹행위로 파문을 일으킨 시리아 반정부군 아부 사카르. 사진 BBC 웹사이트
아부 사카르는 2011년 홈스에서 창설된 무장조직 ‘알파루크 이슬람 여단’의 일파인 ‘오마르 알파루크 여단’의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홈스는 정부군 기지가 있던 도시로, 반군과 정부군 간 격렬한 교전이 벌어졌으며 올들어 화학무기가 사용된 흔적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알파루크 이슬람 여단은 야당 조직인 자유시리아군 산하에 들어가 있으며, 지난해 2월 홈스에서 일어난 정부군 공격작전을 주도한 단체로 알려져 있다. 시리아 소식통들은 이 단체 조직원이 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아부 사카르는 이미 이전에도 반인도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레바논에 있는 시아파 마을을 공격해 헤즈볼라 조직원들을 살해한 뒤 시신들 사이에서 포즈를 잡는 동영상이 있다는 것이다. 레바논 시아파 중심의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가까운 관계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아부 사카르의 시아파 마을 공격과 헤즈볼라 학살 역시 전쟁범죄라고 규탄하고 있다.
반군 조직의 이런 만행이 드러나면서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지원해주고 있는 미국과 서방국들은 당혹스런 처지가 됐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는 시리아 정부가 자국민들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의혹이 있다면서 이를 ‘게임 체인저(상황을 바꾸는 변수)’라고 규정한 바 있다. 미국과 영국·프랑스 등은 시리아 정부를 상대로 한 군사행동과 거리를 두는 대신 반정부 세력에게 군사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엔 조사단 관리가 “반군이 화학무기를 쓴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히면서 입장이 곤란해졌다.
이번 동영상을 통해 1990년대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내전 때와 비슷한 끔찍한 범행이 알려짐으로써, 반군의 도덕성은 치명타를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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