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룰라가 부시를 만났을 때.

딸기21 2003. 6. 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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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과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20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서로 다른 출신과 성향을 가진 두 정상의 만남으로 미리부터 관심을 불러모았던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서로의 외교술을 한껏 과시했다. 룰라 대통령의 워싱턴 외교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전에 반대했던 국가 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전후 백악관을 방문했다. 부시 대통령은 집무실인 오벌 룸에서 룰라 대통령을 맞았으며 "브라질은 북미와 남미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룰라 대통령의 당선에 경계심을 보였던 백악관이지만, 이날 만남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두 정상의 대면은 지난 1월 룰라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룰라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 각료 10명을 동반했으며, 정상회담 직후 양국 각료들의 회담이 연쇄적으로 이뤄졌다.

두 사람은 출신과 성향 모두 정반대다. 한쪽은 세계 유일패권국의 기업가 출신 보수주의 대통령, 한쪽은 제3세계를 대표하는 나라의 노동자출신 좌파 대통령.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사이지만, 양자간 탐색전 격이었던 이번 회담은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부시대통령은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룰라 대통령이 제시한 브라질의 비전은 아주 인상적이었다"면서 "비범한 열정 뿐 아니라 능력도 갖춘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만나서 사진 몇장 찍는 수준을 넘어, 신뢰에 기반한 파트너십을 일궈야 한다"며 뼈있는 말로 응했다. 


룰라 대통령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강력 비난했었으나 이날 두 사람 모두 이라크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회담 뒤 두 정상은 양국간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테러대책에서부터 아프리카 빈곤 구제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이슈들에 관해 정기 고위급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외교적 수사(修辭)의 이면에는 긴장감이 감돌 수 밖에 없었다. 서로 다른 성향 만큼이나 두 정상의 계산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남-북미를 잇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브라질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살리기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이 내후년(2005년) FTAA를 창설한다는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려면 메르코수르의 주축인 브라질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브라질 입장에서 미국은 가장 큰 돈줄이다. 미국 기업들의 브라질 투자액은 300억달러를 넘고 있으며, 브라질의 대미수출액이 연간 150달러에 이른다. 브라질은 FTAA 협상 전에 미국 농산물 시장 진출을 보장받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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