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과학, 수학, 의학 등등 101

린 마굴리스,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김영 옮김. 리수. 6/7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히 슈뢰딩거의 그 유명한 강연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언젠가 슈뢰딩거 트리니티 강연 50년을 맞아 펜로즈, 굴드, 다이아몬드 등등 쟁쟁한 이들의 글을 모은 을 읽으면서 번역;; 문제로 골치아팠던 기억이. 이 책은 아주아주 재미있다. 이것도 를 통해 알게 됐는데, 근래 읽은 최고 재미난 책이다. 슈뢰딩거의 질문 이후, 50년 플러스 알파의 시간이 흐르면서 생명을 보는 우리의 시각이 얼마나 많이 확장됐는지를 생각해봄. 기후위기라는 달갑잖은 액셀러레이터가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1944년에 출간된 명저

닉 보스트롬 '슈퍼인텔리전스'

슈퍼인텔리전스 - 경로, 위험, 전략 닉 보스트롬. 조성진 옮김. 까치 경제학자 로빈 핸슨은 과거의 경제, 인구 수치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의 규모가 이전보다 2배 증가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을 다음과 같이 추산하고 있다. 즉 홍적세(Pleistocene)의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22만4,000년이 소요되었고, 농경 사회에서는 909년이, 그리고 산업 사회에서는 6.3년이 걸린다고 한다 (핸슨의 모델에서는 현시대의 발전 양상을 농업과 산업이 혼합된 형태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세계 경제 전체를 보았을 때, 현재의 증가율이 산업 사회의 증가 기간인 6.3년에 아직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과거의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에 견줄 정도로 큰 변화를 일으키는 새로운 발전 단계로 이행할 수 있다면, 세계 ..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7월 한 달 동안 기계, 인공지능, 자율주행, 나노기술 등에 대한 책을 몰아서 읽었다. 아무래도 이 부분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또 당장 주어진 미션(언제 달성할지 모르지만)이 있기도 했고. 첫번째로 잡은 것이 스웨덴 태생의 미 MIT 물리학교수 맥스 테그마크의 (백우진 옮김. 동아시아)이었다. 집에 쟁여둔 지는 좀 됐는데 게으름피우고 있다가 끄집어냈다. 손에 잡자마자 순식간에 읽었다. 아주 재미있었다. 저자는 생명을 1.0, 2.0, 3.0으로 구분한다. 1단계는 박테리아이고 2단계는 인간이다. 3단계는 진화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몸과 의식)를 학습하고 설계해나가는 단계, 즉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대체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이기도 하다. 대체할..

페드루 페레이라, '완벽한 이론'

완벽한 이론-일반상대성이론 100년사 페드루 페레이라. 전대호 옮김. 까치. 일전에 읽은 에 이어, 이번엔 상대성이론 100년사. 과학적 상상력은 도통 없으니 책의 내용을 이해했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무쟈게 어려운 수학적 물리학적 설명을 대부분 생략하고도 이 책은 차고도 넘치게 재미있다. 양자혁명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역시 초반부의 주인공은 아인슈타인이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로 이어지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를 이어받고 뒤집어보고 궁리해보며 '우주'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수많은 물리학자들. 로저 펜로즈나 마틴 리스의 책은 한 10년 전에 읽어본 듯한데, 그 때도 "어렵긴 하지만 정말 멋지다!" 감탄하면서 읽었더랬다. 100년 전 상투메 프린시페에서 빛의 굴절을 관찰한 아서 에딩턴에서부터 프레디 ..

헬레나 크로닌, '개미와 공작'

오래도록 읽지 않은 채 꽂아둔 책들을 꺼내어 읽어야지 하면서 두꺼운 책 목록을 만들었다. 그 중 첫 번째로 꺼내든 것이 헬레나 크로닌의 (홍승효 옮김. 사이언스북스)이다. 사이언스클래식이니 책의 질은 높을 것으로 보이고... 추천사를 읽는데 꽤나 재미가 있었고, 누가 썼나 봤더니 최재천 교수님이다. ^^ ‘협동과 성의 진화를 둘러싼 다윈주의 최대의 논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책의 제목이 주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개미는 협동, 공작(의 그 쓸모없어 보이는 화려한 꼬리깃털)은 성 선택을 상징한다. 다윈주의가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던, 다윈주의의 의붓자식 혹은 다윈주의에 반하는 증거 따위로 생각됐던 이타주의(협동)의 진화와 성 선택이라는 두 가지 테마를 잡아서 그것들이 다윈주의 역사 속에 어떻게..

