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이라크 '사담 잔당' 준동하나

딸기21 2008. 12. 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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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군을 앞둔 이라크에서 정부 내에 숨어들어 체제 불안을 일으키려던 사담 후세인 잔당들이 대거 체포됐다. 이들은 대테러전을 담당하는 보안부대 안에까지 잠입, 후세인의 철권통치 기반이었던 바트당을 되살리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취약한 현 정부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 15~17일 사흘 동안 대테러전·치안유지를 담당하는 내무부 관리들 중 바트당을 되살리려 시도했던 35명을 체포하고 그 중 25명을 기소했다. 이들 중에는 이라크보안군(ISF) 장성도 4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바트당의 후신인 ‘알 아우다(귀환)’라는 조직을 만들려 했으며, 그 중 몇명은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쿠데타 음모를 꾸미다 초기 단계에서 적발됐다. 누리 알 말리키 총리에게 치안상황을 직접 보고하는 최정예 방첩부대가 이들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붙잡힌 자들이 다른 정부관리들을 포섭하기 위해 거액의 뇌물을 준 사실도 드러났다.

2003년 이라크 점령 뒤 미군은 바트당을 해산, 불법화했고 라마디·팔루자 등 수니파 저항세력 거점들을 집중 공격했다. 미군은 이라크 내무부 산하에 ISF를 설치, 치안유지를 위한 군사훈련을 시켰다. 앞서 알 말리키 총리는 50만명 이상의 ISF가 훈련을 마치고 대테러전 준비를 끝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주력 부대 철수를 시작한 미군과 이라크 총리실 측은 아직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당혹스런 표정이다.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후세인 잔당이 남아있다는 것, 정파간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한달 전부터 바그다드에서는 바트당이 부활하고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면서 “이번 사건은 알 말리키 정부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내보였다”고 보도했다.

현 정부는 시아-수니-쿠르드족 등 3대 세력의 미묘한 균형 위에 세워져 있어, 어느 한쪽이라도 튕겨나가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시아 온건파인 알 말리키 총리는 3대 세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고, 같은 시아파 안에서도 강경론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최근 미군 주둔군지위협정을 맺을 때에도 시아파 종교지도자들의 묵인을 얻어 간신히 통과시켰다. 2006년에는 ISF에 시아파 반미 무장조직원들이 대거 들어간 것으로 드러나 미국 측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미국은 후세인 정권의 기반인 수니파를 몰아냈지만 친 이란계 시아파 역시 견제하는 바람에 양쪽 중 어느 쪽도 우군으로 만들지 못했다. 알 말리키 총리는 미군의 뒷받침 속에 간신히 정권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년 초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3대 세력 간 갈등이 다시 불붙으면 정국 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체포작전이 알려지자 수니파 일각에서는 벌써 “무고한 관리들이 종파간 세력싸움의 희생양이 됐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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