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후쿠다 야스오.

딸기21 2007. 9. 2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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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차기 총리를 사실상 결정짓는 자민당 총재선거가 23일 치러진다. 아시아 외교를 중시,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에 반대해온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이 아소 간사장을 가볍게 누를 것으로 예상된다. 후쿠다 전장관은 이틀 뒤인 25일 중의원 본회의 총리지명투표를 거쳐 곧바로 총리에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 70% 후쿠다 지지

마이니치신문이 총재선거를 사흘 앞둔 20일 자민당 의원 38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후쿠다 전장관이 70%에 이르는 280표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또 지방 대표들에게 할당된 141표 중에서도 후쿠다 전장관이 아소 간사장보다 많은 표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후쿠다 전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들로부터도 차기 총리로 지지를 얻고 있어 이미 선거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일각에서 후쿠다 전장관이 맡고 있는 군마현 자민당 지부가 불법 기부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 막바지 복병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21일 인터넷판 톱기사에서 후쿠다 전장관 지부사무소가 1996년과 2003년 각각 1차례 씩 파친코 회사에서 총 20만엔(약 170만원)의 기부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조선 국적’의 재일조선인과 한국인이 공동소유한 것이어서, 외국인으로부터의 기부금 수령을 금지한 정치자금법에 어긋난다. 요미우리는 “이미 공소시효 3년이 지나 법적으론 문제가 없지만 후쿠다 사무소측은 반납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후쿠다 전장관은 4년 가까이 관방장관직을 지키다가 2004년 의원연금을 미납한 사실이 드러나 퇴임하는 등 한차례 스캔들에 휘말린 바 있다.

실무능력 정평, ‘그림자 외무장관’

1년 전 아베 총리와 자민당 당권 경쟁을 벌였을 당시만 해도 후쿠다 전장관은 지지율 3위로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유권자 조사에서도 아베 총리와 아소 간사장에 밀리는 형국이었다. 1년만에 71세 노령의 후쿠다 전장관이 급부상한 것은, 아베 정권의 미숙한 행정과 외교력 부족에 대한 당과 국민들의 실망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후쿠다 전장관은 각료로서의 실무능력으로는 정평이 나있다. 역대 최장수 관방장관(재임기간 1289일) 경력에서 보이듯 정계와 관료들 사이를 잇는 조정역을 인정받고 있고, 외교분야에서도 탁월한 평가를 받고 있다. 고이즈미 전총리 시절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상과 외무성 관리들의 불화로 외무성 기능이 마비됐을 때엔 이면에서 사실상 외상 역할까지 수행했고, 다나카에 이은 가와구치 노리코(川口順子) 외상 때에도 역시 물밑에서 외교를 주도해 ‘그림자 외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특히 중국과의 신뢰관계는 ‘후쿠다 외교’의 최대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관방장관 시절 대만의 리덩후이(李登輝) 전총통이 병 치료차 일본 방문을 원했을 때 중국을 고려해야한다며 비자발급을 적극 반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헌법 개정 문제 같은 민감한 사안에서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에 대한 배려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이번 총재선거 출마 선언 직후에도 야스쿠니 참배는 하지 않을 것임을 가장 먼저 밝힌 바 있다.

세습정치 비판 vs ‘샐러리맨 총리’

온화하고 신중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필요한 경우 싸움도 불사하는 단호한 면이 있다고 주변에서는 평가한다. 후쿠다 전장관의 외교적 ‘온건론’과 아시아 중시 입장에 대한 보수 우파들은 공개적으로 반발을 표출하고 있다. 2004년 우익성향 잡지인 문예춘추 계열의 미디어들이 자신을 비판하는 기사를 연달아 싣자 그는 정면으로 맞서 이들 잡지에 내보냈던 정부 광고를 모두 끊어버렸다.
우파들의 반대보다 더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세습정치’에 대한 부분이다. 고이즈미 전총리는 부친이 중의원 의원이었고 아베 총리도 정치명문가 출신이지만 이번엔 유독 세습정치 논란이 거세다. 후쿠다 전장관은 익히 알려진대로 후쿠다 다케오(赳夫) 전총리의 아들이고 부인 기요코는 사쿠라우치 유키오(櫻?幸雄) 전 대장상의 외손녀이자 사쿠라우치 요시오(??義雄元) 전 자민당 간사장 조카다. 동서 사이토 아키라(齋藤明)는 마이니치신문사 사장, 매제 오치 미치오(越智通雄)는 전 금융상이다. 장남 다쓰오(達夫)는 아버지의 선거구를 맡아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세습정치 비판에 맞서 후쿠다 전장관 측은 “젊은 시절 17년간 석유회사에 다니며 생활인으로 살아왔다”고 강조한다. 실제 그의 정치경력은 1990년 중의원 첫 당선 때부터 본격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자민당 베테랑들 중에선 이례적으로 짧은 편이다.

오자와와 ‘진검승부’ 어떻게 될까

닷새 뒤면 아베 정권은 후쿠다 정권으로 바뀔 것이 거의 확실하다. 문제는 그 다음. 참의원 선거 승리로 어느 때보다 기세가 높아진 제1야당 민주당은 조기총선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민주당의 오자와 당수가 젊은 의원들과 당원들을 중앙 보직에서 빼내 선거구 관리에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철저하게 ‘현장’을 중시, 여전히 파벌정치에 기대고 있는 자민당 의원들을 제치고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도록 주문했다는 것이다.
정계의 지략가로 유명한 오자와와 행정, 외교의 달인 후쿠다 전장관이 총리와 제1야당 당수로 만나 어떤 승부를 펼칠 것이며 승자가 누가 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야당들이 오자와 당수를 단일후보로 내세워 25일 총리지명선거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상 처음으로 여야 합의가 아닌 경선으로 총리 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중의원은 자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후쿠다 전장관이 당선될 것이 거의 분명하지만 양측은 고도의 정치력 다툼을 벌여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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