아구스틴 푸엔테스, '크리에이티브'

크리에이티브-돌에서 칼날을 떠올린 순간아구스틴 푸엔테스. 박혜원 옮김. 추수밭. 5/24 요새 이런 책을 어쩐지 연달아 보게 된다. 태영씨가 보내준 책을 회사 책상에 놓아두고 있다가 펼쳐들었는데 순식간에 읽었다. 스티븐 핑커의 (지난 주 참석한 독서모임의 어느 분이 '간지나게 꽂아두고 읽지 않은 책'으로 첫손 꼽았던)나 크리스토퍼 보엠의 , 제러미 리프킨의 와 프란스 드 발의 , 그리고 넓게 보면 유발 하라리의 . 각기 조금씩 결이 다르긴 하지만 모두 "인간의 본성은 폭력적이다"라고 말할 수 없으며 인간은 협력을 통해 진화했다고 말하는 책들이다. 는 주로 고인류학적 증거에 초점을 맞춰서 인류가 서로 협력하며 진화했다고 말한다. 거기에다가 '창의성'이라는 것을 결합시켰다. 누군가의 창의성이 협력을 통해 강..

프리먼 다이슨, '과학은 반역이다'

"50년 전 영국에서 수학을 공부할 때, 훌륭한 수학자인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는 나의 스승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에서 일반인에게 수학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하디는 응용할 데도 없는 아주 쓸모없는 추상적인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데 인생을 허비했노라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부의 분배에 불평등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술이 발전하거나 삶의 파괴를 더 노골적으로 조장할 때, 흔히들 과학이 쓸모 있다고 말한다.' 사방에서 전쟁의 포성이 귀청을 찢고 있을 때, 하디는 이 말을 썼다." (42쪽) 다시, 프리먼 다이슨. 이번 책은 (김학영 옮김. 반니)인데, 서평과 에세이가 적당히 섞여 있다. 이전 책들에서 이미 읽은 에피소드들이 좀 겹쳐 있고, 내가 접한 적 없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책에 대한..

베른트 하인리히, '귀소본능'

수세기 동안 뱀장어 새끼를 본 사람이 없을뿐더러 아직까지도 녀석들이 알을 낳는 모습은 목격된 적이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렁이가 자라 뱀장어가 된다고 믿었다. 투명해서 속이 들여다보이는 이파리처럼 생긴 뱀장어 치어는 대서양에서 목격된 바 있다. 가장 작은 치어는 사르가소해의 버뮤다 제도 남쪽에서 발견됐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은 뱀장어의 원산지, 다시 말해 산란 장소로 추정된다. 녀석들은 해류에 이끌려 플랑크톤처럼 이리저리 움직인다. 일 년이 지나 5~6센티미터 정도 자라면 제법 뱀장어의 형태를 갖추게 되지만 몸체는 여전히 투명하다. 그때쯤이면 녀석들은 헤엄도 치고 냄새로 강을 찾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이렇듯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생기의 실뱀장어(glass eel)는 연어와 달리 바다 냄..

공감의 시대

'공감의 시대'라는 제목을 가진 책 두 권을 연달아 읽었다. 제레미 리프킨의 (이경남 옮김. 민음사)는 매우 길었다. 840쪽, 양장본, 그야말로 벽돌책이다. 딱히 재미는 없었다. 이제 리프킨은 그만 봐야겠다. 이전의 책들은 대략 재미있었고 문제의식이 앞서나가는 것들이었는데 이번 책은 쓸데 없이 길다. 뭘 이렇게 길게 썼어... 뭘 이렇게 많이 인용했어... 그냥 기후변화, 환경파괴라고 쓰면 될 것들을 뭘 굳이 '엔트로피'라고 했는지. 리프킨의 책에 인용된 또다른 (최재천 옮김. 김영사)는 네덜란드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생물학자 프란스 드 발이 쓴 것이다. 책 표지에 설명이 많다. '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가', '이타성과 공정성의 생물학적 기원에 관한 탁월한 연구', '공동체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