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구정은의 '세계, 이곳' 6

[구정은의 '세계, 이곳'] 이스라엘 조종사들의 보이콧과 사막 도시 베르셰바의 역사

이스라엘 남부의 하체림 Hatzerim 공군기지. 네게브 사막의 중심도시인 베르셰바 Be'er-Sheva 외곽에 있는 기지다. F-15I 전투기를 운용하는 69비행대대, F-16I 조종사들로 이뤄진 107 비행대대 등이 이 기지에서 근무한다. 이 공군기지에 갑자기 이스라엘 전역의 시선이 쏠렸다. 장거리 임무를 수행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편대인 69비행대대 40명의 예비역 전투기 조종사들 가운데 37명이 훈련을 보이콧한 것이다. 이들은 8일로 예정돼 있던 훈련을 거부하고 군 상층부와의 협상을 요구했다. 5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들은 훈련에 참가하는 대신 “민주주의와 국민 통합을 위한 담론과 사색에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며 “기지로 가겠지만 훈련이 아니라 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

[구정은의 '세계, 이곳'] 내전, 지진... 알레포의 진짜 적은 어쩌면

지진이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했다. 시리아 최대도시 알레포의 유적도 피해를 입었다. 인프라는 내전으로 이미 무너진 상태였다. 툭하면 정전에, 콜레라마저 돌고 있었다. 그런 곳에 지진이 겹쳤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건물이 무너져 주민들을 덮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AFP통신은 가족 12명을 잃은 남성의 절규를 전했다. "잔해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구출할 방법이 없다, 구해줄 사람도 없고 장비도 없다." 내전은 거의 끝났다지만 알레포는 여전히 정부가 통치하는 지역과 야당 혹은 무장세력 구역인 곳으로 나뉘어 있다. 그러니 효과적인 구조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얼어붙은 날씨와 비바람마저 구조를 방해한다. 내전 기간 도시에서 공방이 벌어지는 동안 어떤 이들은 20여차례나 피란길에 올랐다 ..

[구정은의 '세계, 이곳'] 탕헤르와 '아틀라스의 사자들'

모로코 북쪽, 항구도시 탕헤르. 초록빛 지붕에 흰 벽을 이은 지중해식 집들, 유럽풍 건물과 모스크가 공존하는 곳.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에서 창문을 열고 몸을 밖으로 내민 젊은이들이 붉은 국기를 흔들며 함성을 지른다. 유튜브와 틱톡에 올라온 모습이다. 프랑스와의 대결은 패배로 끝났지만 카타르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킨 모로코는 축제 분위기다. 모로칸월드뉴스, 'Morocco’s Honorable World Cup Journey Ends Despite Brilliant Performance Against France' 스페인식으로는 탕헤르, 프랑스어로는 탄지에르, 토착민 베르베르족과 아랍의 언어로는 탄자. 복잡한 역사가 복잡한 이름에 새겨져 있는 도시다.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스페인 남단 알헤시라스와 ..

[구정은의 '세계, 이곳'] 샤름엘셰이크의 기후회의, "이집트가 돌아왔다"

브라질에서 최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재집권하며 남미 좌파 정치의 부활을 알렸다. 극우파 정권 밑에서 세계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브라질이 다시 변화의 바람을 탄 것이다. '룰라의 귀환'을 국제사회에 실감시켜준 장면이 있었다. 이집트 시나이반도 휴양지 샤름엘셰이크에 그가 16일 나타나자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세계 언론에 잡혔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27차 당사국총회(COP27) 참석차 방문한 이곳에서 룰라는 전 정권 시절 파괴된 아마존 열대우림을 복원하고 '기후 범죄자'들을 쫓아내겠다고 약속했다. 룰라의 재기를 보여준 샤름엘셰이크. 이전 같았으면 기후대응 논의와는 거리가 멀었던 곳이다. 홍해 연안에 위치한 인구 7만3000명의 작은 도시로 이집트인들은 흔히 ‘샤름’이라 줄여 ..

[구정은의 '세계, 이곳'] 마다가스카르 외교장관은 왜 쫓겨났을까

인도양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외교장관이 해임됐다. 현지언론 마다가스카르트리뷴은 18일 리샤르 란드리아만드라토 외교장관의 모든 일정이 취소되더니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전격 해임됐으며 국방장관이 당분관 외교부 일도 맡아 한다고 보도했다. 이 나라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다. 2019년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로 외교장관이 4번 바뀌었다. 해임된 란드리아만드라토는 경제재정부 장관을 지낸 사람인데 그 때도 구설에 올라 물러났다. 지난 3월 내각에 복귀했을 때에도 말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해임은 늘 있어온 정치 다툼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유엔 총회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승인 없이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찬성했다가 물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유엔 총회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4개..

[구정은의 세계, 이곳] 우크라이나의 핵 중심 자포리자

자포리자 Zaporizhzhia.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주의 중심도시다. 드니프로 Dnipro(Dnieper) River 강변에 자리잡은 이 도시에는 올 초까지만 해도 71만명이 살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발원해 우크라이나를 거쳐 흑해로 흐르는 2200km 길이의 강이 자포리자를 두 구역으로 나눈다. 강 가운데에는 호르티차 섬이 있다. 자포리자 사람들은 섬을 기점으로 넓은쪽 강물을 ‘옛 드니프로’, 좁은 쪽을 ‘새 드니프로’라 부른다. 자포리자는 ‘느려지는 곳’이라는 뜻으로, 드니프로 강의 물살이 느려지는 지점에 있다 해서 나온 이름이라 한다. 자포리자의 사진들을 찾아보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호르티차 섬과 오래 전 이 일대에 살았던 ‘자포리자 코사크’ 부족의 문화를 간직한 옛 성채의 아름다운 풍광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