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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향한 정원

딸기21 2009. 7. 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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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바빌로니아에는 ‘공중정원’이라는 것이 있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도 꼽혔던 이 정원은 흙벽돌로 성벽을 만들고 그 위에 꽃과 나무를 심은 것이었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사막 가운데에 떠 있는 초록의 섬처럼 보였을 것이다. 지금도 이라크 바그다드 근교 바빌론에는 공중정원의 흔적들이 남아 수천년 전 경이로운 공중정원의 모습을 상상하게 해준다.

바빌로니아인들이 사막에 정원을 만들었다면, 사막처럼 메마른 현대의 도시에 공중정원을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고대인들도 공중정원을 만들었는데 현대의 첨단기술로 높이 솟은 정원을 짓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들이 나무들에게 야박한 것은, 땅을 인간들만 가져야 한다는 욕심 때문이다. 그 욕심을 조금만 줄이면 땅값 비싼 대도시 중심가에라도 빌딩들 사이사이 좁은 틈에 인공 숲이나 농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바탕에서 나온 것이 ‘수직형 정원(vertical garden)’의 아이디어들이다.


하늘로 향한 수직형 정원

스웨덴의 플랜타곤(Plantagon)이라는 벤처기업은 얼마전 나선형 계단을 통해 하늘로 올라가는 거대한 원구형 농장을 만들자는 ‘플랜타곤 프로젝트(아래 그림)’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여러 층으로 이뤄진 온실을 만들면 좁은 땅에서도 충분히 식물을 키울 수 있다는 데에 착안한 것이다. 이 회사의 한스 해슬레 부사장은 AFP통신 인터뷰에서 “맨 아래층에 토마토를 심고 위쪽으로 덩굴을 올리면 한달 뒤에는 열매를 따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리에 둘러싸인 이 도심형 온실은 시민들에게는 정원이자 과수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슬레는 “20년만 지나면 세계인구의 80%는 도시에 거주하게 된다”면서 “도시형 농장을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랜타곤 측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식료품 가격의 70%가 유통·수송비용이다. 도심에서 채소를 가꾸면 수송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도 충분하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수직형 온실, 혹은 도시형 정원 아이디어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 시범적으로 지어질 예정인 ‘아이즈 하이라이즈(Eyes Highrise) 온실(아래)’은 30층 건물 높이의 빌딩형 농장이다. 외벽은 태양광 패널과 유리로 만들어져 온실 안을 데울 수 있도록 태양빛을 모은다. 내부에는 층층이 화단을 만들고 수로를 설치해 작물을 키운다.



일간지 밴쿠버선에 따르면 당국은 지역공동체별로 이 도심 농장에 구역을 할당해, 소규모 농사를 지어 수확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밴쿠버는 이 외에도 지난해 두 건의 도시형 정원 설립 허가를 내줬다. 시 측은 미래형 친환경 랜드마크로도 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밴쿠버 광역 도시권의 식량자급률은 1973년 86%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43%에 그치고 있다. 도시형 농장들이 많이 생기면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시 측은 설명했다.

밭으로 둘러싸인 아파트

중국에서도 비슷한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스라엘 건설회사 크나포 클리모르가 설계한 ‘아그로-하우징(Agro-Housing) 프로젝트(아래)’가 그것이다. 양쯔강 중류에 자리잡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은 개발 바람을 타고 계속 도시권을 확장해가고 있다.
아그로-하우징 프로젝트는 국제지속가능개발 건축설계 공모전에서 우승해 눈길을 끌었다. 

이 계획은 농장을 포함한 아파트단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담고 있다. 아파트 건물들 사이에 텃밭을 주는 것이 아니라, 건물 안으로 농장을 끌어들였다는 것이 새롭다. 설계회사 측은 150 가구가 살게 될 아파트 외벽을 유리로 만들고, 주거공간을 온실로 둘러싸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내년이면 중국 인구의 절반은 도시에 살게 된다. 중국에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친환경 주택을 보급하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적 재앙’을 막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크나포 클리모르는 “아파트의 사방을 식물들이 둘러싸게 하면 냉난방 에너지가 덜 들어간다”며 “유기농 채소를 현관문 앞에서 직접 키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주민들에게는 엄청난 이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의 건축가 파울 데 루이터가 내놓은 ‘주이드카스(위)’라는 도시형 정원 계획은 요즘 많은 빌딩들에 설치돼 있는 옥상정원을 개량한 것이다. 

자연 지형을 흉내내 건물 옥상을 경사지게 만들어, 빌딩들 사이에 일종의 작은 산을 짓자는 것이다. 이 밖에도 피라미드형 도심 정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미래의 오아시스가 될 비선형 타워인 '오아시스 엠블렘 타워'(아래) 등 다양한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21세기형 실험’ VS ‘비현실적인 계획’

물론 이런 정원들이 도시화 물결 속에 친환경 바람을 불어넣는 만병통치약이 될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아직은 현실로 이뤄지지 않은 꿈같은 제안들일 뿐이다. 

캐나다 콴틀렌 공대 지속가능농업연구소의 켄트 멀리닉스는 “도시형 정원이 정말로 지속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태양광 에너지와 재활용수로 수십층 높이의 농장을 지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말로 친환경 도심 농장을 원한다면 차라리 햇볕 아래 자투리 땅들을 찾아 브로콜리와 양배추를 심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태평양에 면한 벤추라카운티의 ‘첨단 농장(High-Tech Farming) 프로젝트’를 놓고서 논란이 벌어졌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연간 36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주의 농업이 기후변화로 머지 않아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벤추라카운티에서는 첨단기술을 총동원, 너른 땅에 복층 농장을 만들어 면적 대비 작물 수확량을 기존 농장의 20배로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은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업 실험이 아니라 첨단을 빌미로 한 에너지 고소비형 농업이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환경전문가들 중에는 수직형 정원이라는 아이디어에도 회의를 표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삭막한 도시에서 공중정원을 꿈꾸는 이들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마천루 농장의 기본 모형




‘수직형 정원’이라는 아이디어를 1999년 처음 내놓았던 미국 컬럼비아대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는 웹사이트(www.verticalfarm)에 ‘마천루 농장(skysrcaper farming)’의 기본 모형을 소개했다.

이 모형에 따르면 고층형 농장의 꼭대기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온실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얻을 수 있다. 벽면은 유리로 만들고 티타늄으로 코팅, 오염물질을 빨아들이는 동시에 빗물이 벽을 타고 내려가 온실 아래에 모이도록 한다.

구조는 원통형 철골로 만들어, 태양빛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게 한다. 또 생활용수(하수)를 모아 정화하고 빗물을 모아 온실에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 주상복합 공간을 혼합하면 빌딩의 수익성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데스포미어 교수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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