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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동유럽 미사일방어체제 "백지화"

딸기21 2009. 9. 18.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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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논란 많던 동유럽 미사일방어(MD)시스템 배치 계획을 결국 철회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을 설치키로 한 전임 행정부의 계획을 폐기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유럽 MD 구축 백지화 방침을 밝히면서 “이란 등의 위협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방어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체계와 조화를 이루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밤 얀 피셔 체코 총리와 도날드 터스크 폴란드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뒤 국방부에 동유럽 MD계획 재검토를 지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MD 철회는 전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은 또 하나의 중요 사례”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즉각 환영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외교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숙고 끝에 훌륭한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제는 미국과 러시아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되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신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긍정적인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주 유엔 총회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MD 철회에 관해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유럽 MD시스템 논란 일지

2002년 미 언론들, 부시 행정부 동유럽 MD배치설 보도
2007년1월 미 정부, 폴란드·체코에 MD배치 의사 타진
       2월 폴란드·체코 정상, 미 MD기지설치 합의 공식발표
       6월 부시 대통령 프라하 방문, 세부사항 협의
            푸틴 러시아 대통령, MD계획에 반발해 탄도미사일 전진배치 위협
       7월 푸틴, 유럽 재래식무기감축(CFE) 조약 이행 보류 선언
2008년4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미 동유럽 MD계획 승인
       7월 라이스 미 국무, 체코와 MD배치 협정 서명
2009년2월 미 국무부, 동유럽 MD계획 재검토 시사
       3월 체코 정부, 국민반발 들어 MD의회 비준요청 철회
       6월 메드베데프 러 대통령, “MD철회하면 핵무기 줄이겠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이란 등 적대국가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2007년부터 동유럽 MD계획을 추진했다. 미국은 발트해에 면한 폴란드 브르디에 미사일 요격기지를, 체코 프라하 남서쪽 미소프에 레이더기지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이에 “이란이 아닌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푸틴은 유럽쪽에 미사일을 전진배치하고 군축조약 이행을 중단하는 등 강공으로 맞섰고, 지난 7월 오바마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을 앞두고도 “MD계획부터 철회하라” 요구했다. 폴란드와 체코 정부도 자국 내에서 반대 여론에 부딪쳤고, 급기야 지난 3월 체코 정부가 스스로 의회 비준요청을 철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제임스 카트라이트 미 합참 부의장은 지난달 “이란과 북한은 아직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MD계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오바마 정부는 ‘이란 미사일 위협’의 현실성이 떨어지는데다 러시아와의 불필요한 마찰만 부른다고 보고 MD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재정만 축내는 냉전적인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러시아와 관계를 푸는 쪽을 택한 셈이다. 

오바마 정부는 이란 위협이 실재한다 하더라도 MD 대응이 필요한 장거리미사일보다는 중단거리 미사일 쪽이 더 큰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MD배치를 포기하는 대신 발칸의 다른 지역이나 터키의 군사기지에 요격미사일을 증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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