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포로수용소를 폐쇄하라는 국내외 압력에 시달리던 미국 정부가 수감자들에게 제네바협약의 전쟁포로 처우 규정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수감자 인권보호를 위한 결정이라는데 의미를 두고 있지만, 수용소 폐쇄 요구를 희석시키기 위한 방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BBC방송 등 외신들은 11일 미 국방부가 고든 잉글랜드 부장관 명의로 내부 지침을 내려 관타나모 등 전세계 미군기지에 갇혀 조사를 받고 있는 `테러용의자'들에게 제네바협약을 적용토록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면서 "미국은 지금까지도 수감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해왔다"며 "이번 지침이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현재 세계 곳곳에 1000명 정도의 `테러용의자'들을 가둬놓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그 중 450명 가량은 관타나모에 수감돼 있고, 나머지는 유럽과 아시아 등지의 미군 시설에 갇혀 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뒤 아프간과 파키스탄 등지에서 체포한 알카에다나 탈레반 용의자들은 관타나모에서 5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고문 등 비인간적인 처우가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됐었다. 지난해 일어난 쿠란 모독 파문을 비롯해 수감자들의 잇단 자살과 단식 농성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앰네스티와 유엔 등이 수용소 폐쇄를 요구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 연방대법원이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미군 특별군사법정에서 재판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는 판결을 내렸고, 미국을 방문한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국 정상들도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촉구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군사재판을 계속하겠다면서 수용소 폐쇄 대신 `제네바협약 적용'이라는 미온책을 내놨다. 당초 알카에다·탈레반 `용의자'들을 수감할 당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그들은 불법 전투원(unlawful combatants)일 뿐 전쟁포로(PoW)가 아니다"라면서 제네바협약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었다.
◆ 제네바협약이란
제네바협약은 적십자사를 창설한 스위스인 앙리 뒤낭의 제안으로 1863년 만들어진 것으로, 전쟁터에서 부상자나 구호요원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간 협정이다. 미국측이 적용키로 한 제네바협약은 1941년8월 체결된 `포로의 처우에 관한 3차 제네바협약'을 말하며 보통 `제3협약'이라 불린다.
이 협약은
▲무기를 버린 전투원이나 질병 등으로 전투력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인종과 종교, 빈부 등에 상관없이 인도적 대우를 할 것 ▲억류 중인 포로에게 위해를 가하지 말 것 ▲포로를 대중의 호기심과 모욕으로부터 보호하고 정신적, 육체적 고문을 금지할 것 ▲전쟁포로에게는 정식 재판을 받을 기회를 적용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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