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아시아-유럽 '북극 뱃길' 열린다

딸기21 2009. 9. 1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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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북극 뱃길’이 열리게 됐다. 한국에서 출발한 독일 선적 화물선 두 척이 두달 가까운 항해 끝에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입항을 앞두고 있다. 상업용 선박이 북극해를 지나 아시아와 유럽 사이를 항해하는 것은 처음이다. 



사진/ 벨루가 웹사이트


독일 브레멘의 해운회사 벨루가 그룹은 지난 7월 울산항을 출발한 1만2700톤급 화물선 ‘프래터니티(Fraternity)’ 호와 ‘포사이트(Foresight)’호가 마지막 기착지인 북극해의 러시아 항구를 출발, 며칠 내 로테르담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했다. 두 배는 7월 23일과 28일 총 3500톤 분량의 건설자재를 싣고 울산항을 떠났다. 
8월 21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 항만당국으로부터 운항허가를 받고 러시아와 미 알래스카 간 베링 해협을 통과했으며, 지난 7일 러시아의 북극해 항구도시 얌부르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기름을 채운 뒤 마지막 관문인 로테르담행 뱃길에 다시 올랐다.

벨루가그룹은 “북극해에 들어선 뒤에는 러시아의 핵추진 쇄빙선들이 동행했다”고 밝혔다. 포사이트호의 발레리 두로프 선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시베리아 북단 빌키츠키 해협을 지날 때 유빙(流氷)을 만나 위험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항해는 순탄하다”고 말했다. 




유럽인들은 수백년 동안 아시아로 가는 가장 짧은 뱃길을 찾느라 애를 써왔다.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았던 머나먼 항로는 19세기 중반 수에즈 운하가 건설됨으로써 크게 단축됐지만, 수에즈를 지나는 인도양 항로보다 더 가까운 길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이번 항해가 성공하면 유럽과 극동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북동항로’가 열리게 된다. 북동항로가 현실화된 것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러시아 내에서는 유럽 쪽과 시베리아 쪽 북극해 항구들 사이를 다니는 선박이 있지만 여름에도 유빙이 많아 위험이 컸다. 
그러나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서 빙하가 급격히 줄었고, 지난 해에는 여름철 북극해에 몇달 동안이나 ‘얼음 없는 기간’이 이어졌다. 온난화 추세로 보아 앞으로 얼음 없는 기간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당초 2050년 이후에야 북극 바닷길이 열릴 것으로 보았지만 최근 들어 이 시기는 ‘길어야 10년 내’로 앞당겨졌다. 벨루가그룹은 “온난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새 항로가 이른 시일 안에 상용화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회사와 러시아 해운당국의 계산에 따르면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아시아~유럽 뱃길은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인도양 항로의 3분의2 수준으로 줄어든다. 벨루가는 “기름값이 절약되는 것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에서 방출되는 온실가스는 해양 산성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벨루가는 지난해 1월 초대형 연을 이용해 바람으로 움직이는 선박 ‘스카이세일’ 시범운항 프로젝트를 벌였던 회사다. 

이 북동항로에 누구보다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러시아다. 북극해 연안 항구도시들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쇄빙선 이용료 수입도 짭짤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2007년 캐나다 선박이 북극해를 통과, 유럽~미주간 ‘북서항로’ 항해에 성공했지만 유럽·러시아·미국 간 ‘군사보안’ 문제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북극해 오염과 빙하 후퇴를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북극해 등 고위도 찬바다는 저위도 바다보다 더 빨리 온실가스를 빨아들여 산성화된다. 배들이 많아지면 북극 빙하의 녹는 속도가 빨라져 지구 전체의 해수면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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