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아프간 대선, 국민들은 '냉소'

딸기21 2009. 7. 2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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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에 지친 주민들은 선거에 무관심하며 국가의 장래에도 회의적이다. 선거를 앞두고 탈레반 테러공격이 기승을 부리면서 치안 불안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아프간의 안정과 민주주의 정착은 아직은 너무나 멀어 보인다.


아프간 북서부 끝자락 쿤두즈 주(州)의 주민들에게 다음달 20일 대선은 ‘카불 만의 행사’다. 2004년 선거 이래 5년만의 대선이지만 수도 카불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 주민들에겐 선거보다는 나날의 생계와 안전이 더 급하기 때문이다. 
대테러전이 계속되고 있는 남부와 달리 쿤두즈 등 북서부 지역은 조용한 편이지만 주민들은 불만이 팽배해 있다. BBC방송은 26일 무관심을 넘어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아프간 민심을 보도했다.

고속버스 기사 모하마드 타야브(38)는 낡은 독일제 버스에 140명씩 승객들을 태우고 카불까지 갔다온다. 그는 “우리에겐 탈레반 말고도 걱정거리가 많다”며 “점점 망가져가는 도로가 내겐 탈레반보다 더 무섭다”고 말했다. 
하지 물라(69)라는 남성은 “정부는 도로와 병원, 치안을 약속했지만 이뤄진 것이 뭐가 있느냐”며 “카르자이는 아주 나쁜 대통령은 아니지만 지방 관리들의 부패는 정말 심각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주민들은 “지방에서는 ‘윤활유’(뇌물)없이는 서류 하나도 못 뗀다”, “동네마다 관리들은 대궐같은 집을 짓고 산다”고 비난했다.

그렇다고 딱히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 대선에는 카르자이를 비롯해 42명이 후보로 등록했고, 그중 초반 사퇴한 4명을 뺀 38명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내과의사 출신으로 외무장관을 지낸 압둘라 압둘라가 개혁을 내세워 몇몇 지역에서 바람몰이를 하고 있으나 카르자이가 무난히 이길 것으로 보인다. 
의외의 변수라면 파슈툰족의 핍박을 받아온 소수파 하자라족 후보 라마잔 바샤르도스트다. 카르자이가 과반득표를 못하면 2위 후보와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 카르자이와 압둘라 사이에 결선이 벌어지면 유권자 20%인 하자라족 표를 쥔 바샤르도스트가 예상 밖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내다봤다. 카르자이는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파슈툰족 출신이고 압둘라는 소수민족인 타지크계다.



Afghan boys listen to a speech by presidential candidate Abdullah Abdullah in a mosque in Jurm
in Afghanistan's Badakhshan province July 11, 2009.


온화한 성품의 카르자이는 국민들의 신망을 얻고 있지만 탈레반·알카에다와의 싸움에 밀리고 강력한 정부를 세우는 데에 실패했다. 암살공격이 두려워 수도 카불 밖으로는 나오지 못해 “아프간 대통령이 아닌 카불 대통령”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카르자이를 내치려 했지만 역시 대안을 찾지 못해 ‘마지못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탈레반은 대선을 앞두고 친미파 카르자이에 경고를 보내기 위해 테러공격 기세를 올리고 있다. 며칠 전 잘랄라바드에서 관공서를 노린 연쇄테러가 일어난데 이어 25일에는 동부 호스트에서 경찰서 등을 겨냥한 연쇄 자폭공격이 벌어졌다. 이 공격으로 테러범들 7명 이상이 숨지고 경찰·주민 17명이 다쳤다. 
남부 헬만드, 칸다하르 주에서는 미군과 탈레반이 교전 중이어서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지도 알 수없다. 리처드 홀브루크 아프간·이라크특사는 25일 “선거는 예정대로 실시하겠지만 힘겨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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