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2010 위기의 유럽

딸기21 2010. 12. 3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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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럽은 한 마디로 ‘위기’였습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유럽의 금융중심지였던 영국, 그리고 복지국가로 명성을 날렸던 아이슬란드가 타격을 입은 것이 2년 전이죠. 
그 뒤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타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유럽은 유독 심했습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가 긴급 구제금융을 수용하고 다음 순서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거론되는 등 경제위기 여파로 유로권 전체가 흔들거린 한 해였습니다.


재정위기 발단이 됐던 그리스 사태

2009년 10월22일 신용평가사 피치가 그리스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A→A-)했습니다. 긴 협상 끝에 유럽국들이 그리스에 재정긴축안을 강제하는 대신 구제금융을 내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 재정적자가 GDP 대비 13%를 웃돈다는 집계가 나오면서 사태가 더욱 급박하게 돌아갔고, 그리스는 결국 유럽연합과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죠. 
4월27~28일 스탠더드&푸어스는 그리스 신용등급 ‘정크’로 강등하는 것을 비롯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신용등급도 모조리 낮췄습니다.




남유럽권 전체 국가부도 위기가 고조되면서 재정적자가 심각한 ‘P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그룹이라는 용어까지 나왔죠. 유럽 부도공포가 퍼지면서 환율 요동치고, 심지어 일본이 위험하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됐습니다. 

그리스에 차관…결국 IMF 개입 경향신문 > 국제 | 2010.03.26 18:16
독일 가세… 유로존 ‘그리스 살리기’ 잰걸음 경향신문 > 국제 | 2010.04.29 18:14
유로존 얽히고 설킨 채무 ‘위기 도미노’ 경향신문 > 경제 | 2010.05.06 18:07


세계 각국 공공부채를 살펴봤는데요. 각국 공식 자료로 본 2009년 현재 공공부채 가장 많은 나라들 중 1위는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입니다. 로버트 무가베 독재정권 때문에 사실상 나라가 부도난 상태고요. 
그밖에 빚더미에 앉은 나라들 살펴보면 유럽국들이 의외로 참 빚이 많습니다. 그리스,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벨기에, 프랑스, 포르투갈,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등등이 모두 부채 상위권입니다.

유럽 위기는 현재진행형

11월 21일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들이 아일랜드 구제 패키지에 합의를 봤죠. 유로안정화기금(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EFSF)과 IMF가 일부 지원하고, 영국·덴마크·스웨덴이 양자간 구제금융 제공 형식으로 아일랜드를 돕기로 했습니다. 
이어 11월 29일에는 유럽연합이 아일랜드에 850억 유로(129조원) 가량의 구제금융을 내주기로 했죠. 올 상반기 유로존과 IMF가 그리스에 내주기로 한 돈이 1100억 유로(167조원)이었는데, 과연 유럽에 이만한 돈이 있느냐도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재정난에 부딪친 유럽국들은 일제히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죠.
IMF와 유럽연합 등이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내주기로 하면서 강도 높은 재정 개혁을 조건을 내세웠습니다. 그리스 외에도 각국 정부는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는 긴축재정에 돌입했습니다. 

나랏돈 아끼는 방법은 복지 줄이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없애고 국가 자산을 매각하는 것. 일례로 그리스는 미코노스라는 섬까지 매물로 내놨죠. 재정난 심한 영국은 얼마 전에 항공모함 매물로 내놨고요. 
프랑스니 영국이니 이탈리아니, 다들 연금 줄이고 노동자들 연금 받는 연령을 높이려고 정년 연장하고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에겐 당장의 희생을 강요하는 고통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죠.

긴축재정 반발로 곳곳 시위

그리스에서는 지난 2월 임금동결·은퇴 연령 상향·세금 인상 등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공공부문 노조가 대규모 파업에 나섰습니다. 아테네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고, 그 후로도 몇 차례에 걸쳐 파업과 시위가 반복됐습니다. 3월11일에는 5만여명이 거리로 나왔고 재정긴축안 반대 총파업이 일어났습니다.

‘긴축정책’ 유로존, 파업·시위로 몸살 경향신문 > 국제 | 2010.02.24 18:02
거리로 나선 프랑스 고교생들 
http://ttalgi21.khan.kr/3017
신자유주의 반감 … 사르코지 ‘불통 정책’이 기름 부어 경향신문 > 국제 | 2010.10.20 22:28
런던 '분노의 겨울' 시작되나 http://world.khan.kr/139


스페인에서는 정부가 퇴직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높이는 긴축안을 내놨죠. 이에 반발해 2월 양대 노조 소속 조합원 수만 명이 마드리드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벌였고요.
스페인의 경우 2009년 재정적자가 GDP 대비 9.49%였습니다. EU는 회원국 재정적자가 GDP의 3%를 넘지 않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국, 스페인 등 대부분의 유럽국들이 2008년까지만 해도 이 기준을 충족시켰는데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서 적자 비율이 껑충 뛰었습니다. 포르투갈에서도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3월 총파업을 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복지 축소 반대 시위

