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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쓰는 부자들

딸기21 2007. 12. 2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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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써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과 투자 전문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같은 세계적인 부자들의 눈부신 자선활동과 기부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지구촌 부자들 사이에 `자선 열풍'이 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버핏을 시작으로 줄줄이 이어졌던 지구촌 초(超) 부자들, 이른바 `수퍼 리치(Super Rich)'들의 자선활동은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네요.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인도주의와 계몽주의가 배어있는 미국과 유럽 못잖게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제3세계에서도 부자들의 기부가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프리카 기업가의 롤모델, 케냐의 마누 찬다리아(77)


2004년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가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된 이래로 케냐는 빈곤 퇴치와 환경운동의 `제3세계 모델'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케냐 서부 시아야 지역의 사우리라는 마을은 유엔개발계획(UNDP)이 유엔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정한 `밀레니엄 빌리지'로 꼽혀 지속가능한 발전계획의 시범케이스로 대대적인 지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케냐의 이런 성공적인 모델 뒤에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이라 불리는 마누 찬다리아 같은 기업가들이 있었습니다. 세계 45개국에 공장을 둔 제조업체 콤크라프트를 이끌어온 찬다리아는 인도계 기업인입니다. 찬다리아는 일흔이 넘어서까지 하루 16시간씩 일했던 일벌레로 유명하다는군요. 


자이나교를 믿는 그는 금욕과 채식주의를 실천하면서 재산을 빈민가 어린이 돕기와 장학ㆍ교육사업에 쓰고 있습니다. 평생에 걸쳐 막대한 액수를 자선활동에 쓴 것으로 알려졌으나, 얼마를 냈는지는 밝히지 않아 구호단체들조차도 규모를 알수 없을 정도라고 `이스트아프리카' 등 케냐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독재정권에게서 되찾은 재산으로 자선사업하는 필리핀의 로페즈 가문


필리핀에 온통 '썩은 부자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그렇지만은 않군요.


필리핀 금융ㆍ미디어재벌 로페즈 그룹 소유주인 로페스 가문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 뒤 아시아 최초의 항공사를 세웠던 유제니오 로페즈에게서 시작됩니다. 유제니오 이래 승승장구했던 로페즈 가문은 그러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독재정권에 밉보여 1972년 사업 대부분을 포기해야 했고, 유제니오의 장남 제니까지 투옥되는 고난을 맞았다고 합니다. 


1986년 마르코스 정권이 축출된 뒤 석방된 제니는 가문을 일으켜 세워 미디어ㆍ통신ㆍ부동산 등으로 다시 사업을 키웠습니다. 제니가 1999년 숨진 뒤 로페즈 그룹을 이끌고 있는 오스카(76)는 과두재벌들만 존재해왔던 필리핀에선 드문 박애주의자로 알려져 있으며, 후손들도 구호사업에 열심이라고 합니다. 제니의 딸 지나는 아동교육과 환경보호를 위한 ABS-CBN 기금을 이끌고 있고, 오스카의 딸 리나는 케이블TV 사업을 하면서 오지 섬 지역의 교육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대요.
리나는 특히 분쟁지역인 민다나오 어린이들을 돕는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스카의 또다른 딸 세디에 바르가스는 전통문화 보호 사업에 앞장서고 있고요. 


로페즈 가문은 미국 록펠러 가문의 후계자 페기 듈라니가 이끄는 자선단체 `글로벌 박애주의자 써클(GPC)'에 막대한 돈을 내는 기부자이기도 하답니다.


상파울루 `거리 아이들'의 아버지, 마르코스 데 모라에스(40)


모라에스는 브라질 인터넷 서비스회사 집넷(Zip.Net)의 창업자로 여러 정보통신(IT) 기업을 거느린 상파울루의 대표적인 벤처 자산가랍니다. 


