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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후법안, '양날의 칼'

딸기21 2009. 12. 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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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기후 회의가 벌어지는 사이, 미국에서는 환경 관련 법안들을 놓고 민주-공화 양당 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민주당은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며 온실가스 감축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공화당은 “미국 기업들에 해가 된다”며 반발한다. 세계은행이 이 법안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봤더니 미국과 중국 양측에 해가 되기도 하고 이익이 되기도 하는 ‘양날의 칼’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은 8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미국 기후변화 관련법안이 발효되면 미국으로 들어가는 중국산 제품 수입은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미국의 중국산 수입액은 3380억달러(약 393조원)이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17% 줄인다’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했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이 감축목표에 맞출 경우 중국 외에 다른 개발도상국 제품의 수입도 8%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많이 내놓는 미국 내 에너지 집약형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미국산 제품 생산도 4% 줄어들 것이며 수출도 1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추진하는 온실가스 감축 조치의 이면에 숨겨진 ‘그린라운드’의 해묵은 쟁점들을 보여준다.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안과 관련법안들이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 법안들에 ‘미국 기준에 못미치는 오염배출국 제품에 세금을 물릴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미 법안은 특히 중국과 인도산 제품에 20%의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계은행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경제학자 아디티야 마투는 “온실가스 배출국 제품에 관세를 매기는 이른바 ‘국경 조치’들이 선진국-개도국 진영에 미칠 영향력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은 앞서 6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에너지 관련 산업의 총괄적인 규제를 담은 청정대기법을 의회에 제출해놓고 있다. 상원에서도 민주당 존 케리 의원 등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해놨다. 하지만 공화당은 코펜하겐에서 미국이 규제에 동참하는 것을 막고 오바마 정부의 감축목표치를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 제조업계도 코펜하겐 회의에서 ‘국경 조치’를 최대한 강화하려고 로비 중이다. 미 철강업계 로비단체인 제조업연맹의 스콧 폴 사무총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수출 문제도 중요한 협상 요소”라며 “국경조치를 생각한다면 중국과 인도도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이 공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85%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그렇다고 우리가 지나친 비용을 지불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