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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묻은 다이아몬드, 끝없는 논란

딸기21 2010. 6. 2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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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아동노동 등 부당한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이른바 ‘피묻은 다이아몬드’의 생산·거래를 금지한 킴벌리 프로세스(KP)가 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들어 앙골라 다이아몬드 광산들의 아동 노예노동이 드러난데 이어, 짐바브웨에서도 독재정권의 불법 다이아몬드 거래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AFP통신은 27일 짐바브웨의 마랑게 광산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들에 대해 인권단체들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짐바브웨 다이아몬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야당 탄압과 억압통치로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다이아몬드를 내다팔기 위해 광산지대에 군을 투입, 주민들을 노예노동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었다. 

KP를 주도해온 인권단체 ‘글로벌 위트니스’와 휴먼라이츠워치 등 인권단체들은 정부군이 어린 아이들까지 노천 광산에 밀어넣는다고 고발했다. 지난해 말 마랑게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이 충돌하면서 200여명이 숨지는 일까지 일어났다. 여성들을 광산 노동에 몰아넣고 학대, 성폭행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올들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현지 인권단체인 짐바브웨개발연구센터는 “정부군과 보안병력이 마랑게에 있는 치아즈와 광산에서 주민들을 착취하고 집단 살해까지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짐바브웨 정부는 “KP 위반행위는 없었다”면서도 이달 초 작업환경을 모니터링하던 인권운동가 파라이 마구우를 체포해버렸다. 마구우는 짐바브웨 당국이 KP 규정과 관련해 허위서류를 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짐바브웨산 원석을 사들여온 다이아몬드회사 드비어스는 당초 “KP를 어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짐바브웨 편을 들었다가, 비판이 커지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2003년 발효된 KP는 분쟁지역에서 생산되거나 노동착취·아동노동 등으로 채굴된 다이아몬드 거래를 금지하는 국제협약이다. 짐바브웨, 콩고민주공화국, 라이베리아, 앙골라, 시에라리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주요 광산국가들을 비롯해 세계 75개 나라가 가입돼있다. 특히 이 협약은 각국 정부와 기업, 비정부기구(NGO) 세 부문의 합의를 통해 특정 상품의 공정무역 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치아즈와 광산의 노동자들


하지만 정부의 통치력이 작용되는 지역에서 생산된 다이아몬드에 대해서는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는 등의 허점도 적지 않다. 협약대로라면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의 99.8%가 이 협약의 노동조건들을 지켜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거래금지 조치를 당하게 된다. 그러나 가입국이 멋대로 탈퇴해버리거나 비가입국과 거래할 경우 강력한 제재 방법이 없다.

무가베 정권은 마랑게가 내전 지역이 아니라면서, 이 곳에서 캐낸 다이아몬드를 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팔아왔다. UAE는 KP에 가입하지 않았다. 짐바브웨 광물마케팅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에도 짐바브웨산 다이아몬드 원석 140만달러(약 17억원) 어치가 두바이의 한 회사로 넘어갔다.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공항에서 밀거래로 원석이 반출됐고, 대금은 전신환으로 짐바브웨 광물회사에 입금됐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포스터


짐바브웨산 원석들이 KP 인증 위조서류와 함께 두바이로 넘어가면 미국과 짐바브웨, 두바이의 은행들을 거쳐 세탁된 자금이 무가베 정권에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뉴스위크는 최근 “다이아몬드는 무가베의 새로운 벗”이라며 원석 판매대금이 무가베 일가와 집권 국민연합(ZANU-PF)의 돈줄이라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지난달에만 짐바브웨산 원석 1억5000만달러 어치가 밀수출됐다”고 전했다. 인권단체들은 하루빨리 짐바브웨 광산들을 조사해 금수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프리카 광산국가들이 떼지어 KP를 무력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앙골라 정부도 북동부 광산에서 군인들을 동원, 주민들에게 강제노역을 시켜 다이아몬드를 파내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광산지대 주민들이 광산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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