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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실패한 국가' 되나

딸기21 2007. 8. 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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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한국인 납치사건에서 드러난 아프가니스탄의 혼돈 상태,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배후기지가 된 파키스탄 정정불안 문제가 연일 외신을 달구고 있다. 특히 14일 건국 60주년을 맞는 파키스탄의 현실에 대해 `실패한 국가(failed state)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있다. 영국 BBC방송은 11일 "파키스탄의 반복되는 역사"라는 기사에서 `탈레반화(化)'한 파키스탄의 실태를 거론하며 국가 관리의 실패를 분석했다.

파키스탄 `실패한 국가' 되나

`실패한 국가'는 `깡패국가(rogue state)'라는 개념이 비판에 부딪치자 미국이 그 대안으로 내놓은 개념이다. '깡패국가'가 북한, 이란, 시리아, 사담 후세인 시절의 이라크처럼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들을 국제사회의 무뢰한으로 몰아붙이기 위해 만든 개념인 것과 달리 '실패한 국가'는 해당 국가의 총체적 '국가 운영 실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의 이라크와 아프간 혹은 소말리아 같이 무정부상태에 이른 국가들이 '실패한 국가'에 해당된다.
파키스탄은 건국 이래 세속주의를 지탱해온 '정상국가'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최근 아프간 상황이 혼란으로 치달으면서 무장세력의 기반이 되고 있는 파키스탄도 `실패한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BBC는 법치 실패, 국가제도 붕괴, 국민통합 과정 실패, 시민사회의 몰락 등으로 볼 때 파키스탄도 `실패한 국가'로 향하고 있다며 건국지도자의 실책과 미국의 정책 잘못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파키스탄을 세운 무하마드 알리 진나(1876-1948)는 마하트마 간디, 자와할랄 네루 등과 함께 인도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인물. 그러나 그는 간디, 네루가 이끄는 힌두 세력 중심의 국민회의와 결별하고 1947년 무슬림의 분리독립을 추진했으며 인도 독립보다 하루 앞선 8월14일 신생 파키스탄의 독립을 선포했다. 그에겐 두 가지 실수가 있었다. 첫째는 우르두어를 쓰는 파키스탄 주류 민족과 달리 벵골어를 사용했던 동파키스탄 벵골족을 탄압한 것. 이는 결국 격렬한 내전과 수십만명의 민간인 학살, 1971년의 방글라데시 분리를 초래했다. 두번째 실책은 이슬람주의와 서구식 선거제도를 어설프게 뒤섞어 불안정한 정치구조를 만든 것이다. 진나는 아프간 접경 북서변경주 통치자로 이슬람주의자를 임명, 오늘날 무장세력의 온상이 되게 만들었다.

쿠데타 세력 지원한 미국의 원죄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미국의 잘못이다. 미국이 파키스탄에 대규모 재정지원을 시작한 것은 1950년대 민간 정부를 무너뜨린 아유브 칸의 군사정권 때였다. 미국은 파키스탄을 소련에 맞선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 독재정권을 지원했다. 1972년 파키스탄에 민선정부가 들어서자 미국과의 관계는 나빠졌다. 민족주의를 내세운 줄피카르 부토 정권은 5년 뒤 무너졌다. 미국은 1977년부터 지아 울 하크 장군의 쿠데타 정권을 다시 지원했다.
1998년 나와즈 샤리프 총리가 이끌던 민간 정부를 전복시키고 군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무샤라프 대통령이 무혈 쿠데타로 집권하자 미국은 또 쿠데타정권을 지원했다. 군부독재정권을 일관되게 밀어준 미국의 행태는 파키스탄 내 이슬람세력이 목소리를 높이고 반미, 반서방 무장투쟁 노선에 나서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고 BBC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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