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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높은 ‘美 인권침해 상징’ 없앤다

딸기21 2008. 11. 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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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인권 정책의 상징인 관타나모 ‘테러용의자 수용소’가 드디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뒤 미국 언론과 가진 첫 회견에서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고 미국의 도덕적 위상을 다시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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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16일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나는 (대선 전부터) 관타나모 수용소를 없앨 것이라고 계속 말해왔으며, 말 한 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는 또 관타나모 내 수감자들에 대한 물고문, 이른바 ‘워터보딩’을 비롯한 가혹행위들에 대해서도 “미국은 고문을 자행하는 나라가 아니라고 반복해 말해왔다”며 금지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앞으로도 고문은 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하려고 한다”면서 “이는 세계에서 미국의 도덕적 위상을 다시 세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의 보좌관들은 “오바마는 취임 첫날 고문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관타나모는 이라크 바그다드의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아프간 카불 인근 바그람 미군기지 내 수용소와 함께 미국의 대테러전에서 발생한 악명 높은 인권침해의 상징이 돼왔다. 


오바마가 당선 뒤 첫 인터뷰에서 관타나모 문제를 거론한 것은, 두 차례 ‘테러와의 전쟁’을 거치며 대외적으로 크게 실추된 미국의 이미지를 바꿔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리더십을 다시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FP통신, BBC방송 등 유럽 언론들은 관타나모 수용소 문을 닫고 “미국의 도덕적 위상을 다시 세우겠다”는 오바마의 발언을 크게 보도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듬해인 2002년 1월 쿠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내에 설치한 수감 시설이다. 


관타나모는 쿠바 영토이지만 1902년부터 미군이 빌려 쓰고 있다. 7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이 기지에 있는 캠프 X레이 수용시설에는 아이티에서 넘어온 난민들이 머물렀다. 93년 워싱턴DC 법원이 “난민들을 미군 시설에 수용하는 것은 위법”이라 판결한 이래로 비어있던 이 곳을 부시행정부는 이른바 ‘테러용의자 수용소’로 만들었다. 관타나모 기지를 가리키는 군 약어 GTMA를 따서 미군과 미국 언론들은 이 수용소를 기트모(Gitmo)라 부르기도 한다.


관타나모에는 캠프 델타, 캠프 이구아나, 캠프 X레이 등 3개 ‘수용소 단지’가 있다. 미군은 캠프 X레이에서 벌어진 인권탄압과 이로 인한 수감자들의 잇단 단식투쟁·자살기도가 국제적인 이슈로 부상하자 문을 닫고 캠프 델타로 이송했다.

캠프 델타는 일반 수감동 1~6개와 압송자 임시 수감동(캠프 에코) 등 7개의 건물로 이뤄진 시설로, 2002년 4월 완공됐으며 총 612명을 수감할 수 있다. 캠프 델타에서 1㎞ 떨어진 캠프 이구아나는 18세 이하 소년들을 가둬두는 곳이다. 미 해군은 16일 유엔에 “관타나모에 수용됐었거나 수용돼 있는 18세 이하 소년은 12명”이라고 보고했으나, 국제앰네스티 등은 지금까지 40여명이 소년 수용시설에 갇혔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P통신은 최근 “해군 기지 안에는 ‘캠프7’이라는 특별 수용소가 있어, 최고 수준의 경비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딕 체니 부통령이 최고경영자를 지낸 군수·에너지업체 핼리버튼은 2005년6월 국방부로부터 300억달러 규모의 관타나모 수용시설 신축 계약을 따내 의혹의 시선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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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는 아프간, 파키스탄 등지에서 잡아온 이들을 전쟁포로(POWs)가 아닌 ‘적 전투원(enemy combatant)’으로 분류, 이 곳에 수용하면서 제네바 협약의 ‘전쟁포로에 대한 처우’ 기준을 무시해왔다. 


지금까지 관타나모에 이송된 사람은 770여명이다. 구금됐던 사람들 대부분은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 잡혀온 이들이지만, 중국으로부터의 분리독립 운동을 벌여온 위구르족 무슬림 20여명을 포함해 9·11과 전혀 관련 없는 이들도 많았다. 영국, 독일 국적의 아랍계 유럽인들도 상당수다. 지금까지 수감자 중 420명 가량이 무혐의로 석방돼 미군의 ‘마구잡이 압송’을 입증했다. 


2008년8월 현재 265명이 구금돼 있는데, 대부분은 뚜렷한 테러 혐의 없이 몇달~몇년 째 기약없는 감금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기소된 사람은 20여명에 불과하며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오사마 빈라덴의 운전기사 였던 살림 함단 1명 뿐이다.


미군은 2003년2월 만든 ‘캠프 델타 표준운영절차(CDSOP)’에 따라 수감자들을 다루고 있으며 고문 등의 인권침해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유엔 특별조사위원회,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미국변호사협회, 미 국방부 조사위원회 등의 방문조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사실이 속속 확인됐다. 2005년 국제앰네스티는 “관타나모는 우리 시대의 굴라그(옛 소련의 강제수용소)”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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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최소한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외부로 알려진 자살시도만 40여건에 이른다. 2005년에는 미군 병사들의 ‘코란 모독’ 파문으로 이슬람권 전역에서 반미 시위가 일어났으며 수용소 폐쇄를 요구하는 세계적인 캠페인이 벌어졌다. 
2006년 유엔은 미 정부에 수용소 폐쇄를 촉구했고, 같은 해 유럽의회도 비슷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라크전에 협력했던 영국 토니 블레어 전총리조차도 관타나모 수용소를 계속 두는 것에 반대했었다.

관타나모 수감자들 중 현재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프간에서 미군에 수류탄을 던진 캐나다인 오마르 카드르와 알카에다 간부로 알려진 할리드 셰이크 무하마드 등이다. 하지만 기소된 이들 대부분은 재판 날짜조차 잡히지 않았다. 


재판을 어디서 맡을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부시 행정부는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미국 법정이 아닌 관타나모 기지 내 미군 특별군사법정에서 재판하도록 했으나 이 조치는 이미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았다. 재판 절차가 비민주적이라는 이유로 수석재판관이 사임해버리기도 했다. 


오바마는 군사법정을 없애고 수감자들의 혐의를 검토, 이른 시일 내 기소 대상을 정한 뒤 미국 내 민간 법정으로 옮긴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함단의 재판도 다시 해야한다. 아직도 수감 인원이 많은데다 법적 절차가 복잡해, 뒤처리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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