프랑스에서는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가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2세로 올려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끌어올리는 연금제도 개혁안을 통과시켰죠. 그에 반발해서 지난 10월 12일부터 노조들이 파업을 하고, 고등학생들까지 ‘우리의 미래를 희생시키는 일’이라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High school students vote during a general assembly during their protest 
against the pension reform, Thursday, Oct. 14, 2010 in Rennes, western France. (AP Photo/David Vincent)


영국에서는 보수당 정부가 재정적자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죠. 그래서 아동복지 예산을 줄이고 교육예산을 감축하기로 했는데요. 
대학 등록금 상한선을 현재의 3배로 올린다는 정부 방침이 나온 뒤에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마거릿 대처 시절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온국민이 거리로 나섰던 ‘분노의 겨울’이 재연된다는 얘기까지 나왔죠.

집시·무슬림 등 소수집단에 대한 배척

각국이 이민규제를 강화하면서 유럽에 빗장이 걸렸습니다. 스위스에서 이슬람 사원 첨탑 미나레트 건립을 금지시킨 데에 이어, 벨기에와 프랑스는 남아시아 무슬림 여성들이 쓰는 전신을 가리는 옷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나치 흉내내는 유럽, 자유와 개방은 옛말 경향신문 > 국제 | 2010.12.14 20:26
‘이민자 천국’ 스웨덴 ‘反이민’ 분위기 확산 경향신문 > 국제 | 2010.09.15 21:50
부르카엔 반대하지만... 
http://ttalgi21.khan.kr/2610


또한 프랑스의 사르코지 정부는 로마족 통칭 집시 1000여명을 루마니아로 추방했습니다. 하지만 경제난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을 소수 집단에게 돌리게 만들고, 그들을 범죄집단처럼 낙인찍는 인종차별적인 조치라는 비판도 만만찮았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아프리카계 이주노동자들을 지역 주민들이 폭력으로 박해하고 정부가 이를 방치하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영국 13년만에 정권 교체

1997년 오랜 보수당 정권을 밀어내고 토니 블레어라는 인물이 스타처럼 등장하던 모습이 저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데요. 블레어 10년, 그리고 뒤를 이은 고든 브라운 3년까지 13년 동안의 노동당 정권을 밀어내고 보수당이 마침내 정권교체에 성공했죠. 
특히 노동당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 살리기에 실패한 점, 그리고 블레어의 푸들외교와 이라크전 참전 등에 대한 국민적 반발로 민심을 잃었습니다.


Britain's Prime Minister David Cameron chairs the first meeting of the National Security Council 
in the Cabinet Room at 10 Downing Street in London May 12, 2010. / 로이터


그 결과로 5월 6일 총선에서 젊고 따뜻한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캐머런(44)을 내세운 보수당이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영국에서 양당제 전통은 깨졌고 제3당인 자민당이 닉 클레그 당수를 내세워 엄청난 약진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헝 의회, 즉 다수당이 단독 집권을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됐죠. 결국 보수당의 캐머런 총리, 자민당 클레그 부총리의 연립정권이 성사됐습니다.

영국의 새 총리와 부총리는? http://ttalgi21.khan.kr/2818
캐머런과 닉 클레그 동영상:  총리관저에서 만난 두 사람


캐머런은 ‘보수당의 개혁’과 ‘따뜻한 보수주의’라는 기치를 내걸고 2005년 39세의 젊은 나이에 당수가 됐습니다. 젊고 참신한 이미지에 잘생긴 외모와 달변으로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우파이면서도 분배 문제에 관심이 많고, 기후변화와 동성애 문제에서는 노동당보다도 개방적이라는 평이었죠. 캐머런은 유명 귀족학교인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를 나온 전형적인 엘리트 출신이고, 정치 경험이 적고 행정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보수당=우익정당’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새로운 보수, 젊은 보수’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집권 이후겠지요. 지금은 재정적자와 싸우느라 고군분투하는 양상이네요.

폴란드 항공기 추락 참사

4월 10일 폴란드에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대통령과 내각 각료, 군 수뇌부 등 정부요인들을 태운 비행기가 러시아 서부에서 추락해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 등 96명이 숨진 것이죠.

카친스키 대통령 등은 러시아제 투폴례프 154 항공기를 타고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서쪽 스몰렌스크 공항에 착륙하다 추락했습니다. 사망자에는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 중앙은행 총재, 군참모총장, 국가안보국장, 하원 부의장, 외무차관 등 정부 고위 인사들과 의원 등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이들은 2차 대전 당시 옛 소련 비밀경찰이 폴란드인 2만2000명을 처형한 ‘카틴 숲 학살 사건’ 70주년 추모식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했다 변을 당했습니다. 특히 우파인 카친스키는 친서방 노선으로 러시아에 밉보였던 터라 한동안 음모론이 떠돌기도 했습니다.
국가적으로 이런 참변도 드물 것 같습니다. 세계가 비극을 애도했고, 유럽연합 차원에서 추모의 날을 선포했습니다.

