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이 사진을 보니.

딸기21 2007. 2. 13.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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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암만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이라크 소년이 사담 후세인 얼굴이 그려진 옛 디나르 지폐들을 기념품으로 팔고 있다. 로이터 사진, 날짜는 2월 6일. 설명에는 '이라크 소년'이라고 되어있지만 사진에는 구멍 뚫린 빨간양말을 신은 가난한 두 발만 나와 있다. 돌멩이로 눌러놓고 파는 것을 보니 제대로 된 기념품가게도 아닌 행상처럼 보인다. 암만은 현대적인 대도시인지라 사해 머드팩을 비롯해 다종다양한 기념품들을 파는 화려한 가게들이 많지만 '이라크 소년'이 그런 곳에 드나들 수는 없을 것이고. 식민지는 아니라지만, '망한 나라'가 던져주는 잔상이로구나.
저 사진을 보니 여러가지가 생각난다. 우리 집 책꽂이에 아직도 저 디나르화들이 여러 장 들어있는데 나중에 그것들도 어느 곳의 기념품가게에다가 내다 팔 일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이러니다. 우리나라가 망해서는 물론 안되겠지만;; 우리 돈에는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신 세종대왕님이 떡허니 올라와 있으니 적어도 저런 수모를 당할 일은 없겠다.
너무나도 상투적인 교훈을 찾자면 첫째는 나라가 망해선 안된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돈에다가 당대의 인물을 그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후세인은 제 얼굴 그려놓고 나라 망하게 했으니 (망하게 한 놈들의 죄악은 논외로 하더라도) 그걸로도 죄가 크다.
사형당한 사람의 얼굴을 돈 주고 '기념품'으로 사서 지갑에 넣고 다닌다면 그것도 참 악취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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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2002년 이라크 가기 전에 책 찾아보는데 이라크 역사 담은 책 하나, 개황 담은 책 하나 없어서 암만에서 누구누구가 복사해준 영어책 카피본 하나 들고갔다. 이라크에 대한 소개서는 아직도 없는데 '이라크 전쟁'에 대한 책들은 여럿 나와 있네. 아쌀람이 됐건 눈물의 강이 됐건 좀 얄팍해 보여 속상하다.

이라크에 대해 언제나 한숟가락씩 놓으면서 여기저기 글쓰는 K씨(저기 보이는 책의 저자들 중 하나)는 워낙에 사기성이 농후한 사람이라 책 읽어보고픈 마음 전혀 없고, 요르단대학 공일주 교수님이 쓴 '이라크의 역사'의 경우는 저자에 대한 신뢰는 흔들림없지만 근현대사보다 고대사 문명사에 초점을 맞춘 것이니 굳이 사서 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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