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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 고어, 오바마 지지선언

딸기21 2008. 6. 1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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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이자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였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드디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지지부진한 민주당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잠재적 후보'로 물밑에서 끊임없이 거론돼왔던 고어가 결국 오바마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오바마는 민주당 유력 정치세력 모두의 지지를 얻은 셈이 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당선가능성'은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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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 고어 "오바마는 변화를 가져올 사람"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당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고도 미국 특유의 간접선거제도 때문에 아깝게 대권을 놓쳤던 고어는 16일 오바마 측에 보낸 e메일을 통해 지지 의사를 전했다. 고어는 오바마 지지자들 앞으로 보낸 메일에서 "오바마는 변화가 워싱턴의 의사당이 아니라 행동을 하기 위해 일어선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며 "그는 지난 18개월의 캠페인에서 단합된 운동을 보여줬다"고 치하했다. 고어는 "4년동안 미국인들은 이라크전과 경제난, 기후변화 위기 등에 직면해야했다"면서 부시행정부를 비판한 뒤 "지금부터 선거일까지 오바마를 미국의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 캠프는 공식 웹페이지(www.barackobama.com)에 고어의 서한을 공개했다. 고어는 16일 밤 미시건주의 자동차공업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민주당 집회에 참석해 오바마와 함께 단상에 올라 공식적으로 지지선언을 했다. 이로써 오바마는 정치명문 케네디가문과 지난 대선 후보였던 존 케리, 지난 대선 부통령후보이자 이번 후보경선 3위였던 존 에드워즈, 그리고 당내 최대 라이벌이었던 클린턴 등 민주당 `대주주'의 지지를 모두 얻은 결과가 됐다.

여성들 "클린턴 대신 오바마 지지"

16일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발표한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오바마는 오는 11월 대선 승자를 예측하는 질문에서 응답자 52%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선가능성'에서 오바마가 과반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이길 것이라 응답한 사람은 오바마쪽보다 11%포인트나 낮은 41%에 불과했다.
오바마에게 힘을 실어주는 또다른 조사결과는 여성들에게서 나왔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날 클린턴을 지지했던 여성유권자들이 매케인 쪽으로 돌아섰다는 언론들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며, "민주당 성향 여성 유권자들은 클린턴이 떨어진 뒤 오바마 지지 쪽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매케인 측이 휼렛패커드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칼리 피오리나 등을 끌어들여 여성표 모으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클린턴을 지지했던 여성유권자들은 매케인을 외면한채 민주당에 계속 충성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
실제 지난 12일 발표된 NBC방송-월스트리트저널 공동조사에서는 클린턴을 지지했었던 여성들 중 61%가 오바마를 미는 것으로 나타나 매케인 지지율 19%를 압도했었다.

오바마, "대선 전 이라크 간다"

힘이 실린 오바마는 민주-공화당 어느 한쪽으로 지지성향이 확정돼있지 않은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들을 돌며 표 모으기에 나섰다. 오바마는 우선 지난 대선들에서 민주당에게 박빙 우세만을 안겨줬던 미시건주에서 유권자들 설득에 나선다. 미시건주는 민주당 전국위원회와의 마찰로 이번 경선에서 제대로 된 예비선거를 실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이 오바마에게는 미시건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사실상의 첫 유세전이 된다.
CNN방송 정치분석가 빌 슈나이더는 "민주당이 미시건을 잃고도 대선에서 이긴 것은 1976년이 마지막이었다"면서 "앨고어에게도 겨우 5% 차이의 승리만을 안겨줬던 미시건은 오바마의 첫 시험대가 될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는 경제침체가 이슈로 부상한 이번 대선에서 자동차공업 중심지였던 미시건과 철강공업 본산인 오하이오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블루컬러 노동자들을 겨냥한 유세를 벌이고 있다. 두 지역은 미국에서도 실업률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AP통신은 오바마가 16일 호시야르 제바리 이라크 외무장관과 통화를 하면서 대선 전 이라크를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는 조만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방문 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매케인은 오바마와 이라크전 공방을 벌이면서 "오바마는 2006년 이래로 바그다드를 찾지 않았다"며 공동방문을 제안했었다.
 

"`오바마니아'가 대서양을 넘어서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16일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인기가 유럽에서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오바마의 영국 방문을 희망하는 영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드라마틱한 경선을 거치며 미국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퍼지기 시작한 오바마 열풍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것.
가디언은 오바마가 대선을 앞두고 첫 해외방문지로 영국을 찾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측은 다음달 쯤 유럽을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첫 방문지로는 미국의 전통적 맹방인 영국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 신문은 오바마가 이미 주미 영국대사관과 일정 논의에 들어갔지만 아직 확정되지는 않은것 같다고 전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미국의 `예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지만, 특히나 엄청난 `팬'들을 몰고다니는 오바마의 해외 순방 계획은 각국의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인기가 바닥을 기고 있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지난 3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존 매케인 의원 방문 때 한차례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회동을 가졌지만 영국에서 매케인의 인기는 오바마에는 훨씬 못 미친다.
지난주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공개한 세계 주요국 `글로벌 애티튜드' 조사에서 오바마를 좋아한다는 영국인 응답자 비율은 74%에 이르렀지만 매케인을 좋아한다는 응답은 44%에 그쳤었다. 가디언은 "브라운 총리는 `균형'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른 시일 내 오바마를 모시려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언론들은 런던에 올때마다 퍼브(맥주집)를 찾았던 빌 클린턴 전대통령의 예를 들며, 술을 즐기지 않는 오바마가 어떤 곳을 방문할지 점치는 기사들까지 내보내고 있다. 앞서 프랑스에서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오바마를 엘리제궁에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의 경우 유럽국들 중에서도 특히 오바마니아 열풍이 불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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