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뭄바이 연쇄테러 ‘서구식 자본주의의 상징’ 표적 범행

딸기21 2008. 11. 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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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 연쇄테러는 누가 어떤 의도로 저지른 것일까.

이번 테러는 최근 인도 곳곳에서 일어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대담한 공격 방식에서 차별성을 보였다. 때문에 서방 언론들은 알카에다 관련설을 부각시키고 있는 반면, 인도 언론들은 당국의 탄압에 항의하기 위한 자생적 이슬람 무장세력의 테러공격으로 보고 있다. 파키스탄계 무장조직과 연결된 인도 이슬람조직의 범행이라는 보도도 있다.


사하둘라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소개한 한 테러범은 27일 현지 방송사에 전화해 “당국이 구금 중인 무자히딘(이슬람 전사)들을 모두 석방해야 인질들을 풀어줄 것”이라며 “인도 무슬림들의 고통은 중단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볼 때 이번 사건은 당국의 탄압에 반발한 이슬람 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보도했다.
지난 7월 방갈로르와 아흐메다바드에서 연쇄 폭탄테러를 일으킨 무장단체 ‘ISF 인도 무자헤딘’도 무슬림 시위 유혈진압에 대한 항의를 명분으로 내세웠었다. 테러범들이 미국·영국인들을 수색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나 뭄바이 시내 유대정교 본부를 습격했다는 사실로 볼 때 반미·반이스라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임은 분명하다.

영국 더타임스는 “미국 정권교체기를 틈타 알카에다가 존재를 과시한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범행 수법에서 이번 테러는 알카에다의 기존 테러와는 차이가 있다. 우선 ‘연쇄 자폭테러’를 특징으로 하는 전형적인 알카에다식 공격과 달리 이번에는 폭탄테러보다는 총격전으로 인한 희생이 대부분이었다. 테러범들은 병원, 호텔, 철도역에서 시민들에게 총을 난사하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인질을 억류한 뒤 곧바로 현지 언론을 통해 요구사항을 밝힌 것도 눈에 띈다.
이번 사건이 자생적 무장조직의 소행이라면,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에 이어 인도까지 이슬람 극단세력의 주요 활동지가 됐다는 점에서 미국에 또 한차례 타격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그룹이 단독으로 이날 공격에 쓰인 폭발물과 수류탄·자동소총 등 화기를 다량 확보할 수 있었으리라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사건은 뭄바이에서도 서구식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곳들을 목표로 치밀하게 계획된 테러였다. 생포된 테러범들을 수사한 수사당국은 “파키스탄 국적의 무장조직원이 섞여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테러범들이 뭄바이항구를 이용, 바다에서 진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인도네시아, 케냐, 모로코, 스페인, 영국에서 일어난 대형 테러는 모두 알카에다와 연관돼 있었지만 직접 범행을 저지른 것은 언제나 급조된 소규모 조직들이었다. 앞서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비난하는 메시지를 내보냈었다. 알카에다가 오바마 측에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서 치안이 열악한 뭄바이를 골라 이번 공격을 배후조종한 것일 수도 있다.

힌두-이슬람 갈등으로 인도는 이미 몇년 전부터 테러 다발지역으로 전락했다. 10억 인구 중 80%는 힌두, 14%는 무슬림이다. 무슬림들은 힌두 민족주의의 발흥으로 인해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면서 정치·경제·사회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초호화 고층아파트들 옆에 세계 최대 슬럼가가 자리한 뭄바이는 빈부격차의 쇼케이스 같은 도시다. 테러조직들은 종교적, 사회적 갈등을 비집고 세력을 키우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에 강경대응으로 일관, 폭력의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비난 성명… 희생자 나온 日 비상체제

인도 뭄바이 테러로 일본·영국·독일·이탈리아·호주인 등 최소 6명의 외국인이 숨졌으며 아직도 상당수가 테러범들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국은 뭄바이 테러를 강력 비난하는 한편, 자국민 사상자를 확인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테러범들을 비난하면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오바마는 26일 뭄바이 테러범들을 비난하면서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오바마 측은 특히 취임을 한 달 남짓 앞두고 터진 대형 테러에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며 테러범들에 대한 엄정 대처를 강조했다. 오바마는 “무고한 시민들을 희생시킨 끔찍한 공격”이라면서 “테러 네트워크를 뿌리뽑기 위해 인도와 적극 협력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백악관은 안보·대테러·정보분야 고위관계자 긴급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든 브라운 영국총리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에게 전화해 테러수사에 적극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되자 27일 총리실 산하에 비상체제를 가동했다. 아소 다로 총리는 “용서할 수 없는 비열하고 악질적인 행위”라고 규탄했다. 일본 외무성은 또 일본인 8명이 27일 밤까지 테러범에 점거된 2개 호텔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외무부도 자국민 1명이 숨지고 7명이 억류됐다고 확인했다. 유럽연합(EU)과 교황청도 테러범들을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은 즉각 자국민들에게 인도 여행자제령을 내렸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센터가 있는 나리만 하우스가 테러범의 공격대상이 되자 뭄바이 내 이스라엘 관련 시설들이나 유대계 소유시설의 경비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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