폴란드의 왕들 곁에 잠든 카친스키 경향신문 > 국제 | 2010.04.18 18:23
폴란드 급속 안정 ‘민주주의의 힘’ 경향신문 > 국제 | 2010.04.13 18:24
[기고]위기에 강한 폴란드 국민 경향신문 > 오피니언 | 2010.04.20 18:17


그래도 흔들림 없는 폴란드의 모습이 오히려 세계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참사로 전국이 슬픔에 잠긴 가운데에도 정치 절차들이 침착하게 진행돼 오히려 박수를 받았죠. 폴란드 하원을 세임이라고 부르는데, 세임이 빠르게 안정 찾고 폴란드 통화 즐로티도 요동치지 않았습니다.

폴란드는 대통령이 국가수반이지만 실권자는 총리입니다. 다행히 도널드 투스크 총리와 장관급 인사들 상당수는 건재했기 때문에 행정부 손실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옛소련 붕괴 뒤 20여년, 아니 그 전 자유노조 운동 때부터 30년 가량 민주화 투쟁을 벌이고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온 폴란드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입니다.
여전히 독재와 소요에 시달리는 중앙아시아 옛 소련권 국가들이나 극심한 내전을 겪었던 옛 유고권과 달리 폴란드는 동유럽 민주주의의 모범생이죠. 국민 90% 이상이 가톨릭으로 묶여 있고, 좌·우 엘리트들이 민주화 투쟁이라는 동질한 정치적 경험을 가진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카친스키 대통령과 사이가 나빴던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도 항공기 참사 뒤에는 옛 동지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하원의장이 6월 20일 치러진 대선에서 대통령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산불로 고생한 러시아

1000년만의 폭염이었다고 하죠. 날이 덥고 건조해지자 러시아 거의 전역에서 산불이 났습니다. 스모그가 전국을 덮어 노약자들의 사망이 잇따랐습니다. 
8월의 경우 모스크바 하루 평균 사망자 수가 예년의 2배에 이르렀고, 스모그 때문에 시민들이 도시를 탈출하는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8월 8일에는 하루 동안 시민 10만 4000명이 항공기를 타고 모스크바를 떠났는데요. 삼림 파괴도 심했고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현상이라고 기상학자들은 진단했습니다. 
이번 산불 피해가 러시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인 150억달러(약 17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카리스마와 쇼맨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산불 와중에 직접 소방 항공기 부조종사로 하늘을 날며 산불 진화작업에 참가했습니다. 

비행기 조종간을 잡고 있는 푸틴. 사진=리아노보스티


푸틴이 부조종사 자리에 앉아 산불 지역에 물 투하하는 장면은 현지 TV로 생방송됐습니다. 푸틴은 조종사 경력은 없지만 만능 스포츠맨으로 유명하죠. 산불 재앙 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대신 푸틴 총리가 유난히 모습을 많이 드러냈는데, 2년 뒤 대선에 다시 나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했습니다.

조종사 푸틴 http://ttalgi21.khan.kr/2954
푸틴의 쇼쇼쇼 http://sokhm.khan.kr/41


프랑스의 유서 깊은 신문 르몽드, 재정난 때문에 매각

독립 언론 르몽드의 신화가 반세기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6월 28일 르몽드 측은 좌파 성향 백만장자 3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지분을 팔았습니다. 그동안 빚이 1억유로(약 1500억원)에 이르는 등 재정난에다가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와 사이가 안 좋아져 심한 압박을 받아왔다네요. 

이런저런 뉴스들이 있었지만...

저에게, 올해 유럽 최고 스타는 문어 파울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




독일 오베르하우젠 수족관의 ‘영험한 문어’ 파울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대 스타였습니다. 2년 전 유로2008 때부터 승자 맞추기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여 온 파울은 스페인 우승을 비롯해 이번 월드컵에서 8경기 연속해 승리팀을 예상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신통한 문어 파울 http://ttalgi21.khan.kr/2905
월드컵 ‘점쟁이 문어’ 수족관서 자연사 경향신문 > 국제 | 2010.10.26 22:12
월드컵 점쟁이 문어 ‘파월 2세’ 깜짝 등장 경향닷컴 > 국제 | 2010.11.04 17:32

하지만 이 때 이미 파울은 난 지 2년 6개월이나 돼 문어로서는 중년을 넘긴 상태였습니다. 파울은 지난 10월 26일 수족관에서 자연사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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