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에어버스, 보잉을 제치다

딸기21 2003. 6. 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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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항공산업에 약간의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비행기 탈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실은 제가 몇해 전 잠깐 공항을 출입한 적이 있거든요. 이른바 '나와바리'가 공항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영종도 신공항 생기기 전이라, 김포공항에 일주일에 두세번씩 들렀더랬죠.

각설하고, 항공시장 이야기입니다.

항공기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만년 2위' 에어버스가 결국 보잉을 제쳤습니다.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업계 부동의 1위가 만년 2위에 추월당한 그런 스토리가 아니라, '미국 대 유럽'의 싸움에서 유럽이 이긴 것인 동시에, 군수산업과 민간산업의 경쟁 구도로 진행돼온 싸움에서 민간 쪽이 우세를 보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럽 항공기제작 컨소시엄인 에어버스는 15일 연간 항공기 수주 건수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보잉사를 앞질렀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 참석한 에어버스의 노엘 프르제아르 회장은 "에어버스는 올해 항공기 300대를 구매자들에게 인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창사 33년만에 보잉을 추월하게 됐다고 멋드러지게 발표를 했습니다. 
포르제아르 회장은 이번 에어쇼에서도 A380 수퍼점보기와 에어버스의 대표상품인 A340 초장거리 대형 여객기의 주문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실제로 에어버스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에미리트항공이 이미 에어버스와 계약을 체결했고, 카타르항공과도 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에어버스는 타이항공과 말레이시아항공과도 구매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에어버스는 9.11 테러 이후 항공 수요 위축과 이라크전 위기, 아시아지역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문 등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1-5월에만 156대 생산주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반면 보잉사는 36대 수주에 그쳤고. 올해 인도분을 모두 합쳐도 280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항공업계에서 에어버스의 보잉 추월은 진작부터 예견됐던 일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잉이 에어버스보다 78대 많은 381대를 인도하긴 했지만 수주 건수에서는 에어버스에 밀리는 기미가 뚜렷했습니다.

에어버스가 보잉을 이길 수 있었던 요인은 여러가지입니다. 우선, 9.11 테러 이후 항공시장 불황은 에어버스보다는 미국에 본사를 둔 보잉에 더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또 항공사들이 고가의 대형 여객기 대신 소형 여객기를 선호하게 된 것도 저가 정책을 펴온 에어버스에 유리하게 작용했고요. 에어버스는 지난해부터 소형 지역항공사 공략에 힘써 중소형 항공기 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큰 요인은 보잉이 군용 항공기 연구에 집중해온 것과 반대로 민간항공기 시장을 고수해온 데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포르제아르 회장이 올초 예언한대로 보잉은 "군수산업에 관심을 보이느라 정체성을 잃었고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죠.
널리 알려진대로 보잉은 민간항공기 뿐 아니라 전투기 시장에 목을 매달고 개발을 해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에도 보잉의 압력이 있었죠. 그렇지만 결국 무기장사 하다가 본업에서 1등을 빼앗겨버린 꼴이 됐네요.

이라크전 끝난 직후인 지난 4월에 조지 W 부시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보잉의 F/A-18E/F 전폭기 생산 라인을 방문해서 기자회견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니, 아예 보잉 상품 프리젠테이션 하듯이 전투기 사진을 걸어놓고 뭐라뭐라 외치고 있더군요. 거기 근무자들과 악수하면서 '격려'도 빼놓지 않았고요. 
미국 대통령이 보잉 공장에서 기자회견을 한다? "이 전투기로 우리는 전쟁에서 이겼다, 그러니 이 전투기 사가라" 압력넣으려 했던 겁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홍보요원으로 나서서 `거국적인' 지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잉은 2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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