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하고 인기 있는 그림책인데, 처음 이 책을 얻어서 읽었을 땐 내용이 너무 상투적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어릴 적에도, 네가 어른이 된 뒤에도, 네가 늙어 할아버지가 된 뒤에도
엄마가 살아있는 한,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꼼꼼이랑 이 책을 읽으며 아무 감흥 없이 책장을 덮었다. 아마 3년 전쯤 됐을 것이다.
어제 '초등학생'이 된 우리집 쪼끄만 사람 꼼꼼이와 책상에 나란히 앉아서
꼼꼼이는 숙제를 하고 나는 책을 읽었다.
수학 문제 푸는 것 봐주면서 야단도 치고, 칭찬도 하고.
책 하나 읽으랬더니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라는 동화책을 큰소리로 잘도 읽는다.
그리고 나서 이 책을 뽑아들었다. 책 표지에 먹물이 묻어있어서 매직블럭으로 잘 닦아주었다.
한 페이지 넘기다가, "이 책은 엄마랑 같이 누워서, 엄마가 읽어줄께" 했더니 좋아라 한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 머리 맞대고, 책을 읽었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꼼꼼이도 엄마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안단다.
내가 꾀부리고 엄마가 야단을 쳐도 엄마는 나 사랑하는 거 나 알아요, 그런다.
3년 전 읽었을 때와는 달리 마음 속에 잔잔한 물결이 이는 기분.
꼼꼼이랑 같이 교감하며 이렇게 읽을 수가 있구나, 아이는 참 빨리도 크는구나.
동화책 속 아이가 자라서 10대 소년이 되어,
머리 기르고 이상한 음악을 듣는 나이가 되어 있는 곳까지 읽고서 책장을 덮었다.
뒷부분은 며칠 더 시간을 두고 읽으려고.
책을 내려놓고, 불 끄고 꼼꼼이한테 이야기를 했다.
"엄마도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야."
"엄마, 꼭 책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 우리 꼼꼼이도 사춘기가 되어 말 안듣고 반항하고 엄마는 날 이해 못해, 그럴 때가 오겠지.
그 때도 이 책을 같이 읽으면서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했으면 좋겠다.
꼼꼼이가 어른이 되어 나와 다른 인생을 걸을 때에도 같이 앉아 책을 읽으며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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