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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대테러전 ‘제2 아프간’ 우려

딸기21 2009. 12. 2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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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바람 부는 황량한 산악지대의 소도시 시장 골목에 전투기가 나타나 폭격을 한다. 아이들과 여성들을 비롯해 수십명이 쓰러진다. 주민들은 절규하지만 정부는 “알카에다를 사살했다”고 주장한다. 가난한 이 나라 정부에 무기와 돈을 대주는 것은 미국과 돈많은 산유국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아라비아반도 남단의 예멘에서도 ‘알카에다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접한 예멘 북쪽 국경지대 사다 주(州)의 소도시 라제에서 20일 새벽 사우디군 공습으로 민간인 54명 이상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 지역은 이슬람 시아파인 후티 부족 반군의 분리운동이 한창인 지역이다. 반군 대변인은 “사우디 폭격기의 공격으로 주택 다섯 채가 부서지고 주민들이 대거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17일에는 라제의 시장이 폭격을 당해 60명 이상이 숨졌다. 정부측은 “알카에다 테러범 34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지만 목격자들은 “숨진이들 대부분이 민간인”이라고 전했고 현지 주정부 관리도 “라제 공습으로 여성 17명과 어린이 2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서는 올들어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수도 사나에서는 밤이면 북쪽으로 날아가는 전투기 굉음이 어둠을 찢는다. 정부군이 반군을 진압한다며 전쟁을 방불케하는 공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시상태다.
사다 주 일대는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지대처럼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무법지대다. 미국 정보기관들과 예멘 정부는 아프간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예멘 국경으로 파고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알카에다가 어디에 얼마나 들어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후티 반군은 예멘에서는 소수인 시아파이고, 알카에다는 그와 대척해온 수니파 극단세력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테러전을 돕는 대가로 지원을 받아온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반군을 진압하면서 “알카에다와 싸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반군이 사우디 국경을 넘자 사우디까지 분쟁에 가세했다. 미국도 전쟁 지원에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1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예멘에 대한 화력·정보 지원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이언 휘트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알카에다가 예멘 정부와 미국, 지역 내 이익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사주간 타임은 이와 별도로 오바마 정부가 알카에다와 싸우는 예멘 정부에 최근 6500만달러의 원조를 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abc방송은 미국의 지원물품에 미사일도 들어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공습에 미국이 준 미사일이 쓰였다는 보도도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수니파 대국인 사우디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예멘 시아파를 활용해 역내에 세력을 확대하는 것을 경계한다. 미국은 예멘 정정불안으로 역내 안정이 깨지는 것을 막으려 살레 정부를 밀어주고 있다. 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은밀히 대테러전이 확산되는 꼴이다.
피해자는 주민들이다. 타임은 예멘 국경지대에서 민간인 살상, 학대, 가혹행위, 폭격, 난민사태 등이 벌어지고 있다며 “제2의 아프간이 될지 모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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