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버려진, 남겨진, 잊혀진 11

[구정은의 세상]분리수거 대란? 세계의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까

중국이 한국산 재활용 폐기물 수입을 잠시 중단하면서 국내에서 ‘분리수거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원자재나 상품 못잖게 세계를 이동해 다니는 것들 중 하나가 ‘쓰레기’입니다. 쓰레기들은 어디에서 나와서 어디로 향할까요. 태평양 한가운데의 ‘쓰레기섬’ 플라스틱, 비닐 따위의 쓰레기들이 넘쳐나는 대표적인 장소는 태평양입니다. 여성들뿐 아니라 요즘에는 남성들도 적잖게 애용하는 각질제거제의 스크럽 알갱이들, 미국인들이 대형마트에서 카트에 쌓아 담는 여섯 개 묶음 맥주 팩의 비닐 고리, 페트병 뚜껑, 폴리스티렌 포장, 샌드위치를 쌌던 랩 조각, 검은 비닐봉지, 엉켜서 못 쓰게 된 그물. 잘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따위로 이뤄진 이런 쓰레기들이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 태평양에서 모입니다. 하와이에서 북동쪽으로 ..

'외로운 조지'와 거북 이야기.

‘외로운 조지 Lonesome George’. 2012년 마지막으로 숨진 갈라파고스의 핀타섬땅거북 Pinta Island Tortoise의 이름이다. 그 종 가운데 홀로 남아 오랜 세월을 버텨야 했기에 ‘외로운 조지’라는 별명이 생겼다. 조지는 1971년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타 섬에서 발견됐고 이듬해 푸에르토 아요라 Puerto Ayora에 있는 찰스 다윈 연구소 Charles Darwin Research Station로 옮겨졌다. 이미 그 시절 이 종은 모두 사라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한 마리 살아남은 거북을 어떻게든 번식시키려고 과학자들이 노력을 기울였다. 2008년에는 실제로 조지와 ‘합방’을 한 거북 암컷 두 마리가 알을 낳았고, 희망이 솟아났다. 그러나 모두 ‘불임된’ 알이었다. 조지는 갈..

디트로이트

무너진 도시가 있습니다. 도심은 텅 비었고, 곳곳에 부서진 채 버려진 집들과 공장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습니다. 시 정부는 파산했으며 주민들은 떠났습니다. 한때는 ‘자동차의 메카’라 불렸던 미국 미시간 주의 공업도시 디트로이트입니다. 2014년 10월 블룸버그통신은 이 도시의 집과 건물 6000채를 매입하겠다며 경매에 참여한 한 투자가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6000건의 부동산 매입가격으로 투자가가 제시한 것은 320만 달러(약 34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입찰자가 제시한 금액은 집값 비싼 뉴욕에서라면 그럴싸한 타운하우스 한 채를 살 수준의 액수이지만, 디트로이트에서는 가압류된 부동산 6000건을 한몫에 매입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이 입찰자가 사들이고 싶어 한 부동산은 소유주가 세금을 못 내 압류된 채..

북부흰코뿔소 '수단'이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

얼마 전 가디언에 흰코뿔소 기사가 실렸지요. 세상에 단 하나, 이 생물종(種)으로서는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수컷 북부흰코뿔소. 이 코뿔소의 이름은 ‘수단(Sudan)’이라고 합니다. 케냐의 사바나 지대, 라이키피아 주의 올페제타 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이 코뿔소의 표정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서글퍼지게 합니다. 전 세계에 단 5마리만 남아 있고, 올페제타에는 수단과 함께 암컷 두 마리가 남아 있습니다. 세계에 수컷은 오직 수단뿐이고요. 번식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이 종은 영원히 사라지게 됩니다. 1900년대에 아프리카와 아시아에는 코뿔소 50만 마리 정도가 살았습니다. 그 숫자는 1970년대에 7만마리로 줄어들었습니다. 이 정도 숫자가 되면 멸종위기에 인접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하는군요. At home w..

골치아픈 우주쓰레기들

쓰레기가 지구를 뒤덮은지 오래됐지요. 인류가 내다버린 쓰레기들은 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지저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고장난 인공위성이나 우주탐사선의 잔해 같은 ‘우주쓰레기(space junk)’들은 지구 궤도를 돌며 국제우주정거장(ISS)과 가동 중인 인공위성에 부딪치는 사고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참 인류는 여러가지를 지구에, 그리고 지구 밖에까지 남기고 있네요. 우주쓰레기는 지구에서 인간들이 쏘아올린 물건이 부서지고 버려진 채로 지구 궤도 주변을 도는 걸 가리킵니다. 옛소련이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밖에 인공물체를 쏘아올린 ‘스푸트니크 쇼크’(1957년) 이래로 인류는 계속 무언가를 쏘아보냈습니다. 미-소 냉전 시기의 스타워즈 경쟁에 더해 중국·일본·인도·유럽 등이 경쟁적으로 위성발사와 우주탐사에 나..

