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올해도 어김없이 라마단.

딸기21 2010. 9. 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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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경향신문에 난 기사를 보니, 이슬람 라마단(금식월)을 맞아 이슬람 국가들에서 고기값이 급등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11일(지역에 따라 12일)부터 이달 9~10일까지가 이슬람력 아홉번째 달인 라마단이죠. 라마단 때에는 원래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금식을 합니다. 침조차 삼키지 않는다고 하지만, 물론 그렇게 철저히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낮에는 굶는 대신, 저녁에는 만찬을 합니다. 특히 이슬람 라마단 끝 사흘 동안의 이드 알 피트르('Id al Fitr) 축제 때에는 먹고 마시며 잔치를 벌입니다. 무슬림이 아닌 저도, 어쩐지 오랫동안 이슬람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동화(?)되어 그런지 라마단 끝무렵이 되면 이드 알 피트르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요(이노무 식탐은;; 이드 알 피트르는 말고 '라마단' 단식이나 좀 하면 얼마나 좋아.. -_-).

아무튼 이 무렵이 되면 이슬람권에서는 육류 소비가 크게 늘어납니다.


아, 달달해서 못 삼킬 정도인 아랍 과자와 터키 과자가 먹고싶어져요.



올해에는 유독 고기값이 많이 올라간 이유가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라마단을 맞은 이슬람 국가들의 육류 가격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는 라마단 무렵의 통상적인 가격 상승에다, 국제 식료품값 급등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러시아 화재 등으로 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육류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는 거죠다. 


곡물 수요를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에서는 가축용 사료로 사용하는 보리의 가격이 2배 이상 뛰었다고 하고요. 사료값이 오르면 육류 가격도 올라가게 되죠.

라마단이 끝난 뒤에도 자칫 물가대란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하네요. 라마단 끝의 ‘이드 알 피트르’를 지나면 11월에는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아드하(희생제)’가 있지요. 그 때까지 육류를 비롯한 식료품값은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입다. 아랍권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이집트의 경우 2007~2008년 식량 폭동이 일어났었지요. 그 때는 밀 값이 문제였습니다. 물가가 올라 또다시 그런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이마트에 갔다가 저야말로 쇼크를 받았습니다. 시금치 한 단, 그것도 평소의 한 단의 절반 밖에 안 되는 양에 무려 4480원! 시금치국 해먹으려면 두 단은 필요한데 거기다가 돈 만원을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러시아 화재 여파에다가 태풍에다가... 올 가을엔 신선채소 먹기는 글렀습니다. 우거지와 시래기로 연명해야겠어요)


다시 라마단 이야기로 돌아가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라마단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미국 시간으로 7일, 클린턴이 국무부로 미국 내 이슬람 청년 지도자들을 초청해 만찬행사를 갖는다는군요. 낮 시간 금식이 끝난 후 먹는 ‘이프타르(Iftar)’ 만찬행사를 주최하는데, 참석자들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30살 이하의 이슬람 지도자들이랍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라마단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달 13일 백악관에서 이프타르 행사를 했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전임 행정부 시절 이슬람권과 물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전쟁을 벌이면서 관계가 악화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이슬람과의 화해’를 추진해왔지요. 클린턴의 만찬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고요.


하지만 클린턴의 만찬에는 또 다른 메시지도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곧 있으면 9.11 테러 9주년입니다. 시간 참 빠르네요.


오는 14일에는 이집트의 샤름 엘 셰이크에서 중동평화협상 2차 회담이 열리는데 거기 클린턴도 참석합니다. 이슬람권에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고, 미국 내 무슬림들이 이번 평화협상 중재 노력을 지원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하고, 오바마 정부의 이슬람과의 화해 노력을 알리는 목적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오바마한테는 이런 화해 정책이 큰 정치적 부담이 딸린 일입니다. 앞서 9.11 테러 현장인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부근에 모스크를 세우는 걸 오바마가 지지한다고 밝히자 미국 내 극우파들이 “오바마는 무슬림이냐”며 맹비난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정부는 중동 평화협상을 어떻게든 중재를 하려고 하고 있고, 전임 행정부보다는 그래도 중립적인 제스처를 취하려 애쓰고 있습니다(문제는 그것이 '제스처'라는 것 -_-).




중동 평화협상... 참 잘 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안 하기도 힘든 것이 이 협상이죠.


지난 2일 20개월만에 처음으로 이-팔 평화협상이 재개됐는데, 언제나 그렇듯 이스라엘 쪽에서 훼방을 놓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극우파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외무장관이 나서서 비관론을 퍼뜨리고 있다는군요. 


하레츠 등 이스라엘 신문들에 따르면 리베르만은 예루살렘에서 자기가 속한 ‘이스라엘 베이테누(우리집)’ 당 당원대회를 열고 “이-팔 평화협상은 가까운 미래에는 체결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평화정착은 내년은 물론이고 다음 세대까지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는 건데요(이 아비그도르라는 놈은 한 마디로 미친 놈입니다. 같은 자기나라 국민 중에서도 아랍계는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니 나치와 똑같은 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같은 우파이지만 아주 쪼끔 덜 미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5일 주례 각료회의에서 이번 협상이 성공할 것이라고 다짐을 했는데 거기다가 외무장관이 찬물을 끼얹은 셈입니다. 이스라엘은 오바마 정부가 자신들을 박대한다고 계속 볼멘소리를 내왔습니다(그러면서 이란을 폭격해야 한다고 늘 주장해왔죠). 특히 이스라엘 극우파들이 평화협상 노력과 계속 엇나가려 하고 있는데요.


오바마와 클린턴이 라마단 만찬까지 열어가며 이슬람권 다독이고 평화협상을 어떻게든 끌고 가려고 하는데, 어쩐지 협상장 주변에 먹구름이 끼는 분위기입니다.


덤으로, 라마단의 풍경들을 모아봤습니다.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 카바(검은 돌) 신전에 모인 사람들입니다.




인도 스리나가르의 무슬림들.


파키스탄 무슬림들.


라마단 '만찬'을 먹는 카슈미르의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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