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욕할 자격

딸기21 2009. 3. 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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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남아공이 달라이라마에 등 돌렸다고 욕하는 글을 썼었습니다.

문제는... 결국 '한국'인 거지요.
어제 쓴 제 글 보고, 우리 국장님이 부장에게 묻더랍니다.
"한국에는 달라이 라마가 온 일 있었느냐"고요.
없습니다. 물론 알고 물으신 거지요. 한국이 과연 남아공을 탓할 자격이 있냐고.
한국 언론이 남아공을 욕할 자격이 있냐고.
없습니다. 저도 압니다. 그래서 씁쓸합니다.

"한국은 자격이 있느냐"고 말하면, 사실 국제부 기자들은 쓸 게 없습니다.

이스라엘도 욕 못해요. 한국은 이스라엘의 비인도적 행위를 비판하는 유엔 결의안들에,
미국과 함께 반대하는 '세계에서 사실상 유일한' 국가니까요.

티벳...달라이 라마... 이런 문제를 논의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요.

"북한은 미국 기자를 체포했는데, 한국은 한국 기자들을 체포한다"
YTN 노조위원장이 구속된 걸 보면서 한 선배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오늘은 아침 회의 때 중국이 유튜브를 차단한 사건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차단당하는 유튜브 얘기가 나왔습니다.
제가 이 문제를 발제했더니 부장이 농담 삼아 (어제의 일에 빗대어)
"한국이 중국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 하네요.

없습니다. 우리 다 알고 있지요.
지금 쥐박이 정권 하는 짓은, 한국의 80년대, 혹은 현재 파키스탄 모로코 태국 중국 등등
우리가 무시하는 '후진국'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비슷합니다.

또 얼마전에는, 서방 국가들에서 경제위기 이후에 제3세계 이주노동자들 차별이 많아졌다는 외신이 들어왔습니다.
쥐박이가 그랬다지요, 한국인 우선 고용하라고.
우리가 필요해서 이주노동자들 받아놓고, 이제 우리 형편 안 좋아지니까
일자리 줄어든 데에 대한 분노를 그들에게 돌리려는 짓... 이래선 안 되는 거지요!

지금은 가버린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가 전쟁 일으켰을 때 우리는 거기다가 군대를 보냈었죠
부시가 반환경적이었다고? 울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강바닥 파헤친다는 쥐박이 말고, 노무현 때도 그랬습니다. 교토의정서 무시하고 부시네 반환경 그룹에 끼었더랬죠.

그러니 남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반환경-반인도주의-반인권-반민주적인 작태들을 비판하려다가도
한숨 돌리고 생각하면 "우리는 그럴 자격이 없다" 몽땅 이렇게 되는 겁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판할 것을 비판하는 (비록 그 칼날이 결국엔 우리 자신을 향하게 될지라도)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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