날다, 그리고 버려지다

오랜만에 이 카테고리를 열어 봅니다. 하늘을 나는 것만큼 사람들을 꿈에 부풀게 하는 게 또 있을까요. 우리 딸 어릴적 소원이 날아보는 것이어서 의자 위에 올라가 날갯짓하며 뛰기도 했었는데 ㅎㅎ 하지만 인간의 꿈을 이뤄주던 비행기들, 늙거나 부서져 땅에 내려와 버려진 모습은 유독 서글픕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쓰다 버리는 쓰레기 가운데, 건물들을 빼면 비행기가 가장 덩치가 크지 않을까 싶군요. 그래서 더 을씨년스럽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들의 무덤'은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입니다. 이 곳의 비행기 무덤은 워낙 유명해서 '모하비 본야드 투어(mojaveairport.com/visit/)' 같은 것도 있더군요. 대략 25년 넘게 하늘을 날았던 비행기들이 퇴역하면 여기로 오는데..

이집트 카이로 모카탐의 ‘쓰레기 마을’ 사람들이 사는 법

골목 초입부터 여느 마을과는 달랐다. 먼지가 눈앞을 가리고, 쉴새 없이 차들이 골목으로 밀려들었다. 커다란 덤프트럭, 작은 트럭, 봉고차를 개조한 것 같은 짐차, 말이나 당나귀가 끄는 수레, 사람이 밀고 끄는 손수레까지. 이 온갖 탈것들에 실린 짐은 모두 똑같다. 쓰레기다. 시내 전역에서 모아온 쓰레기가 담긴 거대한 자루가 끊임없이 골목으로 실려온다. 이집트 카이로 남동부의 모카탐 언덕 부근에는 아유브 왕조 시대의 요새가 서 있다 ‘시타델(성채)’이라 불리는 이곳은 기자의 피라미드와 함께 카이로 안팎의 대표적인 유적지다. 역사지구인 시타델 안에 들어서면 12세기 성곽에서부터 18~19세기에 단장된 모스크들까지, 아름다운 유적들이 관광객을 맞는다. 지금은 정정불안과 테러 때문에 이집트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

사람들이 떠나고 난 놀이공원은

버려지고 남겨진 것들... 이번에는 어떤 것들일까요. 철지난 휴양지, 사람들이 떠나고 간 놀이공원... 을씨년스럽고 서글픈 곳들이죠. 그러니 '버려진 놀이공원'은 얼마나 더 쓸쓸할까요. 위 사진에 있는 곳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물에 잠긴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식스플랙스(Six Flags New Orleans) 공원입니다. 2000년 개장됐는데 몇년 지나지 않아 저 지경이 됐습니다. 여러 주 동안 물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시설을 복구해 쓸 수도 없게 됐고, 뉴올리언스 전체의 경제가 엉망이 되면서 폐허로 방치돼 있다는군요. 원래 뉴올리언스는 '재즈의 고향'으로 유명하다죠. 이 공원도 개장할 당시에는 이름이 '재즈랜드'였답니다. 귀신 영화나 범죄 영화를 찍으면 딱 적당할 것처럼 보이죠? 이..

군칸지마(군함도), 체르노빌, 차티엔, 세웰... 세계의 유령도시들

영국 '인디펜던트' 신문 웹사이트에 눈길 끄는 사진들이 올라와 있네요.'세상에서 가장 황폐한 도시'. 구글 스트리트뷰에 잡힌 일본 군칸지마(군함도)의 이미지입니다. 'The most desolate city on earth': Google Street View captures eerie images of Japan’s abandoned Battleship Island 군칸지마는 나가사키 남서쪽에 있는 섬입니다. 원래 이름은 하시마(端島)입니다. 이 섬을 1890년에 미쓰비시가 매입해서 바다밑에 있는 해저탄광 채굴기지로 삼고 주변을 매립해, 암벽을 둘러쳤습니다. 그 안에 건물이 생기고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마치 외관이 군함처럼 보이게 됐기 때문에 생긴 별명입니다. 그러나 석탄은 고갈됐고, 1974년 1월 ..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들에게로 향하는 전자쓰레기(e-waste)들

우리가 쓰고 버리는 이 많은 물건들, 이것들이 죽으면 어디로 가나.. 얼마 전 ‘무덤들의 경의를’이라는 포스팅에서 재미있고 우울한 물건들의 무덤 이야기를 했었지요. 오늘 야후뉴스를 보니 Tech Graveyards: Where Old Technology Goes to Die 라는 게 눈에 띄는군요. 야후 편집자 Claudine Zap이 모아놓은 사진들입니다. 제목이 ‘기술의 무덤들’이네요. 죽어가는 옛기술들... 정보기술(IT)산업이 발달하면서 버려지는 옛 기술 제품들 사진들입니다. 한번 보시죠. 먼저, 미국의 오래된 공중전화기들입니다. 뉴욕 맨해튼에서 프리랜서 사진작가 Dave Bledsoe 가 찍은 사진이라고 하네요. 이 작가가 야후에 보내온 메시지. “우리의 새로운 기술들은 아주 편리하기는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