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미 동성애자 권리운동 상징 된 한국계 장교

딸기21 2010. 3. 1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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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묻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하는가. 우리에겐 정체성을 밝힐 자유가 있다.”
18일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 150여명이 모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군 내 동성애자 차별을 없애기로 한 약속을 지키라”며 시위를 벌였다. 오바마가 국방부의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는 오랜 동성애자 금언 정책을 폐기하도록 하겠다고 해놓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에 항의하러 나선 것이다.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혔다는 이유 만으로 강제퇴역 처분을 받게 된 동성애자 전역병 2명은 백악관 울타리에 자신들 몸을 사슬로 감고 구호를 외치다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된 이들 중 한 명은 한국계 이민2세로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장교였던 대니얼 최(29·사진)였다.




침례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최씨는 2003년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다. 아랍어와 파르시(이란어)가 유창해 미군 내 중동 전문인력으로 인정을 받았고,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이라크전에 복무했다. 이라크에서 돌아온 뒤에는 뉴욕 주방위군에 소속돼 일하고 있었다.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은 지난해 3월이었다. MSNBC방송 레이첼 매도우 쇼에 출연해 “나는 게이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동성애 금언 정책에 전면 도전한 최씨는 군 내부는 물론, 미국 전체 동성애자 권리운동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군은 즉시 보복에 나섰다. 국방부는 “군 내부 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뉴욕 주방위군의 규율을 어겼다”는 이유로 그를 강제퇴역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최씨는 “강제 전역 조치는 나를 비롯해 내 군 동료들 모두를 모욕한 것”이라며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전문적이고 훈련된 병사들을 용납할 수 있는 현명한 군 지도부를 원한다”는 편지를 백악관에 보냈다.

MSNBC 출연 이후 석달 사이에 미 곳곳에서 16만명이 뉴욕 주방위군에 보내는 강제퇴역 철회 청원서에 서명했고, 그를 구명하기 위한 웹사이트와 단체들이 생겼다.
최씨의 선언 뒤 웨스트포인트 출신 동성애자 장교 38명이 커밍아웃을 했고,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LGBT)의 군 복무에 찬성하는 ‘나이츠 아웃’이라는 군인조직까지 만들어졌다. 최씨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게이퍼레이드, 뉴욕시 동성애자 행사인 프라이드 랠리 등에 참가하며 공개적인 권리투쟁을 계속했다. 오바마는 그해 10월 “금언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18일 최씨의 체포 사실은 ABC, CBS방송 등을 통해 크게 보도됐다. 최씨가 시위하는 동안 백악관 브리핑룸에서는 기자들이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만날 것인지”를 물었다. 기브스는 “오늘은 그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지만, 오바마와 최씨의 만남이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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