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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일기/ 자고의 고민

딸기21 2008. 9. 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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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섭공 자고가 사신으로 제나라에 갈 때 공자에게 말했습니다. "왕께서 제게 준 임무가 막중합니다. 제나라에서 사신은 정중하게 대접하지만 일은 빨리 처리해주지 않습니다. 보통사람에게도 재촉할 수 없는데, 제후에게 어떻게 하겠습니까? 심히 두렵습니다. 일찍이 선생께서는 제게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성공을 바라지 않고 하는 일은 드물다. 성공하지 못하면 반드시 사람에게 괴로움을 당할 것이고, 성공하면 음양으로부터 괴로움을 당할 것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괴로움에 시달리지 않을 사람은 덕을 가진 사람 뿐이라' 하셨지요.

17. 저는 요리를 간단히 해서 별 맛 없는 음식을 먹습니다. 그래서 요리할 때 부엌에서 덥다며 시원하게 해 달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왕명을 받고, 저녁에 얼음물을 들이켰습니다. 제 속에 열이 난 것입니다. 제가 거기 가서 사정을 보기도 전에 벌써 음양으로부터의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고, 일이 안 되면 반드시 사람에게도 괴로움을 겪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중으로 괴로움을 당하는 것입니다. 저는 남의 신하로서 이렇게 부족하니 이 일을 이루어 낼 수가 없습니다. 선생께서 한 말씀 해주실 수 없으실지요."

공자의 조언

18.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세상에는 지킬 것이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명(命)이요 하나는 의(義)입니다.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은 명이므로 마음에서 지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은 의로서 어디를 가나 임금이 없는 데는 없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 어디를 가도 이 두 가지를 피할 수는 없는 것. 그러기에 이를 '크게 지킬 것(大戒)'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자녀는 언제 어디서나 부모를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 효의 극치요, 신하는 언제 어디서나 임금을 편안하게 섬기는 것이 충의 완성입니다. 자기 마음을 섬길 때 슬픔과 기쁨이 눈 앞에 엇갈리어 나타나게 하지 말고, 불가능한 일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기고 운명으로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덕의 극치입니다. 신하나 자식된 사람이 부득이한 일을 당하면 사물의 실정에 맞게 행하면서, 자신을 잊어버려야 합니다. 삶을 기뻐하고 죽음을 싫어할 겨를이 어디 있습니까? 당신은 [이런 마음가짐으로] 가셔야 합니다.

19. 내가 들은 것을 말해 주고 싶습니다. 무릇 가까운 나라와 사귈 때는 서로 신의로 대하고, 먼 나라와 사귈 때는 말로 그 진심을 나타냅니다. 말은 반드시 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양쪽이 서로 기뻐하고 서로 노하는 것을 말로 전하기란 지극히 어렵습니다. 양쪽이 다 기쁘면 서로 좋은 말을 과장하고, 양쪽이 다 노여우면 서로 헐뜯으며 나쁜 말을 과장합니다. 과장하는 말은 사실과 먼 말입니다. 사실에서 먼 말에는 신의가 없습니다. 신의가 없으면 말을 전한 사람이 화를 입습니다. 그래서 격언에 이르기를 '평소 그대로 전하고 과장된 말을 전하지 않으면 안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20.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재주를 겨루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양으로 시작해서 언제나 음으로 끝냅니다. 그것이 지나치면 여러 가지 기묘한 술수를 씁니다. 처음에는 예의를 갖추고 술을 마시던 사람도 언제나 난장판으로 끝을 냅니다. 너무 지나치면 여러 가지 기묘한 쾌락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어떤 일에나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성실하게 시작해서는 언제나 바람직하지 못하게 끝냅니다. 시작은 간단하지만 곧 엄청나게 커져버리는 것입니다.

21. 말(言)이란 바람이나 물결입니다. 행위에는 얻음과 잃음이 따릅니다. 바람과 물결은 움직이기 쉽고, 얻음과 잃음은 위험에 빠지기 쉽습니다. 사람이 화를 내는 것은 모두 간사한 말과 일방적인 언사 때문입니다. 짐승이 죽을 때는 무슨 소리를 낼까 가릴 여지가 없습니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마음에는 사나운 기운이 함께 생겨나는 것입니다. 

22.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 너무 지나치게 다그치면, 상대방은 반드시 좋지 못한 마음으로 이에 반응하게 됩니다. 좋지 못한 마음으로 반응하면서도 그런 것을 알지도 못합니다. 그 자신도 그런 것을 알지 못한다면, 그가 어떻게 끝장을 낼지 누가 짐작이라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격언에 이르기를 '군주의 명령을 고치지도 말고, 이루려고 너무 애쓰지도 말라'고 한 것입니다. 도를 넘는 것은 쓸데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명령을 고치거나 꼭 이루려 너무 애쓰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좋은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좋지 못한 일은 절로 되어 고치지도 못하니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마음이 사물의 흐름을 타고 자유롭게 노닐도록 하십시오. 부득이한 일은 그대로 맡겨 두고, 중심을 기르는데 전념하십시오. 이것이 최고입니다. 무엇을 더 꾸며서 보고할 것 있겠습니까? 그저 그대로 명을 받드는 것뿐. 그러나 그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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