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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전세 역전?

딸기21 2011. 3. 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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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역전되는 걸까요. 

7일 리비아 국영방송은 무아마르 카다피가 수도 트리폴리 시내 그린광장에서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이후 공개 장소에 나온 것은 처음인 듯 하네요. 25일 비디오를 다시 틀어준 건지, 아니면 카다피가 다시 나온 건지는 보도로만 보아서는 명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카다피는 연설을 하면서 “리비아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가는 불법이주자들을 막아주는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반정부 시위대를 알카에다 극단세력으로 몰아붙였던 것이 카다피의 초창기 언술이었다면, 이번에는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이주자를 막아주는 역할을 내가 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화법을 바꾼 셈이네요. 유엔 조사단의 방문도 받아들이겠다 밝히는 등 투트랙(안에서는 반군 진압공격 강화, 밖에서는 조사 받아들이는 등 유화 제스처)으로 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카다피가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뜻으로도 비칩니다. 며칠 전에는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가 직접 총을 들고 지지자들을 독려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는데, 카다피 군이 최근 며칠 새 공세를 퍼부어서 내전 상황이 좀 바뀐 듯합니다. 
동부의 벵가지는 카다피 군이 공습 외에는 전혀 지상에서는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에 임시정부 중심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 것 같습니다만 트리폴리와 그 주변은 여전히 카다피 측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File 12491

그제, 어제 이틀 동안 라스 라누프, 앗 자위야 같은 석유 수출항들을 중심으로 카다피 군과 반군 간 교전이 격렬하게 벌어졌습니다. 정부군이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600km 떨어진 빈자와드를 다시 함락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며칠 전까지는 시위대가 트리폴리를 향해 서진하는 양상이었는데 이제 카다피 군이 시위대에 반격을 하면서 동진하는 양상이로군요.

국제사회가 차라리 빨리 개입을 하는 게 나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정부군이 반정부 세력에 장악된 지역을 전투기와 헬기, 대포 등으로 맹공격 하고 있어서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트위터나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사진, 동영상을 보면 상황이 좀 많이 끔찍하더군요. 

그렇다 보니, 인도적 개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적 개입도 군사행동은 군사행동이죠. 일각에선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실기를 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무력 개입 압력이 계속 높아지는 형국입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리비아 반정부 세력도 국제사회 개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브라힘 다바시 유엔 주재 리비아 부대사는"벵가지 임시정부의 공식 요청이 있으면 비행금지구역을 신속 설치해 달라"고 말했고, 벵가지 시민군 측도 지난 6일 "비행금지구역만으로는 안된다, 유엔군이 카다피 군 공습에 나서라"고 했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이 리비아에 무력개입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무력개입에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포함한 광범위한 조치들이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미군을 투입한다든가 하는 방안은 최우선 카드가 아니고, 반정부 세력에 미국이 무기를 지원하는 것도 시기상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도 “우발적인 상황에 대비하겠다"면서, "리비아에 개입할 의도는 없다”고 덧붙이며 선을 그었습니다.

무력개입을 결정한다 해도 시간이 걸리겠죠. 만일 이뤄지면 어떤 수순으로 될까요.

우선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되겠죠. 프랑스와 영국 등이 유엔 안보리에서 비행금지구역 지정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방안입니다. 그 뒤에 리비아 해상을 나토군 전함으로 봉쇄하고, 무인항공기로 공격하고, 지상군 투입은 맨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는 것이죠. 
하지만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리비아 공군력을 파괴하기 위한 공격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전쟁으로 간주될 수 있다”면서 계속 거북해하고 있습니다. 또 영국과 프랑스가 나서고는 있다고 하지만 나토 회원국들이 다 찬성하는 것도 아닙니다. 나토는 유엔의 승인이 있어야 무력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유엔 안보리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를 하고 있고요.

미국이나 나토가 직접 군사력을 동원하는 것보다는 반군에게 무기를 주는 방안 등도 있을 수 있겠죠. 
영국 인디펜던트는 미국이 벵가지 반군에게 무기를 보내줄 수 있는지 사우디아라비아에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우디가 1980년대에도 미국 정부 요청을 받고 아프가니스탄 반소련 반군에 무기를 지원한 바 있죠. 그 때 오사마 빈라덴을 키워준 건데, 그 악몽을 갖고 있는 미국이 이번에도 비슷한 방법을 실행에 옮길지는 알 수 없지만요. 
그런데 반군에게 무기를 내주는 것은 어찌 됐든 리비아에 무기를 들여보내는 것이죠. 지금 리비아로 향하는 모든 무기들을 막는 금수조치를 하고 있는데, 그럼 다시 안보리에서 리비아 무기 금수조치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미국도 그래서 골치아파하고 있는 것 같고요. 
결국 개입 논의는 많은데 다 시간과 절차가 복잡하고 후유증이 예상되는 일이어서 결정이 안 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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