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착한시민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딸기21 2010. 10. 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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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유치원에 한달에 한통씩 비닐봉지 100장짜리 팩을 가져다줘요. 날마다 컵을 유치원에 들려보내는데 비닐에 넣어보내고, 그러면 유치원에서는 새 비닐 꺼내어 싸가지고 다시 돌려보내죠. 그렇게 애 물컵에만 비닐봉지 2장씩 날마다 쓰는 거야.”(유일영)
“제 문제는 온라인 쇼핑몰이예요. 겹겹이 비닐포장에 박스에…. 직접 사러다녀야 하나….”(유정인)

9월의 마지막날,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 네 명이 모였습니다. 8년차 주부이자 직장인인 유일영씨(34), 공기업에 다니면서 지금은 모 대학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김대중씨(32), 요새는 대학로에서 연극에 집중하고 있는 탤런트 이세은씨(29), 그리고 경향신문 유정인 환경담당기자(30).





유기자를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경향신문 디지털뉴스국 인터랙티브팀에서 진행하는 온-오프라인 통합 기획 <착한시민프로젝트> 참가자들입니다. 지난달 추석무렵 트위터로 모집공고를 내 참여 의사를 밝힌 독자들 중 세 명을 선정해 기획팀을 꾸렸습니다.

왜 ‘착한시민’이냐고요?

인신매매, 아동노동, 독극물 방출과 환경파괴, 원주민 착취, 기후변화와 환경난민, 유전자 조작식품과 ‘정크푸드’들, 대량소비와 자원 낭비... 서아프리카의 해안에서 학교에도 못 가고 카카오를 따는 아이들, 방글라데시의 노동착취형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세상을 눈 똑바로 뜨고 봐야지” 하다가도 돌아서면 잊는 것이 일상의 생활입니다.

세계적인 실천윤리학자인 호주의 피터 싱어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뉴욕의 아파트에서 땀냄새를 없애려고 프레온 가스가 함유된 스프레이를 사용한다면, 몇 년 후에 칠레의 푼타아레나스 사람들이 피부암으로 숨질 수도 있다. 당신이 모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방글라데시에 홍수를 일으키는 인과 고리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새로운 상황에서는 우리의 ‘윤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소비생활은 또 어떻습니까. 모르고 사는 것, 모르고 쓰는 것, 알면서도 사서 쓰는 것... 그래서 글로벌 시대의 윤리는 현실을, 각자의 생활을 늘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생각을 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언론도 달라져야 합니다. 이제는 ‘직필정론’ 구호만으로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언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언론은 때로는 세상을 이끌고, 때로는 세상을 따라갑니다. 경향신문은 복잡하게 연결된 세상에서 ‘옳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독자들과 함께 찾아보려고 하는 겁니다.
고민을 하고 실천의 길을 찾는 주인공은 경향과 독자들입니다. 프로젝트의 첫번째 주제, ‘일회용품 안 쓰고 한 달간 살아보기’에 참여하는 네 사람은 10월 한 달 동안의 체험담을 각자 적어나가게 됩니다. 생활에서 부딪치는 ‘일회용품의 압박’과 그로부터 벗어나기, 성공담과 실패담을 <착한시민프로젝트> 블로그(http://join.khan.kr)에 공개합니다. 한달 후에는 지면이나 온라인을 통해 기사로 보도합니다.

종이로, 웹으로 ‘함께하는 프로젝트’

첫 만남에서 네 참가자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세은씨는 “날마다 공연을 하면서 날씨가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절감했고, 기후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유일영씨는 “어쩌면 한국사회는 노동력마저도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것 아닐까”하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금지품목’은 각자 사정에 맞춰 정하기로 했습니다. 어디까지를 일회용품으로 보느냐를 두고 의견이 조금씩 엇갈렸기 때문입니다.
이틀 뒤 유일영씨는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비닐봉지도 씻어서 재사용하는 남편은 나더러 ‘일회용 렌즈’도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안경을 끼고 나갑니다.” 술 좋아하는 김대중씨는 막걸리와 맥주도 이왕이면 페트병 대신 유리병에 담긴 것을 골랐답니다.
어느 쪽이 환경에 더 유해할까요? ‘정답’은 알 수 없지만 막연히 페트병이 더 나쁠 것 같아서였답니다. 남는 의문들은 정례 모임에서 ‘연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토론에서 얻은 원칙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일회용품을 되도록 쓰지 않으며 불가피한 경우라도 사용량을 줄이기. 종이컵 대신 머그잔을 쓰는 것처럼 비교적 쉽게 대체할 수 있는 항목도 있지만 화장솜이나 면봉처럼 대체물이 확실치 않은 것들도 많지요.
두번째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새 물건 사지 않기랍니다. “사실 집안을 뒤져보면 친환경 장바구니가 서너개씩은 나오잖아요.” 유기자의 말입니다. 그래서 세번째 원칙은 “공짜라도 불필요한 물건 받지 않기”랍니다. 이날 집에 가서 뒤져보니, 유기자의 방에서는 휴대용 티슈 16묶음이 나왔답니다.

유일영씨의 제안으로 참가자들은 일회용품 사용실적을 점수로 매기기로 했습니다. 기본점수 100점으로 출발해 일회용품을 완전히 대체하면 5점을 더하고, 일회용품을 지속가능한 형태로 재활용하면 2점을 더합니다. 반면 일회용품을 쓰고 그대로 버리면 5점 감점. 한번이라도 재활용한 뒤 버리면 2점 감점입니다.

‘일회용품 안 쓰고 살아보기’를 시작으로, 매달 한 가지씩 주제를 잡아 1년 동안 프로젝트를 계속합니다. 11월에는 ‘좋은 먹거리, 나쁜 먹거리-라벨을 살펴라’, 12월에는 대량소비에 대해 생각해보는 ‘마트 문화 뒤집기’, 2011년에는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대중교통만으로 돌아다니기’, 우리가 쓰는 소비재들의 글로벌 유통경로와 윤리적 측면을 따져보는 ‘이 물건의 고향은 어디인가’, 시민으로서 권리를 느끼고 지키기 위한 ‘까칠하게 권리 지키기’, 물 빠질 구멍도 없이 콘크리트로 덮인 도시에 대한 ‘게릴라 작전, 도심에 나무심기’ 등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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