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괜찮은 것일까, 안 괜찮은 것일까.

딸기21 2008. 5. 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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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 토끼 같은 동물의 배아에 인간 유전자(DNA)를 집어넣은 `혼합배아'의 탄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영국 의회가 논란 많던 `혼합배아 금지' 법 조항을 부결시킴으로써, 영국에서 인간-동물 유전정보를 섞은 배아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진 것. 과학계에서는 유전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용 배아에 국한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예상됐던대로 격렬한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과학 발전 위해 혼합배아 허용"

BBC방송과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하원이 19일 논란 많던 혼합배아 제조금지 조항을 336표 대 176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시켰다고 보도했다. 의회는 이날부터 20일까지 이틀 동안 1990년 만들어진 `인공수정ㆍ배아법'을 개정하기 위한 표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고든 브라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는 인공수정ㆍ배아법을 시대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다면서 개정을 추진해왔으나, 워낙 논란이 많아 4개 이슈를 놓고 개별적인 표결을 실시하고 있다. 그 중 첫번째로 실시된 표결이 보수당의 에드워드 리 의원이 제안했던 혼합배아 금지조항에 관한 것이었다. 의회는 이 밖에 ▲`구조용 아기'(불치병에 걸린 자녀를 살리기 위해 새로 아이를 낳아 조직ㆍ골수 등을 채취하는 것) ▲정자 제공자 친권 인정 여부 ▲낙태 허용 한도 강화 등을 놓고 격렬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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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타우루스 배아'는 금지

혼합배아 문제는 이미 2년 전 몇몇 영국 의료기관들이 보건의료 당국에 연구신청을 냈을 때부터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처럼 유전자 이상에서 오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기초연구로서 동물배아에 인간 DNA를 삽입한 배아를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다.
2년전의 시도는 부결됐지만, 지난달 뉴캐슬대학병원이 다시 혼합배아 제조 신청안을 내놓은 상태다. 법안이 개정되면 뉴캐슬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혼합배아를 만들어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은 이런 배아가 인간이나 동물에게 주입(착상)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만들어진 뒤 14일 이내에 모두 파기되게끔 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의회는 혼합배아 제조는 허용하기로 결정했으나, 이른바 `미노타우루스 배아', 즉 동물 정자-인간 난자 혹은 그 역으로 만들어진 인간-동물 수정란 제조는 막기로 했다. 인간-동물 잡종배아에 대한 표결 결과는 반대 286표 대 찬성 223표로, 비록 부결되긴 했지만 찬성의견이 예상보다는 훨씬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발전이냐 `깡패국가'냐

혼합배아 금지법을 제안했던 리 의원은 "영국은 생명윤리가 없는 과학기술분야 `깡패국가'가 될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반면 노동당 크리스 브라이언트 의원은 "종교계에서는 과거 천연두 예방접종조차 반대했었다"면서 "많은 이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연구에 반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라 주장했다.
이번 표결을 앞두고 브라운 총리는 물론, 제1야당인 보수당의 데이빗 캐머런 당수도 "과학발전을 위해 혼합배아 제조를 허용해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생명윤리 논란이 있는 과학연구들을 엄격히 제한해온 것과 달리 영국은 세계 최초 시험관아기 탄생이나 복제양 돌리에서 보이듯 그동안 상당히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영국 과학계와 의회에서는 과학기술의 규제를 풀어 영국이 생명공학 첨단기술을 선도하게끔 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
영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웃한 유럽 나라들로 파급될 것이며, 영국의 생명윤리 규제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중국 등 아시아국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AP통신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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