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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팔레스타인을 좋아하게 됐나

딸기21 2005. 5. 2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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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 가난으로 얼룩진 팔레스타인의 이미지가 변하고 있다.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숨지고 마흐무드 압바스가 권력을 위임받은 뒤 눈에 띄는 외교행보를 보여주면서 강대국들이 잇따라 지원을 약속하는 등, 팔레스타인 국가건설에도 서광이 비치고 있다.


26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압바스 수반은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압바스 수반의 평화정착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지원금 5000만달러(약 500억원)를 우선 지급키로 약속했다. 미 의회는 앞서 PA에 1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원조법안을 승인했으며, 부시 대통령이 약속한 5000만 달러는 그중 1차분이다.

PA 수반의 워싱턴 방문은 지난 2001년 아라파트 전 수반의 회담 요청을 부시 대통령이 거절한 이래 처음이다. 이번 방문에서 압바스 수반은 전임자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환대를 받았다. BBC방송은 압바스 수반이 지난 25일 워싱턴 공항에 도착하자 비행기 트랩에서부터 미국 의전담당자들이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등 극진히 대접했다고 보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부시 대통령에 앞서 압바스 수반을 만나 “팔레스타인의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칭송했다.

알자지라방송은 부시 대통령이 압바스 수반에게 “어려운 여정의 첫발을 내디뎠다”며 중동평화협상에서 보여준 노력을 치하하고 “우리는 남은 여정을 함께 갈 것”이라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번 회담에서 “평화적인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지지한다”고 다시금 밝히고 “이제는 팔레스타인의 항구적인 지위에 관한 협상을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압바스 수반은 방미에 앞서 러시아·중국·인도 등 주요국 수반들과 만나 ‘수금(收金) 외교’의 진수를 보여줬다. 압바스 수반은 지난달 중동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과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이란·시리아 무기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며 쌀쌀한 모습을 보인 반면, 압바스 수반에게는 팔레스타인 국가건설을 지원하고 무기를 제공해주겠다며 우호적인 지원을 제안했다.

압바스 수반은 지난 15일 팔레스타인 수반으로는 이례적으로 유라시아 대국들을 잇달아 방문하는 순방을 시작했다. 첫 방문지인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서 지원금 1억달러를 얻어냈으며, 17일 중국 방문에서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회담하고 5000만위안(약65억원)의 원조를 약속받았다. 다시 이틀 뒤에는 이스라엘 무기의 주요 수입국인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를 찾아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지지한다”는 선언과 1500만달러의 원조를 얻어냈다.

압바스 수반은 지난 1월 선거에서 아라파트 전 수반의 후임으로 선출됐다. 이달 초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압바스 수반을 대통령에 지명함으로써 그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PLO내 최대 정파인 알파타 등이 선거를 거치지 않은 대통령 지명에 반발하고 있긴 하지만 압바스 지명자는 이미 팔레스타인의 잠정적인 국가원수로 국제사회의 공인을 받았다. 아라파트 전 수반이 강력한 카리스마와 오랜 투쟁경력으로 팔레스타인의 상징처럼 여겨진 동시에 테러지원자·부정축재자 등의 혐의를 썼던 반면, 압바스 수반은 정직·온건한 이미지로 신망을 얻고 있다.

이번 순방외교에서 그는 전임자와 상반된 자신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 팔레스타인의 ‘테러집단’ 오명을 씻어내려 애썼다. 더불어 막대한 지원약속을 받아내는 등 실리를 챙기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지 철수를 보류하고 최근 다시 공격을 가해오는 등 분쟁이 완전 종식되지는 않고 있지만, 아라파트 전 수반 사후 예상됐던 혼란 없이 ‘연착륙’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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