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새로쓴 일본사

딸기21 2004. 10. 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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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쓴 일본사 要說 日本歷史 (2000)
아사오 나오히로 엮음. 연민수, 이계황, 임성모, 서각수 옮긴김. 창비 2003-03-20




‘새로쓴’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역사책치고는, 특별히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되었다거나, 좌파적이라거나, 극단적인 뒤집어보기를 시도한다거나 하는 종류의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사에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나같은 몽매한 독자들 입장에서는, 일본사 개론서로 대단히 훌륭한 책이고, 까만 별 일곱개 정도는 주고 싶다.


책은 일본사를 선사시대에서부터 아주 최근(1990년대 이후)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그래서 책이 좀 두껍다). 단락별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의 글을 모아 엮었는데, 최근의 연구 성과와 학계 견해까지 되도록 수록하려고 애쓴 기색이 역력하다. 고대사와 중세사에 비해 아무래도 근현대사를 좀더 열심히 읽었는데, 일본의 ‘주류’ 역사학자들이 이 정도로 건강한 역사인식을 갖고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다.


일본 역사는 일본 역사이고. 책을 읽다보니 우리나라의 역사교과서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사회-생활사의 비중을 높인 것과 함께, 동아시아사(세계사) 속에서 일본의 행위를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현대 일본의 역사와 우리 역사는 워낙 얼키고 설킨 것이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조선(한국)의 역사 또한 좀더 세계사적 맥락에서 볼 수 있게 됐달까. 책을 읽으면서 첫번째 받은 느낌은, 우리나라 역사책(예를 들면 국사 교과서)이 우리 역사를 딱 국경 테두리 안에서만 다루고 있구나, 하는 거였다. 

국제관계 속에서의 한국사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적어도 내 기억 안에서는. 국제관계 속에서의 한국사라고 하면, 근대 이전에는 중국과의 ‘조공무역’ 때문에 어딘가 사대적으로 느껴져서 기분 나쁘고, 근대 이후에는 일본한테 잡아먹혔으니 또한 기분나빠서, 그래서 ‘심정적으로’ 역사책 안에서는 폐쇄적이 되고 국수적이 되었던 것일까. 


근대 이후의 역사 자체가, 일본에 비해 조선은 폐쇄적이고 배타적이고 바깥 사정에 어두웠으니 역사서술 또한 ‘동아시아(세계) 속의 한국’보다는 ‘조선의 역사’에 그칠 수 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겠고.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역사 서술을, 역사를 보는 눈을 울타리 너머로 좀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책은 일본 역사의 ‘변두리(류큐와 아이누)’를 비롯해서 민중생활사와 경제사까지 구석구석 빼놓지 않고 다루려 시도하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 다음에는 일본 근현대사를 중점적으로 다룬 책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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