집넷 대표 시절 상파울루주(州) 학교들에 무료로 인터넷을 보급하며 브라질의 `웹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모라에스는 2000년 집넷을 매각해 번 돈 중 1300만달러를 들여 `인스티투토 루카'라는 구호ㆍ교육기관을 만들었습니다. 이 기관은 상파울루 시내를 떠돌며 구걸과 도둑질 따위로 생활하는 거리 아이들의 재활프로그램을 벌이고 있습니다. 루카 측은 이런 아이들을 부모에게 데려다주거나 보호시설에서 양육하며 가르치는 일을 할 뿐 아니라, 자녀를 루카의 교육에 참여시키는 빈민층 가정에 매달 100달러의 생활비까지 지원하고 있다는군요. 


최근 무선인터넷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모라에스는 효율적으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상파울루 기업인들의 모델이 되고 있다.


투사에서 사업가로, 자선가로 변신한 남아공의 토쿄 세크왈레(54)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정권의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한 정치가이자 투사 모시마 세크왈레는 젊은 시절 가라테를 잘한다는 이유로 생겨난 `토쿄'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합니다.


요하네스버그 주변 흑인 빈민 거주구역 소웨토에서 태어난 세크왈레는 백인정권에 맞서 싸우다 1977년 넬슨 만델라 전대통령이 수감돼 있던 로벤섬 감옥에 투옥됐습니다. 13년간 복역한 뒤 풀려나 아프리카민족회의(ANC) 간부로 정치활동을 벌였으나, 만델라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난 1998년 갑자기 기업인으로 변신했습니다. 그가 세운 광업ㆍ에너지기업 음벨라판다 홀딩스는 광산회사 드비어스와 JFPI에 이르는 남아공 3위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아직도 ANC 대선 후보의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세크왈레는, 최근에는 자선사업에 더 열심이라고 합니다. 만델라 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것은 물론, 로벤섬 감옥 동지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요하네스버그 빈민가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막에 교육의 다리를 놓는 오스만 벤젤룬(75)


모로코 북부의 다아브자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수도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사하라 사막의 오지 마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산규모 50억달러의 모로코 최대 은행 BMCE가 지원하는 메데르삿쿰(medersat.comㆍ너의 학교) 프로젝트 덕에 전기와 물이 들어오고 학교가 세워져 어린이들이 아랍어와 프랑스어, 영어를 배우는 활기찬 마을로 변했습니다.


다아브자 마을의 변신은 1998년 BMCE의 벤젤룬 회장이 세계은행과 맺은 약속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모로코에서는 대도시지역을 제외하면 여성의 90% 가량이 문맹일 정도로 낙후가 심했다고 합니다. 국왕 모하메드6세는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기업들에게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1998년 벤젤룬은 당시 세계은행 총재였던 제임스 울펜손과 "2010년까지 전국에 1001개의 학교를 짓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벤젤룬과 아내 레일라 메지안-벤젤룬이 주도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와디(개울) 프로젝트'라 불리며 사막 오지 마을들까지 세계화된 교육의 헤택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신흥경제국의 부자들, 자선 대열에 나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얼마전 "이머징 마킷(신흥시장)의 새로운 억만장자들이 박애주의자가 되고 있다"며 멕시코, 러시아, 인도, 터키 등에 불고 있는 기업가들의 자선 바람을 소개했습니다.


인도 최대 IT기업 와이프로의 아짐 프렘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무슬림으로 꼽힌답니다. 그는 첨단산업을 통해 번 돈으로 이슬람의 현대화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극단주의를 막고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무슬림들의 교육과 온건 이슬람의 확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라는군요.


터키 재벌 후슈 오즈예긴은 5000만 달러를 들여 학교 건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부자 중 한명이라는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은 세계 부자들의 기부 선언 속에서도 지난해 꿋꿋이(?) 지갑을 열지 않아 지탄을 받더니 이젠 기부 대열에 끼었군요. 얼마전 500억 달러를 자선활동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러시아 졸부'로만 소문났던 영국 축구클럽 FC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도 보건ㆍ교육사업에 10억달러를 내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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