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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암살, 그리고 모사드

딸기21 2010. 2. 1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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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일어난 하마스 지도자 마흐무드 알 마부흐 살해사건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두바이 경찰이 영국 등 유럽 여권을 소지한 11명의 암살단 소행이라는 수사결과를 밝히자 영국은 이스라엘 측의 여권위조를 의심하고 나섰네요. 외교마찰로 비화되자 이스라엘 내에서도 모사드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19일 런던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 두바이 살해사건과 관련된 여권 위조 문제를 추궁한 뒤 이스라엘 측에 수사에 적극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고 BBC방송 등이 보도했습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전날 이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지시했지요.

앞서 두바이 경찰은 알 마부흐 살해용의자 11명 중 6명은 영국, 3명은 아일랜드, 나머지 2명은 각각 프랑스와 독일 여권을 갖고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조사결과 그들의 영국 여권은 모두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소행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아일랜드 정부도 위조여권임을 확인하고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 항의했습니다. 프랑스 정부도 이스라엘에 여권 위조에 개입했는지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독일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일랜드 주재 이스라엘 대사 시온 에브로니가 18일 아일랜드 외무부에서 여권 위조 항의를 받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당하고 있네요. 하지만 이스라엘이 이런 정도로 암살공작을 그만둘 리 없죠. (AP)

 

두바이 경찰은 19일 “이스라엘이 이번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99%”라며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을 지목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저항조직 하마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개입해 알 마부흐를 살해했다”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영국 언론들도 모사드의 소행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고요.

이스라엘 정부는 늘 그렇듯 모사드 개입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지요.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군 라디오방송에 나와 “모사드를 비난할 아무 증거가 없다”면서도 결정적인 답변은 피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유력지 하레츠는 “당국은 이번 사건으로 가뜩이나 악화된 유럽과의 관계가 더욱 나빠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가 바로, 알 마부흐가 살해당한 두바이의 호텔입니다. 사진은 호텔 사이트에서 퍼왔어요.


이스라엘이 2000년부터 팔레스타인인 6000명 이상을 대량 사살하면서 유럽 내에서는 반 이스라엘 감정이 고조돼 있습니다. 특히 2008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일어난 가자 침공으로 주민 1000명 이상을 살해한 뒤 유럽 내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은 극도로 고조됐고요.

이스라엘 내에서도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하레츠의 유명 칼럼니스트 기드온 레비는 모사드 짓으로 추정되는 과거의 암살들을 거론하면서 “모사드는 ‘죽음’을 모으지 말고 ‘정보’를 수집하라”고 일갈했습니다. (Gideon Levy / Mossad is supposed to gather intelligence, not sow death)

* 여담입니다만, 기드온 레비는 '이스라엘의 양심'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가자 침공 때에 유심히 보았는데, 정말 용감하게 극우파들의 공격 속에서도 이스라엘이 해선 안 될 짓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저널리스트이더군요.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모사드에 대해서 좀 더 들여다볼까요.

1949년 창설된 모사드(히브리어로 ‘기구’라는 뜻이라고 합니다)의 공식 명칭은 정보·특수작전기구(Mossad Le‘aliyah Bet·모사드 레알리야 베트)로, 이스라엘 총리실 직속 기구입니다. 국내정보를 담당하는 신베트(Shin Bet), 군 정보국인 아만(Aman)과 함께 이스라엘 내 3대 정보기관 중 하나이지요. 60년대 아르헨티나까지 쫓아가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붙잡아, 결국 법정에 세우면서 명성을 얻었고요.

팔레스타인·레바논 등지에서 광범한 활동을 펼치던 80년대에는 모사드 요원 수가 최대 2000명에 이르렀으며, 지금은 1200명 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텔아비브 본부 직원들 외에 ‘카차스(katsas)’라 불리는 현장 요원들이 세계 곳곳에서 활동을 합니다.

메이르 다간


모사드 조직은 정보수집·정치활동·연락통신·심리·연구·기술 등 8개 부서로 구성돼 있다고 합니다. 군 편제와는 다르지만 전국민 징병제인 이스라엘 특성상 요원들 대부분이 장기간의 군 복무 경험을 갖고 있고 군과 친화력이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 모사드는 정보수집 뿐 아니라 76년 우간다 ‘엔테베 작전’ 때처럼 준군사활동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한때 해외 작전과 암살공작 등으로 악명을 떨쳤던 모사드는 90년대에는 두드러진 활동이 크게 줄었습니다. 온건파 노동당 정권 아래에서 영국 태생 유대인 에브라힘 할레비가 국장을 맡고 있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강경파 아리엘 샤론 총리가 2002년 메이르 다간 현 국장을 임명하면서 다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샤론이 다간에게 “이빨 사이에 칼날을 문 것처럼 일하라”고 지시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국장 외에 모사드의 부국장들은 N, T 등의 암호로만 불린답니다). 다간은 군에서 30년간 잔뼈가 굵은 인물인데요, 취임하자마자 “위험 앞에 몸 사리는 분위기를 깨야 한다”며 조직을 다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더타임즈는 “다간의 거칠고 강압적인 업무스타일에 반발해 직원 200명 이상이 그만뒀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다간은 극우파 베냐민 네타냐후 현 총리로부터도 두터운 신임을 받아, 통상 임기 4년에 1년 연장 정도로 끝나는 모사드 국장직을 8년째 계속하고 있지요. 로이터통신은 “두바이 사건으로 다간이 경질될 것이란 소문도 있었으나 다간이 이런 일 정도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더 많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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