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서 오신 분이 나눔문화에서 강연한 내용입니다. 저는 직접 강연을 듣지는 못하고 메일로 받아봤는데요, 기분이 좋아지는 글이다 싶어 옮겨놓습니다.
북극의 자연과 삶의 풍경
따리예 리스버그 ㅣ 노르웨이 판화작가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제 강연의 내용은 자연과 사회의 관계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제가 오늘 이야기할 지역은 스발바드라는 군도인데, 위치가 노르웨이와 북극의 중간지점입니다. 세계지도에서 보면 오른쪽 밑에 서울이 있고 노르웨이는 좌측 상단에 있는데, 스발바드 군도는 노르웨이에서 약간 오른쪽 위로 북극과의 사이에 있습니다. 스발바드는 시베리아보다 위도가 높으며 북극해 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스발바드 군도는 세 개의 큰 섬과 작은 몇 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곳에는 오래 전부터 뿌리를 두고 살아온 토착민이 없으며, 석탄을 캐러 온 광산 노동자들이나 기지 개발자들, 과학자 및 관광객들만 머물고 있습니다.
제가 예술 작업을 하면서 스발바드 군도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문명이나 사회의 흔적이 없는 곳에 가면 자연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신을 믿지 않고 자연을 믿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스발바드에 가기 전부터 인간 활동이 거의 없는 곳에서 자연과 긴밀한 접촉을 하면서 자연과 나의 특별한 관계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작품세계도 주로 그런 것이었는데, 스발바드 군도를 발견하면서 더욱 자연의 헐벗음과 장엄함에 가까워졌습니다. 스발바드는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엄청나게 고요합니다. 그 고요 속에서 인간이 사는 조건에 대해서, 자연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스발바드 풍경은 수 천년, 길게는 수백만 년 된 것입니다. 스발바드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헐벗었다고 할까, 겨울에도 눈이 별로 없는 얼음 사막의 풍경 때문입니다. 아시
다시피, 유명한 백야 현상이 스발바드 군도에서도 나타납니다. 태양이 낮이나 밤에도 똑같이 떠있는 현상이지요. 저는 한밤중에 일광욕을 한 적도 있습니다. (웃음) 겨울에는 해가 비치지 않아, 햇빛은 지평선에서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겨울에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달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스발바드는 아주 아름다운 곳인 반면 사람들에게 매우 위험하기도 합니다. 혼자 있거나 몇 명이 소그룹으로 있다가 자칫 실수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곳 자연은 거칠고,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관심해서 우리가 무엇을 하든 상관을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스발바드에 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너무 거대해 인간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그런 장엄한 풍경...
여름에 한 두달 정도는 눈이 녹는데 그 기간 동안은 생물도 볼 수 있습니다. 여름이 되면 군도에는 흙과 바위가 모습을 드러내고 눈과 얼음도 서로 어우러져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섬은 멕시코에서 난류가 흐르기 때문에 겨울에도 얼지 않습니다. 그중에서 물고기 사진을 보여드리면, 이것은 송어과에 속하는 물고기인데 호수에서 일년 내내 삽니다. 그 차가운 호수에서 어떻게 살 수 있는지 궁금하시지요? 물은 섭씨 4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데요.
호수는 겨울에는 늘 얼어 있지만 여름에 얼음이 녹으면 표면이 태양열을 받아 섭씨 4도가 되어 높아진 밀도로 인해 표면의 물이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그러면서 열이 호수 밑에 저장되어 겨울에도 겉은 굉장히 두꺼운 얼음으로 덮이지만 이런 호수 밑에는 따뜻한 열이 있는 것입니다. 스발바드 군도의 땅은 지표가 꽁꽁 얼어있지만, 겨울에 수면이 조금 얼지 않는 덕분에 물고기가 살 수 있는 것이지요.
여름에는 바다 표면에 안개가 생겨서 장관입니다. 꽃도 있지요. 여름에 안개가 비칠 때 이곳은 마술과 같은 모습을 띠게 됩니다. 겨울 사진 50여장 보여드릴 텐데 여기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을 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보시면서 제가 어떤 경험을 했으며, 자연의 신비스러움과 위험천만함을 동시에 잘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스발바드는 노르웨이가 약간의 주권을 가지고 있어 소유권을 좀 주장할 뿐이지만, 우리 인간 모두의 소유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사람도 그곳에 몇 분 계신데, 한국환경학자들이 연구하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마지막으로 지구 전체의 사진 가운데서 스발바드 땅을 바라보면 파란 색의 대기권이 얼마나 맑은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대기권을 보며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 그 지구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아주 작은 존재입니다. 우리 인간의 처지가 조금 전에 보았던 북극의 물고기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서울이나 오슬로에 앉아 계신다면, 자기만을 생각하는 나르시즘에 빠질 수 있지만 스발바드에서는 자연을 강하게 느끼고 ‘내가 이곳에 있다’는 자연과 우주 속의 나에 대해 절감하게 됩니다.
저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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