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영국도 '핵 전력 공개'

딸기21 2010. 5. 2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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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핵 없는 세계’ 구상에 맞춰 핵무기 보유국들이 핵 전력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에 이어 영국도 보유중인 핵탄두 수를 공개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신임 외무장관은 26일 “현재 갖고 있는 핵탄두 수는 225개”라고 공개하면서 “앞으로도 이 숫자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2006년 영국은 ‘작동가능한’ 핵탄두 수가 160개이지만 핵 전력을 유지하기 위한 ‘추가분’을 갖고 있다고 밝혔었다. 이번 발표로 ‘추가분’의 규모까지 공개된 셈이다.
헤이그 장관은 미국 뉴욕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종료를 이틀 앞둔 이날 탄두 수를 공개하면서 “핵무기를 가진 나라와 안 가진 나라 간 신뢰를 쌓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헤이그 장관은 핵탄두 수를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지만 영국 내에서 예산문제 등으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트라이덴트 핵잠 교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집권 보수당 내에서는 핵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핵잠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연립정권의 한 축인 자민당은 예산만 잡아먹는 핵잠 교체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BBC방송은 연립정부가 핵 방어능력을 점검한 뒤 핵무기 정책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헤이그 장관의 발표에 대해 “미국의 비핵화 구상을 뒷받침하면서 동시에 다른 핵무기 보유국들에도 공개 압력을 넣는 두 가지 목적을 띤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이달 초 NPT 평가회의 개막과 함께 보유 중인 핵탄두 수가 5113개라고 전격 공개했다. 프랑스는 2008년 핵탄두 수가 약 300개라고 밝힌 데 이어, 최근 “300개를 넘지 않는다”고 다시 발표했다.
올초 미국과 핵무기 대량 감축에 동의한 러시아도 2주 전 핵탄두 숫자를 공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미국과 체결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후속협정을 비준한 뒤 핵탄두 규모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와 미국은 전세계 핵무기의 95%를 갖고 있다. 러시아까지 공개를 하고 나면 중국,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등의 핵 보유국들에게도 ‘핵 투명성’을 높이라는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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