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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제 기관차’로 불리는 거대개도국들이 브라질에 모였다. 거대개도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중국,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들은 일제히 “이제는 일극이 아닌 다극적 국제질서로 가야한다”면서 서방 선진국 위주로 돌아가던 세계질서에 반기를 들었다.
‘브릭스(BRICs)’라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국 정상은 15일 브라질리아에 모여 개도국들의 목소리를 더욱 많이 반영, 국제금융질서를 시급히 고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의를 주최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현재의 기구들은 정통성이 결여돼있다”며 국제금융체제에서 개도국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상들은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새로운 금융질서에 개도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공동대응을 하기로 약속했다.
네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모든 종류의 무역 보호주의에 반대하고 4개국 간 교역을 활성화하며 해당국들 통화 결제를 늘릴 것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시장 보호조치들에 저항하고 달러화 결제비중을 줄이겠다는 선언이다. 러시아와 중국 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뒤 달러화의 위상에 계속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번 회의를 통해 달러 결제를 줄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새로운 세계 기축통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성명에서 뺐다. 로이터통신은 미 재무부 채권 최대 보유국인 중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브릭스 4개국은 G7 등 선진국 중심의 회의기구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러시아에서 첫 정상회의를 열었다. 당초 이번 회의는 이틀간 열릴 예정이었지만 중국 칭하이성 지진으로 후진타오 주석이 급하게 귀국해야 해 일정이 하루로 줄었다.
인도·브라질·남아공 3개국(IBSA)은 같은 날 브릭스 회의에 앞서 정상회의를 열었다. 세 정상은 개도국을 위한 도하개발어젠다(DDA)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하고 3국간 협력 강화를 약속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서 세 정상은 중동 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강도높게 비판, 눈길을 끌었다. 선언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불법 점령과 생필품·의약품 등의 이동을 막는 봉쇄조치를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3국간 경제협력과 관계강화 같은 지역문제가 아닌 ‘글로벌 이슈’에 대해 이들 거대개도국 정상들이 공개적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고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전했다. 앞으로 국제문제들에 대해 발언권을 높이고 중재자로 적극 나서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룰라 대통령은 최근 이·팔 정상들을 만나 중동중재자 역할을 새로 자임하고 나선 바 있다. 싱 총리는 브릭스 회의에서 “우리는 다극적이고 대등하고 민주적인 세계질서를 지지하며 유엔이 범지구적인 도전들에 맞서 중립적인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더이상 서방 국가들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상회의장 밖에서도 분주히 악수들이 오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남미 방문길에 아르헨티나를 들러 경제협력을 약속했고, 중국은 브라질과 경제·에너지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5개년 행동계획’에 합의했다. 이 중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아쿠 항구에 중국 우한강철이 50억달러 규모의 제철소를 짓는 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 중국석유화공(시노펙)과 브라질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도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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